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티님, 안녕하세요! 먼저 소박한 저의 이력에도 진심어린 질문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답변을 작성하기 전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제 답변은 어디까지나 한 개인이 겪어온 경험에 기반한 것이기에 멘티님의 상황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그건 멘티님의 과정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각자 다른 개체이기 때문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큰 실망이나 기대 없이 그저 하나의 긴 글을 편히 읽는다는 생각으로 답변을 봐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질문 주신 순서대로 차례차례 답변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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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경험 없어서 걱정? ‘백지 캔버스’의 매력은

일단 인턴 경험에 대한 제 답은 'No'입니다. 중견 광고홍보회사에서는 인턴 경험이 중요할 수 있어요. 하지만 소규모 혹은 인하우스가 아닌 대행사의 경우엔 인턴 경험보다는 지원자가 회사와 어떤 시너지를 낼지를 더 많이 봤던 것 같아요.

대행사 특성상 로테이션이 잦고, 을의 역할이 대부분이기에 ‘대행사형 인재’가 따로 있진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대행사에서는 다른 회사에서 인턴 경험을 하고 와도 다시 수습, 인턴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죠.

또 회사별로 주로 취급하는 클라이언트가 다르고, 제안서를 작성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경험을 한 것보다 사회의 생태는 알지만 당사의 그림을 더 자유롭게 녹여낼 수 있는 백지의 캔버스를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제가 멘티님의 상황이었어도 온라인 광고대행사 자기소개서에 중견기업 인턴 경험을 녹여내기가 어려웠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경영 컨설팅 분야는 광고보다는 홍보에 더 맞닿아 있고, 인턴은 보조 업무를 담당했기에 실무 역량을 크게 발휘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요. 아무래도 면접관 입장이라면 다른 면접자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더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리하자면 인턴 경험이 합격의 필수 요소는 아니에요. 하지만 면접 전형에서 질문거리를 만들 수 있는 내용이 다른 면접자들에게 많았기 때문에 질문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많이 갔던 것 같네요. 너무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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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의 나열보다는 나만의 강점을 어필하세요!

먼저 회사가 경력 혹은 이직이 아닌 ‘신입’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풋내기 학생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거든요. 그 시선에 괜히 위축되거나 본인의 경험이 작은 경험이라고 지레 짐작할 필요 없다는 뜻이에요.

저는 입사 당시 파워포인트로 어쭙잖은 포트폴리오를 100장 넘게 만들어 갔었는데요. 대표님은 그 두께만 확인하실 뿐 펼쳐보지도 않으셨습니다. 이미 이력서에 기재하기도 했고 그 경험들은 어차피 실무적 경험과 간극이 있기 때문이죠.

멘티님이 지금껏 해왔던 것들은 정말 어디에나 자랑할 만한 좋은 경험임은 확실합니다. 그 경험들의 네이밍이나 어떤 성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획과 실행을 통해 발견한 본인만의 장점이나 본인이 특별하게 잘하는 부분을 어필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저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볼게요. 면접에서 장단점을 묻는 질문이 들어왔어요. 단점으로 일정 준수를 어려워한다고 대답했죠. 그것이 홍보와 광고회사에서 얼마나 치명타인지는 저도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대답했어요.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죠. 다이어리를 쓰고, TO DO리스트를 작성하고, 마감이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을 다양한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면서 습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어필했어요. 이런 제 노력을 면접관 분들은 신선하게 생각해주시고,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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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업계의 어두운 전망, 뛰어들기 겁난다면

안타깝게도 이 질문은 현직자인 저로서도 부정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특히나 언론홍보는 팩트보다 온라인 조회수 순위가 중요하다 보니,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천편일률적인 보도/기획자료 형태로 배포되면서 중요성이 많이 낮아지고 있죠.

온라인 채널의 경우에도 너무 과포화 상태에요. 집중 공략할 타겟 하나만 익혀서 홍보를 진행하는 건 개인의 역량이나 커리어에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과거처럼 큰 브랜드 홍보대행 경력이 이직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거든요. 요즘엔 오히려 작은 독립출판, 1인 미디어 운영 경력이 우대를 받는 상황이거든요. 아직 취업도 하지 않은 분께 너무 팩트폭력을 날린 것 같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업계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나마 내가 잘 하고 재밌어하는 분야이기 때문이에요. 제 대학 동기들 중에는 누구나 다 알만한 네임밸류 높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도 많고, 학원 1타 강사가 된 선배, 승무원이 된 후배 등 훨씬 좋은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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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그런 일은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야식으로 같이 떡볶이를 먹으며 클라이언트를 잔뜩 욕하고 보도 자료를 쓰며 야근을 하고 있는 나, 기자님들께 욕먹고 조금 울었지만 이번 달에는 잡지에 클라이언트 제품이 5번이나 나왔다며 어깨춤을 추며 클리핑하는 나, 제안서를 작성할 때까지만 해도 분명 ‘설마 이걸 진짜 하라고 하겠어?’ 했으나 진짜 집행하고 있는 나. 이런 나의 모습이 전부 마음에 들기 때문에 계속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늘 떠나고 싶지만 굳이 떠날 이유는 없는, 어쩌면 이런 나를 받아준 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아직 남아있어서랄까요? 몇몇 사람들은 '배운 게 도둑질이라' 한번 발을 들이면 못 나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또 막상 그렇지도 않거든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관심 있는 분야에 도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충분히 답변이 되었을까요? 멘티님은 저의 새내기 신입 시절에 비해 훨씬 성숙한 경험이 많으시니 자신감 있게 지원해보셔도 될 것 같아요.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 잇다를 통해 질문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