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군대를 막 제대하고 진로에 고민이 많은 23살 멘티입니다. 저는 직업전문학교에서 환경디자인과를 전공했는데요. 그곳에서 기본적인 툴을 익히고 진로에 대해 갈팡질팡하다가 군대를 다녀오게 됐습니다.
최근 UX 디자인에 관심이 생겼는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을 진학할지 학원을 가야 할지 어디서 UX 디자인을 배워야 할지 막막합니다. 대학을 가게 된다면 4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학위도 생기지만 시간과 금전적인 부분이 부담됩니다. 반면 학원은 단기간에 끝낼 수 있지만 짧은 기간에 습득한 것을 가지고 취업을 잘할 수 있는지 걱정됩니다. 혹시 학원이나 대학 외에 UX 디자인을 배울 곳이 있을까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답답한 마음에 두서없이 질문합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멘티님, 안녕하세요. 제대 후 약간의 방황을 겪고 계시는군요. 저도 제대 직후 알 수 없는 패배감을 많이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벗어나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했던 것 같아요. 멘티님도 많이 초조하고 막막하시겠지만, 장기적으로 인생을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현업 종사자로서 답변을 드려보겠습니다.
인터넷에도 좋은 정보가 많다
학원과 대학 외에도 관련 정보를 얻을 곳은 많습니다. 바로 인터넷입니다. 심지어 인터넷으로 접하는 정보는 ‘무료’죠. 인터넷에 정보가 워낙 많으니 어떤 정보가 의미가 있는지를 가리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는 정보가 있다면 그 정보는 의미 있다고 판단하셔도 될 것 같아요.
브런치나 블로그에 UX 디자이너가 번역해놓은 글이나 직접 쓴 글을 구독하고 매일 꾸준히 읽어보세요. 내가 관심 있는 분야라면 반복되는 정보들의 패턴을 언젠가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마음이 가는 줄기들이 하나둘씩 지속해서 발견되거든요. 참고로 pxd, UX Factory와 같은 업체에서도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UX 분야에 관한 식견부터 넓혀라
UX 디자인과 관련된 책들도 많습니다. 많은 분이 추천하는 책이라면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다짜고짜 교과서 같은 명성을 가진 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진 않네요. 일단 UX에 흥미가 있어야 어떤 이야기든 흥미롭게 다가오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차분히 탐독하시며 나와 UX 분야가 맞는지 스스로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UX 디자인 분야가 이렇구나, 정도만 가늠하는 수준으로 책을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다 알거나 외워야 할 필요는 없고 분야에 대한 식견을 넓힌다는 관점에서 접근해 보세요. 현업 UX 디자이너들도 모르는 내용이 책에는 많이 있거든요. 물론 여건이 된다면 꼼꼼히 공부하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현업 종사자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라
활자가 벅차다면 유튜브에서 UX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세요. 대화처럼 설명하는 콘텐츠가 많아 이해하기 쉽고 라이브 방송 같은 경우에는 실시간 질문도 가능하니 좋습니다. 저 말고도 현업에 계신 분들과 소통하다 보면 공통된 조언이 있을 것 같아요. 공통 조언을 위주로 시행하다 보면 첫 단추의 막막함이 조금 해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학원이냐 학교냐 그것이 문제로다
예전에는 관련 학원이나 코스가 없어서 정말 막막했습니다. 현재는 여러 유명한 학원 및 클래스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클래스를 직접 들은 것은 아니라 정확한 얘기는 아닐 수 있으니 그저 참고만 부탁드려요.
학원 같은 경우에, 주어진 기간 안에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다루려다 보니 얕게 지식을 전달하는 측면이 있긴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단기간에 전반적인 지식을 쌓는 데 유리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듣는다고 실무 능력이 바로 생길지는 미지수입니다. UX는 실제 경험과 경력이 중요한 분야거든요. 학원 역시 금전적인 문제도 있다 보니 최우선 선택지는 아닐 수도 있다는 말씀드립니다.
대학에 대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고 당시에는 UX 디자이너가 될 줄은 전혀 상상 못 했어요. 저는 UX 디자이너를 준비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UX 디자인으로 흘러오면서 석사도 밟고 현재의 회사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그럼 이렇게 되물을 수 있겠죠.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면 되냐고. 제가 드리고 싶은 대답은, UX 분야는 학제적이라는 거예요. 회사에서도 UX 팀을 구성할 때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을 배치합니다. 대기업의 경우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이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UX 분야로 왔는지를 보려는 경향이 있어요. 처음부터 UX만 바라본 사람들이 오히려 드물다는 거죠. 그래서 무조건 관련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하라고 말씀드리기도 어렵네요.
UX 디자인 관심은 기본, 나만의 전문성을 키워라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회사 입장을 잘 생각해보면 됩니다. 회사가 지원자의 전공은 A인데 UX 분야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했으니, B까지 맡길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취업에 유리하다는 거예요. 추가로 UX 분야에 관한 관심은 물론, 나만의 전문성도 찾아야 해요.
UX는 디자인도 나왔다가 인류학, 인간공학, 국문학 등 다양한 학문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전공과 전문성, 그리고 학력을 어필하는 게 유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학력보다도 ‘전문성에 기반한 UX 인력’의 여부입니다. 예를 들자면, 학교를 나오지 않았어도 스타트업 같은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해보며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 어필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장점을 잘 생각해보세요.
공부는 질과 양이 중요한데, 막막하다 싶으면 양부터 늘리고 질을 높여 보세요. 그다음엔 스스로 깨닫게 되실 거예요. 더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 잇다 통해서 물어봐 주세요. 부디 원하는 바 잘 찾아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