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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삶이 궁금합니다
KB라이프생명 · IT개발2부
약 5년 전
💬 멘티의 질문

안녕하세요, 올해 대학에 입학하여 디자이너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 중인 멘티입니다. 개인적으로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디자이너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멘토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마다 각자의 디자인적인 사고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업 환경이 자유로운 프리랜서를 동경하지만, 프리랜서 특성상 일이 불규칙하게 들어오다 보니 선뜻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데요. 멘토님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궁금합니다.

 

©️kozirsky

필드에서 뛰고 계신 현업 디자이너로서 대학생 때와 다른 점이 무엇이 있을까요? 필드에서 느낀 고충이나 어려움을 공유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클라이언트가 디자인 시안에 클레임을 걸 때가 있을 텐데요. 그 클레임이 결과적으로 작업물의 퀄리티를 낮추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시나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디자인적으로 수준 높은 결과물을 만드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으시다면 그 방법이 궁금합니다.

 

저는 전시회를 관람하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영감을 얻습니다. 현업 디자이너분들의 작품을 많이 참고합니다. 필드에서 활동 중이신 멘토님은 어떤 식으로 영감을 얻나요? 어떤 레퍼런스를 주로 참조하시나요? 지금까지 봤던 디자인 작품 중 최고라고 꼽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이유도 궁금합니다.

 

©️Valeriy Surujiu

 

멘토님의 프로필을 보니 프리랜서로도 활동을 많이 하셨지만, 회사를 다닌 경력도 있으시더라고요. 프리랜서와 조직 생활 모두를 겪어보신 분으로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프리랜서는 작업 환경이 자유로운 대신 일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불안정성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프리랜서로 입지를 다지기 전에는 어떤 경로로 일을 맡을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멘토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프리랜서로 전향하셨나요?

 

마지막으로, 프리랜서를 꿈꾸지만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가감 없이 부탁드립니다. 멘토님의 답변과 조언이 제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지숙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저는 UX/UI 디자이너로 호주 시드니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프리랜서가 아닌 N오랩이라는 회사에 취직한 상태이고요. 학생일 때보다 필드에서 뛰어보니 어떻냐는 질문이 있던데, 학생 때보다는 확실히 사회에서의 압박이 큽니다.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할 때는 야근과 수직적인 문화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호주로 넘어오게 된 것도 있죠.

 

©️Stokkete

 

클라이언트와 이견을 조율하는 방법

클라이언트와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셨는데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일단 디자이너의 가장 큰 자질은 정리입니다. 클라이언트는 매번 파일을 요청합니다. 이때 버전 1, 2, 3 등 폴더 별로 정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이런 사소한 것 때문에 신뢰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일단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합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거죠. 클라이언트, (저는 파트너라는 말을 더 좋아하기에 이하 파트너라고 쓰겠습니다) 다시 말해 파트너는 디자인을 안 해본 사람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뜬금없는 조합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당황했죠. 디자이너의 상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요구를 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파트너가 원하는 대로 시안을 하나 만들고 제가 생각하기에 괜찮은 시안을 따로 만들어 제공했습니다. 이렇게 디자인을 제안하면 의외로 쉽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더라고요. 직접 보여줌으로써 설득하는 것이죠. 시안을 따로 제안하는데도 파트너가 원하는 시안을 고집한다면, 그때 디자이너는 책임을 덜 수 있겠죠. 그래서 현재의 저는 이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 경력이 더 쌓인다면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내겠죠?

 

©️Tero Vesalainen

디자이너가 영감을 얻는 방법

저는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소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자주 봅니다. 최근에는 글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김영하 작가님의 말을 인용해볼게요.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글을 통해서 우리가 실생활에서 만나기 무서운 사람, 힘든 사람 등을 모두 경험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철저히 소비자를 위한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지요? 사람을 어떻게 이해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타인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떠오르네요. 자신만 아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토대로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만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관찰하는 데서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관찰이 끝나면 저는 그 영감에 힘입어서 디자인을 하고 싶어집니다. 저도 영감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영감이란 대체 무엇인가? 제가 내린 답은 ‘무언가 만들고 싶어지는 마음’입니다. 저는 타인의 삶의 문제에 공감이 갈 때 영감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렇게 멘토 활동도 하는 것이겠지요? 더 자세한 내용은 제 블로그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Karuka

 

디자이너에게는 적당한 나르시시즘도 필요하다

호주 케언스에 가면 제 그림으로 된 가게가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되려는 자질에는 공감 능력뿐 아니라 적당한 나르시시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핀터레스트를 보다 보면 종종 자괴감에 빠집니다. 내가 하는 디자인이 구리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케언즈에 제 디자인으로 꾸며진 가게와 팸플릿, 기념품을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제 그림 혹은 디자인을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저를 한국이 아닌 호주에서 알릴 수 있는 첫 작업이었기 때문에 자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직장인 디자이너의 차이

저는 어렸을 때부터 반장, 부반장, 회장, 총무 등 리더를 다양하게 해봤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리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참 힘들었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막내 디자이너였는데 리더의 역할 수행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의류학과 졸업 후 입사한 한국의 의류회사에서는 야근이 기본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야근을 하면 창의력이 떨어지는 사람임을 깨달았습니다. 야근을 반복하면서도 디자인을 잘하는 동료를 볼 때면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야근이 당연한 한국 사회와 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TMLsPhotoG

 

물론 조직 생활도 장점이 있습니다.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온다는 거죠. 그리고 선배나 사수가 있다는 점입니다. 모르면 물어볼 수 있고 혼나면서라도 배울 수 있으니까요. 디자인뿐 아니라 품명 생성원리, 원단 관리, 발주관리 등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반면 프리랜서는 자유로움이 가장 큰 장점이죠. 제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프리랜서에게 떨어지는 일은 을도 아닌 ‘정’의 단계에 이르는 일이 많습니다. 하루가 급한 일들이죠. 그래서 사실 프리랜서여도 야근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가 되었지만, 일주일은 일이 없어서 놀고, 일주일은 바빠서 밤을 새우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바쁠 땐 너무 바쁘고, 한가할 때는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거의 백수 생활을 했습니다. 한 달에 10만 원을 번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600만 원을 벌어도 쉽게 좋아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 달에 일이 또 생긴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물론 다시 돌아가도 저는 프리랜서를 할 것 같아요. 앞서 이야기한 리더의 성향 때문입니다. 스스로 관리하는 일이 돈을 적게 벌더라도 제게는 더 잘 맞았습니다. 지금은 다시 취업하게 되었지만, 호주의 회사는 야근이 거의 없고 수평적인 분위기라 제가 생각하는 회사 생활의 장점과 프리랜서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는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freepik

 

인지도가 쌓이기 전에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하려면?

제가 프리랜서가 된 것은 사실 우연이었습니다. 막연히 30대에는 프리랜서가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25살 유럽 여행을 다녀온 후 마땅히 할 일이 없어 페이스북에 그림을 그려서 올렸는데 한 업체에서 프리랜서 일을 맡기더라고요. 제 디자인으로 티셔츠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다행히 패션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한 경력이 있어서 수월하게 프리랜서 일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작업을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지속해서 올리다 보니 지인들이 일을 소개해주더라고요. 인터넷 포트폴리오를 보고 연락 오는 경우도 2할 정도 되고요. 함께 일했던 파트너와 다시 일하는 경우도 1할 정도 됐습니다. 그래서 프리랜서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랜서 생활의 명과 암

지인들은 종종 프리랜서 일하는 제가 부럽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막상 프리랜서로 일해보면 회사에서 야근하는 스트레스만큼이나 수입의 불안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큽니다. 

 

그런데도 프리랜서의 장점은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꾸준히 해서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의 경력이 쌓이고 스킬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작업은, 회사 생활에서는 쉽게 느끼기 힘든 과정입니다.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하며 성장해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프리랜서의 장점이 조금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rawpixel

가장 이상적인 것은 프리랜서이지만 기업의 프로젝트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프리랜서로 일하다 다시 취업한 저로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신제품으로 만드는 팀워크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영역은 한계가 있습니다.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꾸릴 수는 있지만, 1만 명이 소비하는 프로젝트나 10만 명이 공유하는 앱을 만들기는 힘들죠.

 

따라서 멘티님께서도 시작은 기업에서 하시길 추천합니다. 기업의 문화와 업무 스타일도 익혀보세요. 그 과정이 훗날 프리랜서가 되어 만나는 파트너와의 소통에서 분명 좋은 영향을 미칠 거예요. 또 프리랜서는 수입이 불안정하므로 쉽게 추천할 수 없습니다.

 

프리랜서를 택하든 풀 타임 디자이너가 되든 모두 가치 있는 일입니다. 본인의 성향에 맞는 일이 중요하겠죠. 멘티님은 아직 대학생인 것 같은데 일단 꽂히는 대로 움직여보세요. 저 또한 많은 실패의 경험이 앱을 만드는 UX, UI 디자이너라는 현재의 자리로 오게 했습니다. 모든 경험은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멘티님께 이렇게 답변을 드리는 것이 저한테도 큰 도움이 되네요.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는 시간이 됐거든요. 멘티님도 잘 고민하셔서 적합한 판단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멘티님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김지숙 멘토
KB라이프생명 · IT개발2부
디자인/예술
'열심히 하면 잘 된다.'라는 막연한 답을 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힘들때 어떻게 버텨야하는지, 디자인이 도저히 안될때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등 저의 다양한 경험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데까지는 도와드리는 시니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디자이너분들은 포트폴리오 첨삭도 해드립니다! 문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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