안녕하세요. 멘토님. 막 섬유벤더 해외 영업(우븐, 셔츠) 직무에 취업하여 출근을 앞둔 멘티입니다.
Q1. 관심이 부족한 걸까요? 아니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걸까요?
저는 옷이 좋고 관심은 있지만, 직접 만들거나 어디 동대문에서 떼와 팔아본 경험은 없는 평범한 비전공자입니다. 어머니가 젊은 시절 양장점 근무를 했기에 그냥 쇼핑 같이하면서 옷 고르는 팁을 얻고 천이나 소재 한 두 가지 볼 줄 아는 정도입니다.
취준생때는 top3 섬유 벤더 연봉이 끌려서, 섬유 벤더가 어떤 곳인지 알아보고 정보 얻을 겸 top3 중 한 곳에서 아르바이트 했었습니다. 덕분에 섬유 벤더 업무와 업무강도에 대해서 조금은 알 수 있었고요.
많은 심부름을 한 번에 하면서 힘든 적도 있었지만, 적응하고 나니 못할 일이 아니었고 맡겨진 일을 하나하나 빠르게 해결할 때는 재미도 느꼈었습니다.
그런데 출근 앞두고 섬유/패션 취업카페에서 벤더 지원하려는 취준생들 고민에 '왜 벤더 오냐', '왜 굳이 고생하려 하느냐'는 현직자들의 댓글을 보니
불안함이 생겼습니다. 괜히 인터넷에서 댓글을 봤다 싶기도 하고요...
'정말 내가 가지 말아야 하는 곳을 지원한 걸까?'
'가지 말아야 되는데 지원한 걸까하는 불안이 생기는 게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건가?'
'저렇게 힘들다는데 버티려고 굳게 마음먹었어도 안 되는 거 아닌가?'
취업 전에는 아르바이트 경험을 살려서 열심히 하겠다고 자소서를 썼고, 실제로 가서 열심히 배우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런 댓글들을 보니까 왠지 모르게 제가 너무 아무 준비 없이 순진하게 생각한 건 아닌지 겁도 납니다.
관심이나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은 정말 섬유벤더에 잘 안맞고, 오래 못 버티나요? 멘토님 주변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Q2. *우븐 해외영업업무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아르바이트는 니트팀에서 했었는데 우븐은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나요?
물론 가서 배우겠지만 출근 전에 공부하고 가면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제가 아는 섬유벤더 해외영업업무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은데
우븐은 다른 점이 있나요? 아니면 우븐 업무 시 중요한 사항들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바이어가 디벨롭 뿌림->조건에 맞게 샘플개발(PROTO/DEV) 및 컨펌->FIT SAMPLE->PP SAMPLE->FPP SAMPLE->TOP SAMPLE
Q3. 벌써 우븐 전망을 걱정하는 건 기우일까요?
글도 길고 두서없는 질문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븐 : 직물이라고도 한다. 드레스 셔츠나 손수건 같이 경사(세로)와 위사(가로)로 각각의 실들이 교차하면서 만들어진 원단
💬 김누리 멘토의 답변
멘티님 안녕하세요. 질문이 쉽지 않아서 어떻게 답변을 드려야할지 고민하다 늦어졌네요. 최대한 제 소신대로 답변을 드렸으니, 선택하심에 있어서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자신 만의 가치 : 회사 생활의 원동력
저는 멘티님보다 더 옷에 관심이 없는 비전공자였으며, 빅벤더라는 곳이 단순 무역회사라고 생각하여 취업한 케이스였습니다.
제 이야기부터 전해드릴게요. 저는 사실 가고 싶었던 분야로는 취업이 되지 않아, 사내 문화만 보고 입사해야겠다고 생각하여 태평양 물산에 입사를 했었고, 태평양 물산이 빅 벤더이기 때문에 운 좋게 브랜드로 이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시작이 구매팀이었고 1년 정도 구매팀에서 담당을 하다가 영업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따라서 영업 일을 시작하기 전에 회사에 적응하고, 생소한 원부자재 및 무역 업무에 대해서 배우고 영업을 시작할 수 있었지요. 이게 저에게는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운 좋게도 최초 입사했던 친정팀이 제가 원했던 기업문화를 많이 보여주셔서, 앞으로의 회사 생활에 있어 큰 희망이 되었습니다. 회사란 것이 이렇게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문화를 가질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었죠.
어디로든 취업하는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가치에 목적을 두고 취업한다고 생각합니다. 패션 업계를 한정할 때 멘티님처럼 옷에 관심이 있거나, 단순 연봉이 끌려서, 아니면 저처럼 사내문화에 꽂혀 회사에 지원할 수 있지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회사 생활을 버티게 하는 힘은 바로 위와 같은 입사 시 생각했던 조건입니다.
연봉이 높은 회사일수록 통상 업무 강도가 셉니다.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강도는 각각 다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댓글(?) 보다는, 앞으로 멘티님이 붙잡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담당 업무는 각 회사 별, 바이어 별, 팀 별 모두 다르기 때문에, 비전공자이든 전공자이든 모든 새로울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멘티님은 벤더를 직접 경험했던 분이기 때문에 입사에 크게 겁내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는 패션이 좋아서 일을 계속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저처럼 다른 부분을 보고 일하는 사람들도 많답니다.
원단, 핏, 패턴
말씀하신 것처럼 업무 프로세스는 동일합니다. 다만 아이템이 우븐이기 때문에 사용되는 원부자재가 좀 다르지요. 스웨터가 아닌 이상, 통상 벤더에서 말하는 니트와 우븐은 동일한 흐름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셔츠를 담당하게 되신 만큼 다른 아이템보다 더 신경써야 하는 것이 핏과 원단입니다. 바이어 특성 따라 원단이 아예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직접 핸들링하지 않는 경우는 있으나, 핏은 영업 사원이 많이 신경 써야 문제가 적습니다. 그리고 샘플 핏을 직접 확인하다 보면 패턴과 같은 부수적인 것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말씀드린 것처럼 바이어와 팀별로 업무가 다르니 이 부분은 참고만 해주세요
우븐의 전망
개인적으로는 우븐의 인기가 적어도 내수에서는 니트를 앞지르는 느낌입니다. 제가 지금은 해외 바이어와는 떨어져 있어서 해외 쪽은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우븐은 무엇보다 다운에 대한 소요가 늘어남에 따라 전체적으로 파트가 커지는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입었을 때 더 포멀한 태가 나는 것은 우븐임에 틀림없고요. 한국의 경우 최근에 리넨과 같은 시원한 느낌의 아이템 붐이 일면서 때아닌 리넨 셔츠 붐이 일기도 했죠.
이런 부분을 봤을 때 우븐은 지속 성장 가능한 파트라고 생각합니다. 이전과 다른 부분은 전 세계적으로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변경되고 있는 부분뿐이겠지요.
저는 아직도 의류가 의식주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의류 산업의 전망이 어둡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산업의 전망과 회사의 전망은 방향이 좀 다르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긴 답글이 되었습니다만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추가적인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 질문 남겨주세요.신입사원으로서 화이팅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