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식품 기업 해외 영업을 꿈꾸는 멘티입니다. 저는 최근에 식품 포장재 중소기업의 해외 영업 팀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회사는 연구원 포함 12인 규모의 벤처기업이며 중점 지역은 미주ㆍ남미입니다. 저는 유럽ㆍ러시아 지역을 맡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해외 영업과 무역에 대한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경력을 쌓은 후 중고 신입으로 중견 / 대기업 이직을 꿈꾸고 있고요. 일을 하다가 도무지 풀리지 않는 고민스이 생겨 멘토님께 질문을 드립니다.
우선 중소기업이다 보니 체계가 부족합니다. 잦은 담당자 변경, 편중된 거래 비중, 부족한 DB 등이 문제라고 느껴집니다. 경력을 쌓고는 싶지만 체계가 부족한 곳에서 잘못 배울까 봐 걱정됩니다. 관심 산업은 식품인데 식품 포장재를 제조하는 기업이다보니 직무에 아쉬움도 있습니다. 이곳에서 오래 남아서 경험을 쌓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식품 산업은 아니지만, 산업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포장재 산업에서의 경험이 유효할까요?
해외 영업을 잘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이 제일 중요할까요? 이곳에서 경력을 쌓는다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략해야 할지, 어떻게 영업 인사이트를 쌓아가야 할지도 고민입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꾸준히 직무 능력 개발과 자기 계발을 하고 싶습니다. 회사 안팎으로 할 수 있는 직무 능력 개발, 자기 계발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러시아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있고 미국 시장에 관련한 식품 산업을 리서치하며 자체 DB를 만들고 있습니다. 브런치, 잇다 등의 사이트와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바이어 관리 및 해외 영업 지식도 채우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중고 신입으로 해외 영업에 입사하고 싶은 멘티입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으시군요. 고민하는 만큼 치열하게 사는 것 같아 멘티님의 열정이 부럽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 전, 제 주관적인 답변임을 강조합니다. 절대 정답이 아니니 여러 의견 중 하나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회사를 찾으세요
먼저 멘티님의 최종 목표를 설정하세요. 요즘같이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지는 시대에서 이직은 나의 커리어를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본인이 몸담고 있는 회사가 내 커리어 패스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를 잘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이 고민이 선행되어야 다른 것들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저의 지인은 대기업에서 기획 업무를 하다가 최근 농업 관련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본인의 인생 목표가 ‘북한의 농업 발전’이거든요. 목표를 위해 대기업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멘티님께서도 지금 다니기로 한 회사가 본인의 목표에 일치하는지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려면…
중소기업에서의 해외 영업은 장단이 있습니다. 장점으로는 자율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며 승진과 진급이 빠릅니다. 기존의 거래처가 확실한 중소기업이라면 안정적인 수주도 가능할 거고요. 하지만 중소기업이라는 한계도 분명할 것입니다. 담당자에게 거의 모든 것을 맡겨 버려 과중한 업무가 있을 것이고 일이 잘못됐을 경우 개인의 부담이 큰 편입니다.
우리 회사에도 중소기업에서 넘어오신 분이 계십니다. 그분 같은 경우에도 업무 처리 능력은 좋으나 중소기업에서 혼자 일을 하던 습관이 지속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멘티님께서 걱정하신 부분이죠.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대기업이라고 영업 경험이 있는 사원을 선발하진 않습니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사원들이 아르바이트 외에 실무 경험을 쌓기는 힘드니까요. 반대로 말하면 선발에 있어서 ‘경력’ 자체가 그리 중요한 사항이 아닐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생각보다 강력한 무기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이유로 포장재 회사에서의 경력이 식품 기업으로 입사할 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식품 회사에선 포장재를 부차적인 산업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다른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의 영업직 인턴이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포장재 산업 역시 매우 중요한 산업이지만 식품 회사로 바로 연결되기는 조금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하기 좋은 자기 계발은?
회사 안팎으로 자기 계발할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우선 어학 능력을 키우면 좋습니다. 어학 능력은 어디서든 쓸 수 있기 때문에 투자해서 나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멘티님은 러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으니 영어 공부를 더 하면 어떨까요? 영어 공인 시험 성적을 일정 수준 갖추면 여러모로 쓸 데가 많습니다.
추가로 데이터 분석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데이터 툴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준이 된다면 분명 어디서든 유효할 것입니다. 가능하면 독서도 좋은 방법입니다. 요즘은 ‘트레바리’와 같은 독서 모임이 많고 ‘밀리의 서재’와 같은 북 큐레이션 앱도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인사이트를 찾으려는 멘티님의 노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보태자면 맥킨지나 BCG와 같은 컨설팅 회사들로부터 뉴스레터를 받아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국내에선 현대경제연구원이나 포스코경제연구원 같은 기관의 뉴스레터를 추천합니다. 제가 업무를 하면서 느낀 건데 진짜 인사이트는 실천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공부하신 것들을 실전 업무에서 꼭 활용해보세요. 그래야 나만의 인사이트가 생기고 그게 곧 실력이 됩니다.
답변이 길어졌네요. 정리하겠습니다. 멘티님은 꿈에 대한 방향성이 확고한 것 같습니다. 제가 솔직한 조언을 보태자면, 지금 다니는 회사가 불만족스러울 땐 그만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라는 조언은 아닙니다. 중소기업이 나쁘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고요. 다만 멘티님의 목표에 더 부합하는 회사가 있을 테니 고민해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또 무조건 이직만이 답이 아니라 3년간 경력을 쌓다가 해외 MBA 진학 등의 방법도 있습니다. 잘 고민하셔서 본인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