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의류 회사의 해외영업팀에서 일하다가 퇴사한 후, 제조업 회사를 목표로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멘티입니다.
의류와 달리, 일반 제조업 기업은 연차가 쌓일수록 업무 내용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제조업의 해외영업 직무는 연차별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덧붙여 해외영업으로 일하면서 어떻게 커리어를 발전해나갈 수 있을지 듣고 싶습니다.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만큼 완벽하게 갖춰서 최대한 빨리 취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멘토님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들은 이야기이지만, 의류 분야의 근무 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우선 그동안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L 제과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L 그룹의 해외영업팀을 중심으로 멘티님께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의류 vs 제조업, 업무 비교하기
일단 제조업 기업의 해외영업팀이 어떤 일을 하는지 말씀드릴게요. 의류업계와 분야만 다를 뿐, 업무 자체는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바이어 발주 - 생산 의뢰 - 제품 출고 및 선적 - (거래 조건에 따라 협상 혹은 수금) - 해외 유통상을 매개로 판매 - 유통상 재발주
이미 해외영업 업무를 해보셨으니 멘티님께도 이 프로세스가 익숙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다만 의류는 사안마다 제품 사양이 다른 경우가 많고, 워낙 소재가 다양해서 생산의뢰서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반 제조업은 어차피 제품 사양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생산의뢰서를 작성하는 데 큰 품이 들지 않아요.
또한, 웬만한 경우 해당 국가에 이미 유통상이 있기 때문에 입찰에 열심히 참여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것이 의류 분야와 비교했을 때 제조업의 해외영업 직무가 가지는 장점인 것 같습니다.
담당 지역이 중요! 연차와 상관없이 1인분을 해야 합니다
멘티님께서는 제조업의 해외영업이 연차별로 업무가 달라진다고 알고 계시는데, 사실 연차보다는 맡게 되는 업무가 중요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L 제과의 경우에도 연차별로 업무가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습니다. 운이 나쁘면 신입 때부터 비중이 큰 국가나 지역을 담당하면서 혹독하게 업무를 배울 수도 있어요. 저도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 기업들은 지역별로 업무를 구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홍콩, 대만 포함) / 동남아(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 중동-서남아시아-아프리카 / 미국-유럽-호주 같은 식으로 지역을 나누는 거죠.
이는 문화나 통관 정책의 유사성에 따라 구분하는 건데요. 아무래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이 시장 상황도 유사한 경우가 많고, 통관 정책도 비슷한 편입니다,
이렇게 일반 사원으로 10년 정도 근무하면, 해외 주재원이나 관리직으로 진급하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집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연차와 직급별로 업무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신입사원 때부터 바로 실무에 투입돼서 선배들과 동등하게 업무를 수행하니까요.
물론 신입사원이라 부족한 건 선배들한테 배우면 되지만, 담당 지역에서 1인분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업무를 빠르게 파악하면서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가지 핵심 역량 - 1. 회화 실력
다음으로는 해외영업 직무로 일하면서 어떻게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을지 알려드릴게요. 제가 현직에서 느낀 것은 바로 커리어가 ‘개인의 역량’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는 겁니다. 다른 조건을 떠나서 자기 능력을 잘 발휘하는 직원이 좋은 평가를 받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럼 해외영업팀의 일 잘하는 사원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세 가지 역량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영어 실력은 기본이고, 깔끔한 의사소통이 요구됩니다.
이는 해외 유통상과 직접 접촉하는 일이 많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실질적으로 영어로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거래처로부터 계약을 끌어내기 위해 능숙한 회화 실력이 필요하겠죠? 이러한 실력은 토익 점수만으로 알 수 없으므로 회사 면접 등에서 평가합니다.
최근 입사한 신입사원을 보면 대부분 오픽 AL 수준은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 회화능력은 업무를 해봐야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다들 영어를 상당히 잘하는 건 맞습니다.
또한, 신입 뿐만 아니라 관리자 직급에서도 그 나이대에선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영어 이메일을 잘못 쓰면 상사에게 혼나는 경우도 있어요.
세 가지 핵심 역량 - 2. 분석력
두 번째 역량은 바로 남들과 다르게 시장을 바라보는 분석력입니다. 멘티님은 마케팅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저는 마케팅을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시장의 데이터를 보더라도 시장의 진실을 끌어내는 차별화된 분석력이 있어야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몸담은 제과 시장을 예시로 들어볼게요. 제과 기업들은 활발하게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인 고객이 주요 소비층이기 때문에 대부분 한인 마트에 판매합니다.
그렇다면 미국에 사는 한인에 어필할 수 있는 제품 개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엉뚱하게 “미국 백인 시장을 잡겠다”고 나서면 비용은 비용대로 쓰고, 효율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L 음료는 러시아 시장에서 ‘레쓰비 커피’를 성공시켰는데요. 바로 온장고를 보급한 것이 주요했기 때문입니다.
지역마다 다를 수 있지만, 러시아는 평균적으로 매우 추운 나라입니다. 따라서 러시아 슈퍼에 온장고를 비치해 커피를 판매하면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당 국가의 시장을 예리하게 분석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포착하는 분석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세 가지 핵심 역량 - 3. 담당 지역의 기초 데이터 파악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담당 국가에 대한 열정과 관심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국가, 지역별로 팀 구성을 하고 그 안에서 업무를 맡는 제조업 기업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담당한 곳에 대해 전문가 수준으로 빠삭하게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구, 국민 소득, 경제 성장률, 경제 상황, 정치적 변동 가능성, 종교, 소비 성향, 민족별/종족별 인구 구성. 이렇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꿰고 있어야 하는 거죠.
물론 이런 부분이 업무의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데 정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어요.
또한, 이렇게 기초 데이터를 잘 알고 있어야 이를 기반으로 분석력을 잘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을 예시로 말씀드릴게요.
제가 맡고 있는 중동 지역에서 2015년부터 매출이 하락했습니다. 분석 결과 저유가로 인한 미국 셰일가스의 공급 변동이 원인이었는데요. 저유가가 매출 하락의 원인임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매출을 회복할 전략을 세웠습니다.
만약 제가 저유가라는 당시 상황을 알지 못했다면 아마 엉뚱한 대책이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기초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에 사실에 가까운 분석이 가능했던 거죠.
해당 국가의 기본적인 정보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가 혼나는 사람을 많이 봤습니다. 파키스탄을 맡았는데 파키스탄의 인구와 국민소득을 모르는 경우, 아프리카 담당인데 케냐가 지도에서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담당 국가에 관심을 가지고 데이터를 충실히 쌓아놓아야 합니다.
제 답변은 여기까지입니다. 퇴사 결정을 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멘티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도움이 필요하거나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지 질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