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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다 멘토가 들려주는 생생한 방송 PD 준비 스토리
MBC강원영동 · 편성제작국
약 5년 전
💬 멘티의 질문

안녕하세요! PD를 꿈꾸는 25살 멘티입니다. 요즘 진로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 이리저리 정보를 찾아보다가 멘토님께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방송 PD를 꿈꿔서 신문방송학과로 진학했습니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는 PD의 꿈을 구체화하고자 영상 관련 활동을 많이 해왔고요. 예컨대 영상 동아리를 만들고,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고, 창작집단을 만들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이제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PD가 되기 위해 실질적인 계획을 짜려고 합니다. 소위 말하는 ‘언론고시’를 준비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요. 시험 준비에 앞서 많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unsplash

 

1. 방송국 조연출(혹은 FD) 경험이 PD가 되는데 필요할까요? 조연출 경험이 방송 시스템을 미리 맛보는 정도 말고는 큰 메리트가 없다고 들어 고민이 됩니다. 조연출로 일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한시라도 빨리 시험 준비를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 외주제작 PD의 업무 환경이 굉장히 열악하다고 들었습니다. 외주제작 PD로 일하다가 애매한 나이에 업무가 사라질 수도 있으니 정규직 PD로 시작하는 게 좋다는 조언도 많았는데요. 외주제작 PD에 대한 멘토님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3. 멘토님의 취준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방송계가 워낙 문이 좁아 준비하는 사람으로선 많이 막막한데요. 멘토님은 치열한 경쟁을 어떻게 돌파하셨나요?

 

중구난방으로 질문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막상 시험 준비를 시작하니 궁금한 것이 정말 많아지네요. 제 고민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 Jiwoong Hwang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PD 지망생을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네요. 이제 막 입사 준비를 시작하셔서 당연히 궁금한 것이 많을 수밖에 없죠. 질문하신 순서대로 차근차근 말씀해 드릴게요.

 

ⓒcorgarashu


조연출을 해본 사람이 업무 적응에 유리합니다

조연출 경험이 방송사 입사에 도움이 되는지 물어보셨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조연출 경험은 여러모로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공중파는 입사 전 조연출 경력을 볼 수도, 안 볼 수도 있지만, PD로 입사하게 되면 어쨌든 조연출 생활을 해야 합니다. 처음 해보는 것보다 예전에 경험했던 일이라면 훨씬 수월하겠죠? 그래서 조연출 경험은 앞으로의 회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죠.

 

공중파가 아닌, 종편 등의 경우에도 입사 전 조연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연출 경험을 해본 사람이 실무에 빨리 투입되는데, 종편은 공중파보다 이직률이 높으니까 경력의 차원에서 당연히 조연출 경험이 도움이 됩니다.


ⓒunsplash

 

열악한 외주제작 환경, 장점도 많아요

워낙 정규직 입사의 문이 좁다 보니, 외주제작 PD로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멘티님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여쭤보신 것 같아요. 저도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는데, 외주제작 업무는 참 힘들어요. 외주제작은 정규직보다 환경이 불안정하니 어떻게 보면 힘들다는 건 당연한 말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한국에는 수많은 외주제작사가 존재합니다. 종사하는 사람도 물론 많아요. 외주제작 일이 단점밖에 없다면 아무도 일하려 하지 않겠죠? 일이 힘들고 급여 조건이 나빠도 업무를 하면서 저마다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으니 종사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외주제작이 평생직장이 될 수는 없겠지만, 여의도에는 외주제작 일을 하면서 평생을 투자하고 싶은 다큐 소재나 아이템을 발견하는 숨은 실력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공중파나 종편, 대기업을 위한 영상을 만들면서도 본인이 원하는 주제로 콘텐츠를 발굴하는 거죠.

 

저 역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외주제작 일을 한 건 아니었어요. 해외촬영, 생방송 진행 등 저와 비슷한 나이의 정규직 PD들이 하는 업무와 비슷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즉, 대외적인 경력을 만들거나 내적으로 방송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회사 위주로 근무했던 겁니다.

 

ⓒunsplash


특히 공채 공부를 하면서 자꾸 걸렸던 제 약점이 영어점수였는데, 이를 극복하려고 해외촬영만 전문으로 하는 외주제작사에서 6개월간 일하기도 했어요. 나중에는 통역 없이 여러 나라를 다니며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죠.

 

정리하자면 외주제작 일은 유동적으로 원하는 업무를 선택할 수 있기에 향후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본인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점만 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멘토가 들려주는 생생한 PD 준비 스토리

마지막으로, 제가 지금까지 어떻게 PD를 준비하며 살아왔는지 이야기를 풀어볼게요. 사실 저는 지방 사립대 출신입니다. 그래도 매해 방송사 공채를 뚫는 졸업생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공채에 바로 도전할 실력이 안 된다고 판단이 들어 실무 경험을 먼저 하고자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먼저 나왔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양한 외주제작 업무를 하며 기술을 닦은거죠.


ⓒStopperOhana


그래서 저는 대학 3학년 때부터 부산 K사의 FD로 일을 시작해 다양한 방송사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러다가 M사 PD수첩 팀에서 2년간 조연출로 일하며 평생 잊을 수 없는 좋은 경험을 했어요. 아마 이 시기에 정규직 시사교양PD가 돼서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은 것 같습니다.

 

이후 M사 자체 계약직으로 채용되었지만, 정규직 전환 기회를 잡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결국 언론고시를 열심히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촌에 있는 학원에 다니면서 대기업 사내방송 PD직이나 일반기업 공채, 계약직 공무원 시험 등에 다양하게 지원하기도 해봤죠. 이런 준비 과정을 거쳐 저는 결국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에 왔습니다.

 

제가 길고 길었던 준비 과정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이 직업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시사교양 프로그램만 볼 정도로 PD를 동경했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크면 꼭 시사교양 PD가 되겠다고 계속 다짐했습니다. PD가 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언론고시나 취준 과정이 재밌다고 되뇌었던 것 같아요.

 

물론 앞으로도 더 좋은 PD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죠. 꿈이 아직 미완성이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Pixabay


여기에 더해 마지막으로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본인에게 자기가 그냥 언론사에 입사하고 싶은 것인지, 언론인이 되고 싶은 것인지 질문을 던져 보세요. 둘은 같아 보여도 분명히 달라요. 목표가 입사 자체에 있다면 결심하신 것처럼 언론고시 준비에 뛰어들면 됩니다. 신촌에 있는 한겨레문화센터 수업을 들어보세요.

 

하지만 입사보다 언론인이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면 더 깊은 공부나 경험을 하시길 권장합니다. 일반대학원에 가서 석사를 따거나, 사회 경험을 미리 쌓는 거죠. 요즘은 석사 출신 신입사원도 많으니까요. 둘 중 무엇이 더 낫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멘티님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하고 그에 맞는 길을 택하시면 좋겠어요.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한 진솔하게 답변을 드렸는데 제 마음이 멘티님께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방송을 만들겠다는 확신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정진하시길 바랍니다.


Jiwoong Hwang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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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강원영동 편성제작국 황지웅PD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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