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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어떤 사람이 되고 또 어떤 활동이 필요할까?
(주)콘텐츠민주주의 · 대표이사
약 3년 전
💬 멘티의 질문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재학 중인 21살 학생입니다. PD를 희망하고 있는데 막막한 부분이 있어 고민하다 이렇게 멘토님께 몇 가지 질문을 드리러 왔어요.


 ©️Onur Binay


1. 앞서 말했듯, 저는 지금 21살의 1학년이 되었는데요. 요즘엔 대학을 혹은 직장을 다니다가도 다시 수능을 보는 사람도 많아 나이는 상관없다는 걸 알면서도 주위의 벌써 취업을 준비하는 몇몇 동갑의 친구들을 보니 조급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부터 뭐라도 해보고 싶은데 혹시 이런 지금 제 상황에 추천해 주실 만한 활동이 있을까요? 대외활동, 교내 활동, 개별적 활동 다 좋습니다.

 

2. 멘토님은 어떤 계기로 PD를 희망하시게 되었나요? 사실 저는 몇 년 전까지 기자를 희망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냥 단순히 PD라는 직업에 흥미를 느껴 PD란 직업을 꿈꾸게 됐습니다.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PD란 어려운 직업에 뛰어들어도 괜찮을까요?

 

3. 멘토님은 PD란 직업에 보람을 느끼셨을 때가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4. 예전에는 생각이 없었지만 얼마 전부터 저도 창직에 관심이 생겼는데, 마침 멘토님이 창직도 하신 분이라는 걸 보고 드리는 질문입니다. 창직을 결심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간략한 창직 과정이 듣고 싶습니다.

 

쓰다 보니 질문이 길어졌네요. 간략하게라도 답변 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그럼 멘토님의 조언 기다리겠습니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는데 더위 조심하시고, 코로나도 조심하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 김도연 멘토의 답변


반갑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드려 볼게요.

 

나이가 혹시 발목을 잡지는 않을까요?

일단 방송 쪽은 출연자가 아닌 이상 나이 많은 게 강점이면 강점이지 약점이 되진 않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과 관계 맺으면서 케어하거나 때론 기싸움도 해야 하고, 리더십과 책임감 발휘할 일도 많다 보니까 관록이 필요한 부분이 많거든요. 그래서 기자나 PD들은 일부러 연차를 속이면서 '있어 보이니즘'을 실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나이에 대해선 신경 쓰실 게 없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요.


 ©️Fringer Cat


어떤 활동을 해야 PD가 될 수 있을까요?

PD가 되기 위해 특별히 유리한 활동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대학교 때 과반에 밴드를 조직해서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데요, 그냥 노느라 그런 거였지 특별히 취업을 위해서 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PD뿐 아니라 대부분의 직업이 다 그렇듯, 유난히 도움 되는 경험이 특정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면 그 경험의 가치를 일렬로 줄 세우기가 가능하겠지만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고 같은 경험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무슨 경험을 해 봤느냐'라는 자체가 평가 기준이 될 수는 없지요.

 

중요한 건 '너의 경험에서 무엇을 얻었느냐'라는 가치 매김이라고 생각해요. 에베레스트산을 오른다는 특이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 해도 '산에 다녀왔어요' 이상을 말할 수 없다면 그저 그런 경험일 것이고요, 대학 생활 내내 배틀그라운드 하느라 학점이 개판 났어도 '국산 FPS의 세계화 전략과 주요 소비층이 느끼는 콘텐츠 매력도를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 미래에 유망한 콘텐츠의 제작 전략을 세우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후자가 훨씬 가치 있는 경험이 될 겁니다. 뭐든지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란 얘기예요.

 

다만 조금만 더 구체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그래도 혼자 하는 경험보다는 타인과 더불어 하는 경험이 더 좋을 것 같고 '취업을 위해 억지로 쌓은' 티가 안 나는 경험이 더 좋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대학생활, 다채롭게 하세요! PD는 5천만 국민을 상대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입니다. 폭이 넓을수록 유리합니다.

 

PD 어떤 가치관이 필요한가요?

PD의 직업적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하는 일 자체는 생각보다 가볍습니다. 겉으로 보면 그냥 사람들 모아서 팀 짜고, 영상 만드는 게 끝이에요. 물론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따라 좋고 나쁜 PD가 나뉘겠습니다만 원래 기자를 지망하셨던 사고방식이라면 충분히 PD에도 통하는 멘탈을 갖추셨다고 판단할 수 있겠네요. 

 

기자나 PD나 둘 다 언론인이기 때문에 사회와 시청자를 위해 좋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기자는 그것을 직접 전달하고, PD는 연출해서 작품으로써 전달한다는 차이가 있겠죠. 그니까 '그냥 한번 해볼까?' 정도의 마인드여도 기자 마인드에서 파생된 마인드라면 PD 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REX WAY


멘토님은 어떻게 PD를 꿈꾸셨나요?

저는 어렸을 때 그림 그리기, 책 읽기, 노래 듣기를 좋아했는데 그거 다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하다가 눈에 들어온 게 TV여서 그때부터 PD를 꿈꿨다가 여기까지 왔답니다. 올바른 PD 상이란 것도 방송사를 '졸업'하고 다양한 입장을 경험해 본 후에서야 정립됐고요. 누구나 PD가 되는 시점에는 아무것도 아닌 신참에 불과합니다. PD다운 PD가 되는 건 PD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에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언제 가장 보람있으셨나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기획하고 구상한 작품이 제 의도대로 구현됐을 때 즐거움을 느끼지만 이건 '보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감정이죠. PD는 예술가가 아니라 사회활동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의 작업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제겐 더 중요합니다. 

 

전 직장 퇴사하기 전에 제가 마지막으로 만든 게 회사 최초의 유튜브 콘텐츠(취업 관련)였는데요, 퇴사 후 5년이나 지난 시점에 누군가가 페메로 '그런 프로그램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라고 말을 걸어주더군요. 그때가 제가 개인이 아닌 PD로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Hester Ras


창직을 생각해 봐도 될까요?

창직을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제가 하려는 일이 기존의 직업 카테고리에 딱히 들어가지 않더라고요. PD의 성격도 있고, 마케팅이나 컨설팅의 성격도 있고, 또 저만의 스타일도 반영해야 했고… 그래서 아예 '콘텐츠 컨설턴트'라는 직업명을 천명하고 고용정보원에 연락해서 직업사전에 등재시켜서 알박기까지 해버렸죠. 

 

이게 좋은 게, 창직을 했다고 바로 돈이 되는 건 아니지만 '국내 1호'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마케팅 하기도 편하고 어디에 제안서 넣기도 구색이 좋아요. 또 실제로 콘텐츠 컨설팅이라는 장르를 개척하려는 의도도 있고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창직'이 보장해 주는 건 많지 않다는 겁니다. 저는 방송사 공채 PD였다는 경력과 퇴사 이후 1천 편이 넘는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이력이 있기 때문에 이걸 활용해서 설득력 있는 창직, 그리고 창업도 가능했던 거거든요. 

 

그런데 아무 이력도 없는 상태에서 막연한 기대로 창직을 해버리면 금전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보상받지 못하기 십상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기존의 직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어요. 다들 거기에 익숙해져 있고 해당 작업인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모든 시스템이 다 존재하거든요. 그런데 창직은 이 새로운 직업을 통해 먹고 살 시스템까지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에요. 따라서 창직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 직업을 통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까지 치밀하게 고민하신 뒤에 시도하시길 권하고요, 그게 아니라면 일단 기존의 직업 체계 안에서 경험과 역량을 충분히 쌓은 다음에 시도해도 늦지 않겠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상입니다. 혹여 또 궁금하신 것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질문이 여러 개였는데도 하나하나 자세하게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친절한 답변 덕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다음에 또 궁금한 점이 생기면 연락드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김도연 멘토
(주)콘텐츠민주주의 · 대표이사
미디어
똑똑하지 않아도 됩니다. 간절히 원하는 걸 찾는다면, 뭐든지 이룰 수 있습니다. 장애물은 포기할 핑계로 삼을 게 아니라 극복하거나 피해 가면 됩니다. 우리에겐 자유가 있습니다. 뭐든지 해도 되고, 할 수 있습니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해도 된다'라는 평범한 진실에서 출발하는 자유롭고도 신나는 삶.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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