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막 공대 2학년으로 복학한 멘티입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전공이 저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졸업하고 취업을 한다 해도 걱정밖에 안 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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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진로에 관해 고민하던 와중에 모션 그래픽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는데요. 매력적이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 쪽으로 진로를 잡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고민하고 스스로 결정한 일이니만큼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어떤 과정부터 시작하고 거쳐야 할까요?
4년제 대학의 시각디자인과를 다니는 게 좋을까요? 만약 시각디자인과로 편입을 한다면 입시 미술 같은 걸 해야 하지 않나요?
제가 지금까지 미술을 해본 적이 없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모션 그래픽도 결국은 디자인이기에 드로잉을 잘하면 좋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있지만 드로잉 같은 분야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배워나갈 계획이라 대학 입시에 시간을 많이 뺏기고 싶지는 않네요.
관련 학위가 필요한지, 차라리 학원을 다녀서 자격증을 따는 게 나은지 알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일단 멘티님이 주신 질문을 읽어봤을 때 크게 두 가지로 주제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첫 번째 주제로 모션그래픽 공부를 위한 시각디자인/영상디자인 학과 입시 혹은 편입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두 번째로 주제로 전공 상관없이 모션그래픽을 공부하는 방법, 관련된 과정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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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션그래픽 공부를 위한 시각디자인학과/영상디자인학과 편입 방법
먼저 저는 미대 편입 경험자이기 때문에 편입으로 미대 가는 방법을 더 자세히 설명해드릴게요. 그런데 제가 2010년도에 미대로 편입했기 때문에 지금의 입시 요강이나 지원 조건들이 제가 편입 입시를 했을 때와 달라졌을 것이라는 점은 감안해주시고 참고로 들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먼저 입시의 유형이 대학교 때 2학년 과정까지 마치고 지원할 수 있는 '일반 편입'과 학점 은행제를 통해 140학점을 채워서 학사학위를 받은 뒤 편입에 지원하는 '학사 편입'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저의 경우 학교에서 디자인 관련 수업이나 프로그램은 배우긴 했었지만 자연계열 학과였습니다. 미대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학교를 2학년 과정까지 마치고 휴학한 상태로 학사편입을 준비했었고요. 준비 기간 1년 중 반년은 관련 자격증이나 시간제 강의 수업으로 필요한 학점을 채우고, 나머지 반년은 홍대에 있는 편입 미술 학원에 다니면서 편입 미술 실기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저 역시 미대 입시를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편입 미술을 하는 것이 낯설었어요. 하지만 편입 미술 학원에는 저 같은 비전공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점이 입시를 준비할 때 큰 핸디캡이 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학원에서는 주로 시각디자인과 혹은 영상디자인과에서 요구하는 편입 입시 유형인 포스터나 일러스트(간혹 상황표현)를 배웠고 지원했던 학교 중 하나 빼고는 다 포스터 실기 시험을 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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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기간
비전공자들이 미대 편입을 준비하는 기간은 각자 차이가 있지만 짧은 경우 3~4개월, 긴 경우 1년 정도 편입 미술 학원에 다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편입 실기를 쳐서 합격한 경우는 준비 기간이 길어지는 것 없이 끝나지만 모든 학교에서 다 불합격하는 경우 그 다음 해도 재수해서 더 입시 기간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거의 2년 이상 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원비
제가 다녔을 때는 30만 원 후반대였으나 지금 거의 7~8년 지났기 때문에 지금 다닌다면 매월 40만 원 이상은 학원비로 지출하실 거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편입 시험 시즌이 되면 방학 특강처럼 수업이 진행되는데 이때는 종일 수업을 하고 학원비는 몇 배로 뜁니다.
+ 편입보다 조금 덜 치열한 미대 입시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주변에 미대 입시를 경험한 지인들의 경험을 빌려 이야기해드릴게요. 먼저 시각디자인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요구하는 입시 유형 - 발상과 표현, 수채화, 정밀묘사 등의 수업을 학원에서 배우고 적어도 1년, 길면 2~3년 정도 입시 준비를 합니다.
준비 기간 역시 편입 입시처럼 천차만별이지만 재수, 삼수를 해서 원하는 미대를 가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준비 기간이 더 늘어나고요. 학원비는 매월 40만 원 이상, 학년이 올라갈수록 50만 원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고 방학특강을 들을 경우 300~400만 원 정도 내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편입 입시보다 미대 입시가 기간이나 비용이 더 들고요. 대신 미대 입시가 편입 입시보다 모집 정원이 많기 때문에 경쟁률은 편입 입시보다 덜 치열합니다. 미대 입시가 4:1 라면 편입 입시는 10:1~100:1까지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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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시간과 비용의 소모가 심해도 미대에 입학해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다, 미대 졸업장을 얻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면 입시든 편입이든 준비해보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각디자인/영상디자인과에서 공부하고 졸업하는 것은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는 정답 같은 길이 아닙니다. 따라서 굳이 해보라고 추천하지 않습니다.
물론 시각디자인과, 영상과 출신이어서 좋은 점이 있기는 합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장점은 학교 과제로 드로잉, 디자인을 많이 해본다는 점, 인정할만한 미대에 진학했을 경우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고 경쟁할 수 있는 점, 미대 네임벨류가 취직에 아주 약간 이득을 주는 점, 학교에서 디자인 관련 행사나 활동을 지원해주는 점, 간혹 업계에서 훌륭한 교수님을 만날 수 있는 점 꼽으라면 이 정도 좋은 점이 있고요.
그 외에 전문기술을 배워 취업하기엔 단점투성이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대 선배 동기, 후배 친구들과 공부하고 싶다거나 미대 졸업장을 얻겠다는 목적 아닌 이상, 시간과 돈을 아끼고 싶다면 차라리 전문 모션그래픽을 학원에서 가서 취직에 도움 되는 교육을 받으라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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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영상학과 상관없이 모션그래픽을 공부하는 방법
모션그래픽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절반은 디자인과 출신이고 절반은 인문계/자연계 출신입니다. 즉, 과에 상관없이 본인이 어느 정도 수준의 기술과 디자인 감각이 있다면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일할 수 있다는 건데요.
제가 모션그래픽을 공부했던 한국콘텐츠진흥원 아카데미의 동기들의 경우 화학과 출신도 있었고 신문방송학과, 경영학과 출신도 있었습니다. 다들 과에 상관없이 모션그래픽 교육을 5개월 정도 받고 포트폴리오를 3~4개월 정도 만든 뒤 과정을 수료하고 그 이후에 모션그래픽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지금 제 회사 대표님, 동료분의 경우 대표님은 영문학과 출신이고 같이 일했던 팀장님은 신문방송학과 출신이었는데요. 둘 다 대표적인 모션그래픽 학원 중 하나인 VDAS에서 파운데이션 과정부터 어드밴스 과정까지 다 거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모션그래픽 업계로 발을 들였고 지금 실무에서 잘 일 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해드리는 이유는 시각디자인과/영상학과가 아니어도 모션그래픽 전문학원에서 적게는 6개월~길게는 9개월 정도의 배우고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비전공자도 충분히 취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발췌: 학원의 교육을 통해 비전공자 취업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Alex Brylov
모션 그래픽 학원 중에서 VDAS와 모션랩이 전문 교육 기관 중 대표적인 곳이고 여기 두 학원을 주축으로 많은 예비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실무에서 일하다 보면 두 학원 출신들이 업계에 많이 자리 잡아 활동하고 있고 서로 많은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입시를 준비하는 시간, 비용 등을 절약하고 싶다면 상대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덜 드는 전문학원에 다녀보시라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전문 모션그래픽 학원의 경우 기초부터 전문과정까지 수강하면 대학교 등록금 맞먹는 금액(대략300~500만원 사이)이 나와 부담스럽긴 합니다. 하지만 미대 출신 학생들도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취업할 때 도움이 안 돼서 휴학하거나 졸업 후에 위 두 학원 과정을 수강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미대 재학 혹은 졸업 후 학원 과정 수강하는 것보다 바로 전문학원에 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시간과 비용은 더 절약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학교를 거치지 않았다면, 전문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을 추천해요.
+ 자신의 여건에 맞게 수업을 들으세요
혹시 대학등록금 정도의 돈을 내기엔 부담스럽거나 6~9개월 정도의 시간을 내기 힘들다면 경우 디노마드, 아카데미 정글, 패스트 캠퍼스, VSlab 같은 디자인 교육기관에서 하는 1~3개월짜리 디자인 단과 수업을 통해서 Illustrator, Photoshop, After Effects, Cinema 4D 등을 배우거나 포트폴리오 만드는 수업을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모션 랩이나 VDAS와 같이 전문과정 코스로 학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은 아니지만 본인이 부족한 프로그램들을 배울 수 있고 실무에 필요한 기술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위의 기관에서 배우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여건에 맞게 필요한 교육 과정을 들으면 좋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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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 갈 경제적 여유가 아예 안되는 경우 국비지원 과정이 있는 학원을 알아볼 수도 있습니다. 비록 요즘 국비지원 과정들이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진행되고 있는 국가지원 취업 교육 프로그램들이 있기 때문에 잘 찾아보시면 모션그래픽에 관련된 과정을 무료로 혹은 적은 비용으로 배울 수도 있습니다.
이것마저 힘든 경우 유튜브나 비메오에 있는 튜토리얼 영상들을 보면서 공부하거나 디자인 이론 도서를 읽으면서 공부하는 방법도 있고요. 요즘 괜찮은 인터넷 자료들과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시간 투자를 한다면 독학도 가능은 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일 수 있겠지만요.
자격증 취득보다, 포트폴리오의 수준을 높이세요
모션그래픽 일을 하는데 자격증은 필요 없습니다. 관련 자격증이라고 억지로 연결해봐야 시각 디자인 산업 기사, 컴퓨터 그래픽 기능사 정도가 있는데 실무 일을 할 때 디자인 할 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도 않고요. 회사에서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자격증을 따는 것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의 수준을 높이는 게 앞으로 취업할 때 더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드로잉은 실무에서 잘하면 잘할수록 좋습니다.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니까요. 드로잉을 잘하고 싶다면 독학으로 매일매일 그림 연습 하거나 화실을 다니거나 드로잉 단과 과정을 들으면서 드로잉 실력을 키우세요.
글을 쓰다 보니 길어졌는데 제 글에서 원하시는 대답을 얻으셨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더 궁금한 점이 있거나 다른 질문을 하고 싶으시다면 또 질문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