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커뮤니케이션 산업 쪽으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 스펙 및 경험을 보면 아시겠지만, 라이선스(?)와 유관 분야의 서포터즈보다는 특이한 경험들이 많아 주변에서 저를 보고 '일반적인 취준 케이스'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이게 자부심이었는데, 취업을 하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Simon Launay
제 취업 방향은 상위 홍보대행사(KPR, 메디컴, 피알원/ 글로벌 대행사)와 일반 중견기업 인하우스(분야 상관 X) 홍보실/커뮤니케이션 둘 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홍보 분야의 신입이 하는 일은 모니터링, 데이터수집, 시장조사 등 어떤 일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거기에 맞춰 글쓰기, 엑셀, 산업 트렌드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고요.
저는 분야 상관없이 홍보(채널 운영, 콘텐츠 제작, 보도자료 작성, 기획) 인이 되고 싶습니다. 나름 자격증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만.. 진짜 이력서 채우기 용이라는 생각만 듭니다..
요즘 부쩍 고민이 많습니다.. 제가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짧은 조언도 정말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나열해 주신 긴 스펙을 보고 있자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 꾸준함이 부럽기도 합니다. 한 분야를 향해 다양한 방법으로 달려가시는 모습이 참 멋집니다. 그래서 왜 그렇게 걱정이 많으신 건지 이해가 가지 않던 중 - 저 역시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 답변을 드립니다.
©Clem Onojeghuo
먼저 멘티님께 묻고 싶습니다. 멘티님은 '취준생'이 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홍보인'이 되고 싶으신가요? 멘티님의 걱정이 처음 이해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원하고자 하는 방향도 홍보이고 그에 맞는 활동들을 차근차근 해오셨기에 저는 오히려 이런 점을 칭찬하고 싶었거든요.
대학생 중에 '마케터'를 희망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렇다고 '마케팅 관련 활동'을 제대로 해볼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적습니다. '홍보'는 더더욱 그렇고요. 그런데 이렇게 일맥상통한 대내외 활동을 해오신 것을 보니 정말 그 분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그러니 당연히 '일반적인 취준 케이스'는 아닐 수밖에 없죠.
불안감과 회의감에 공감한 것은 저 역시도 그랬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저는 멘티님과 다르게 직무나 직업 쪽에 대한 확고한 목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제가 즐거운 활동을 찾아 했죠. 제 대학 시절에는 '대외활동 춘추전국시대'였기에 너 나 할 것 없이 기업은 '마케터즈', '서포터즈'를 모집했고 그때 '열정페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화, 삼성, SK, 현대 등 대기업 서포터즈의 경쟁률은 그 회사의 취업 경쟁률보다도 높았을 정도입니다.
저는 그런 대기업 서포터즈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만 다른 여러 활동이 너무 재밌어서 다른 친구들에 비해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력서를 쓸 때였는데, 내가 한 30개의 활동보다 다른 친구의 임팩트 있는 '대기업 경험'이 더 가치있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안했습니다. 내가 너무 앞뒤 없이 살았나 보다... 후회도 하고요. 하지만 이만큼 시간이 흘러 생각해 보니 결코 부족한 경험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남들은 쉽게 해볼 수 없는 경험을 해봤다고 생각해요.
이건 업무를 하면서 아주 작은 포인트에서 차이를 내는데 이를테면 아무도 모르는 PPT 기능을 사용해서 빠르게 자료를 만들 수 있다던가, 누구보다 빠르게 구글링을 해낼 수 있는 능력 같은 것들이요.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경험은 분명 '홍보인'이 되고자 하셨을 때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들이라 생각이 듭니다.
방향을 잡으셨다면 그 방향대로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가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Kina To
마지막으로 상위 홍보대행사/인하우스를 목표로 가는 것은 좋지만, 만약 그보다 조금 작은 곳에 취업한다 할지라도 멘티님의 가치가 작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이 정도 경험과 스펙이라면 충분히 어떤 대행사든 환영하겠지만 만약 한 번에 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요. 저는 작은 대행사를 돌다가 더 작은 스타트업에 있었다가 현재도 중소기업 인 하우스에 다니고 있습니다만, 이곳에서도 충분히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운용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이 주어지고 그동안에 쌓이는 경험들도 무시할 수 없거든요. 또한 저와 함께 근무하던 다른 분들이 KPR, 프레인, 에델만에 가시는 걸 많이 봐온 입장에서 그분들이 그동안 작은 대행사에서 갈고닦은 실력이 아니었다면 그곳에서 살아남고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빠르게 변하고 그 트렌드를 고급스럽게 흡수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홍보업계에서 롱런합니다.
결국 '인사이트'가 홍보인의 수명을 좌우하는 것인데, 그건 경험밖에 답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멘티님의 지금까지의 경험은 적고 약해 보이지만 분명 내실로 축적되어 크게 발휘할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너무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마세요. 충분히 잘 해내고 계십니다.
선배님 정말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크지 않은 회사들도 저에게 좋은 커리어가 될 것입니다. PR 이란 게 사실 말이 PR 이지 광고, 마케팅 모든 부분들을 아우르다 보니 더더욱 복잡해서 이런 고민들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자신감을 잃지 않고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