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프리랜서 PD님을 만나 직접 질문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잇다에 멘토님이 계셔서 정말 반갑습니다! 답변 외에도 해주고 싶으신 말씀들이 있다면 편하게 부탁드립니다.
1. 회사와 다르게 프리랜서의 경쟁력은 무엇이며, 프리랜서로서 업무를 따는 경로와 노하우가 있나요?
2. 앞으로의 성장 계획이 무엇인가요?
3. 추천하는 경험이나 경력이 있을까요?
4. 중요한 직무역량에는 무엇이고 실제 산업에서 어떻게 사용되나요?
답변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멘티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 저도 반갑습니다! 바로 질문에 답변드리겠습니다.
프리랜서의 경쟁력 & 업무를 얻는 노하우
프리랜서의 가장 확실한 경쟁력은 '포트폴리오'입니다. 얼마나 다양한 경험이 있는지, 그 바닥에서의 명성은 어떠한지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들이 중요합니다.
업무를 얻는 노하우라고 한다면,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게 가장 중요한 전략이겠죠. 경로로 말씀드리자면 사전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쌓으면서 이미 나와 작업을 해 본 클라이언트들이 재구매를 하거나 입소문을 내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원래 공채로 시작했지만 프리랜서 시장에 나오면서부터는 액수에 상관없이 무료 혹은 초저가로 전방위적으로 영상 쏘아대며 포트폴리오를 쌓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퀄리티는 항상 최고를 고집했습니다. 그때 저와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돈 되는 기회가 생겼을 때 저를 먼저 찾지요. 이렇게 만나는 클라이언트들의 급이 점차 올라가 지금은 방송국이 되고, 정부 기관이 되고 합니다.
프리랜서에게 ‘재구매와 입소문은’ 업무를 얻는 중요 경로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어요. 본인이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자부해도 기성 방송인이 볼 땐 어차피 어리고 부족하게 보이기 때문에 믿음을 주기 힘듭니다. 콘텐츠 시장에서의 '실력'이란 '손재주'가 아니라 기획 의도를 충실히 구현해 내는 인문학적 통찰력과 경험이기 때문에 초짜가 절대 실력자로서 등판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닙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길게 보고 차근차근 신뢰를 쌓을 생각이 없다면 방송국 공채PD가 되든 외주 프로덕션 PD가 되든 특정 조직의 힘을 등에 업고 인맥과 포트폴리오를 쌓은 뒤에 프리랜서로 나오는 게 순서입니다.
특히 방송계는 'PD 입봉'이라는 독특한 인습이 있는데 이건 기존 PD 선배들로부터 인정받는 과정이라서 조직 출신이 아니면 아예 성립 자체가 안 됩니다. 입봉 과정이 없다면 애초에 PD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영영 조연출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 고려하셔서 방송 입문에 신중을 기하시기 바랍니다.
프리랜서 멘티의 계획
먼저 외주 프로덕션에는 없는 방송국 공채 출신의 이점, 방송국 공채들에게는 없는 퇴사와 프리랜서, 유튜브 경험과 유튜브 생태계에는 없는 방송 급 퀄리티 등을 결합하여 모든 종류의 클라이언트를 섭렵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통시장에서 물건 파는 아주머니부터 국제기구, 방송 납품에 이르기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혀 가고 있고 지금은 지상파 PD들이나 정치인들 대상으로 강연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어요. 계속 펼쳐나갈 생각입니다. 누구나 콘텐츠를 누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만든 회사 이름이 '콘텐츠 민주주의'거든요.
주요 직무역량
많은 분이 촬영 기술, 편집 기술들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데요. 방송에서 쓰이는 기술이란 게 딱히 별거 없습니다. 포커스만 안 나가면 되지 어느 타이밍에 어느 앵글을 선택하느냐, 어떤 그림 뒤에 어떤 그림을 붙이느냐 하는 건 판단의 영역이지 기술의 영역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사정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편집 프로그램 화려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고 혹세무민하곤 합니다. 그런 것은 포인트가 아닙니다.
'판단력, 통찰력, 창의력, 기획력' 등이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어요. 이런 역량을 갖추려면 평소에 사회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미디어도 오락보다는 모니터링하는 자세로 소비하고 늘 머릿속에 기획을 굴리는 습관을 가지시면 유리합니다.
뛰어나고 화려하게 편집 툴을 다루는 능력 자체는 중요 포인트가 아닙니다
PD는 스토리텔러, 자신만의 무언가를 추구해 본 경험이 있나요?
PD는 자기가 아는 걸 대중에게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대중에게 필요한 걸 대신 공부해서 쉽게 설명해 주는 스토리텔러예요. 따라서 도움이 되는 경험이란 게 딱히 있진 않은 것 같아요. 물론 뭔가를 제작해 봤다든가, 공연을 해봤다든가, 여행을 많이 다녔다든가 하는 것들이 있겠지만 어차피 다 그 나름 도움이 되는 경험들인 거지 PD 직종에 특화된 경험이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남들이 정해준 길 밖에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추구해 본 경험이 있다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똑같은 경험 속에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실험을 지속하신다면 충분히 좋은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제 대답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멘토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드린 질문이 두루뭉술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자세하게 써주셔서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아직 부족하고 모르는 것도 많지만 차근차근 실력을 쌓고 남들에게 증명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해야 할 거 같습니다. 다음에 꼭 현직에서 뵐 수 있는 날을 희망합니다. 그럼 2020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