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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공공성과 수익을 둘 다 잡을 수는 없을까요?
잇다(itdaa) · 대표
약 5년 전
💬 멘티의 질문

안녕하세요, 멘토님!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멘티입니다. 제가 학교에서 열리는 신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나갈 생각인데, 멘토님의 조언을 구하고자 글을 남깁니다.

저희 팀은 ‘밥이 없는 밥집 - 할머니 집’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했습니다. 학교 안에서 식사를 좀 더 싸게 해결하고 싶은 학생이 많다는 생각으로부터 아이디어가 시작됐습니다.

또한, 어르신을 고용함으로써 노인들이 직접 돈을 벌 수 있고, 청년 세대와 소통하며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과 노인, 모두가 상생하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Alexxndr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자면, 학생들이 직접 밥을 싸 오면 저렴한 가격에 반찬만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제 생각에는 반찬 1개에 1,0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을 붙이고 싶은데, 조원들은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더 높은 가격을 매기자고 말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저렴하면서 질 좋은 반찬을 제공하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라 생각해서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음식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고 크라우드 펀딩 같은, 기존과 다른 방식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요.

아무래도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사업계획서를 쓰는 과정에서 사업 취지와 수익성이 충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문가 멘토님이 조언을 주신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럼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 조윤진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보내주신 질문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접근 방식도 신선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취지와 사업의 연결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멘티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katemangostar


첫 번째 난관 :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은 필패의 지름길
일단 학생을 대상으로 반찬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하셨는데요. 반찬을 1,000원에 판매한다고 하면, 멘티님은 반찬의 품질과 양을 어떻게 설정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한 번 들어볼게요. 요즘 반찬가게는 멸치 50g을 2,000~5,000원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왜 그 가격으로 책정했는지 생각해보셨나요?

이는 건물 임대료, 인건비, 기타 운영비용(전기, 수도, 가스 등)을 포함해서 설정된 가격입니다. 단순히 재료 원가만 따지는 것이 아니고, 장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비용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거죠. 만약 1,000원으로 비용을 책정한다면 운영비를 감당하기 힘들 겁니다. 

따라서 멘티님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존 시장 가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겁니다. 반찬가게나 학교 주변 식당들을 돌아다니면서 샅샅이 조사해보세요. 이때 고객의 관점이 아닌, 사업을 운영하는 식당 사장의 관점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Farknot Architect


두 번째 난관 : ‘캠퍼스 내부’ 사회의 특수한 시장 상황
저는 멘티님의 사업이 캠퍼스 안에서 진행된다고 이해했는데요. 그렇다면 가격에 대한 고민과 함께 더 중요한 변수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과정입니다.

대학에는 여러 이해 당사자가 존재합니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매점, 식당 등은 주로 생협(학교생활협동조합)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생협의 주요 수입원은 매점과 식당에서 나오는 매출인데, 멘티님의 아이디어는 생협의 수익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이 등장한다면 당연히 반발이 있겠죠.

그렇다면 대학 총장과 같은 의사결정권자를 직접 설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결정권자 입장에서도 결정을 내리려면 ‘명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멘티님의 모델은 
겉으로 보기에 취지는 좋아 보이지만, 신뢰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기존에 사업을 하고 있던 생협을 위협할 수 있을뿐더러, 반찬의 품질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음식 장사는 신선한 품질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반찬으로 인해 식중독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요? 대학 안에서 사업을 하려면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Jirsak


해결책 : ‘시범 운영’ 테스트로 현실 수요 파악하기
그럼 이제부터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실마리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Lean Start Up1) 방식을 추천합니다. 거창한 판부터 벌이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학생들 수요는 얼마나 있는지, 우리는 반찬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지 먼저 검증해보는 겁니다.

일단 멘티님이 직접 반찬 3종을 구매해서 친구들에게 팔아보세요. 아이디어에 따르면, 친구들이 밥을 직접 사 와야 할 텐데 귀찮아하지는 않는지, 반찬에 만족하는지, 그렇다면 반찬을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 테스트해 보는 거죠. 이것이 Lean Start Up 방식인데, 이번 사업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무턱대고 어르신부터 고용하는 게 아니고, 실제 소비자(학생)가 직접 구매하는 과정을 확인하는 게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온전히
 ‘제품’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인데요. 소비자는 가치 있는 상품보다 필요한 상품을 우선 구매하기 마련입니다. 취지도 좋지만, 주 소비층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보세요.

이렇게 아이디어를 실행해보고, 나중에 결과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건투를 빕니다!


1) Lean Start Up (린 스타트업) : 아이디어를 빠르게 최소요건 제품으로 제조한 뒤에, 시장의 반응을 보고 다음 제품에 반영하는 것을 반복해 성공확률을 높이는 경영 방법론 중의 하나이다.


감사합니다, 멘토님! 조원들과 고민하던 차에 멘토님의 조언으로 의문점이 해소되었습니다. 고집은 그만 부리고, 실질적으로 소비자의 수요를 이해하려는 걸 우선 목표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열심히 아이디어를 개선해보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소식 전해드릴게요!


조윤진 멘토
잇다(itdaa) · 대표
전략/기획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에 기업 채용 공고를 보았습니다. A 기업 '영업'과 '영업 관리' 채용 공고에 적힌 두 직무의 역할과 차이를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고 선배와 주변 사람들을 통해 알아봤지만 정확한 대답을 듣기 어려웠습니다. 취업을 하고 몇 개월이 지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산업과 기업에 따라 직무의 역할은 매우 다른데 현재 정보를 제공하는 온/오프라인 채널로는 부족했습니다.
지금의 잇다를 어렴풋이 떠올린 순간입니다.
잇다는 국내/외 다양한 조직에서 근무하는 현직자를 만나볼 수 있는 커리어 플랫폼 서비스입니다. :)
저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기업에서 3년 동안 국내/해외 영업을 담당하였습니다. 20대에 퇴사하고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창업하였습니다. 11년 동안 다양한 시도를 통해 배우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나아지는 일을 즐깁니다.
#피터 드러커를 존경하고 일론 머스크를 좋아합니다.
#레이 달리오의 '원칙'을 학습하며 잇다의 원칙을 만들고 있습니다.
#최진석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장르'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러닝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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