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그래픽과 광고를 전공하고 현재 졸업 유예 상태 중인 20대 후반의 학생입니다.
©Med Badr Chemmaoui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려다 보니 자신 있게 넣을 수 있을만한 작품이 하나도 없어 당황스러운데요. 새 작품을 작업하려고 해도 작업의 방향성이나 제 능력이 떨어져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학기는 다 마쳤으나 작년에 졸업작품 팀이 엎어지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어 작품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고 작품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후로 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알바나 하면서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허접한 작품이지만 작품이 들어있는 USB를 잃어버려 이전 작품 수정 또한 불가한 상태입니다.
요즘은 디자인 능력을 보충하기 위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면서 졸업작품을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1. 낮은 능력치에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예 새로 작업을 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2.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1년 졸업이 밀려서 해외취업 교육을 계속 받아서 해외취업을 할지, 도중에 포기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멘토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바로 질문에 답변드릴게요!
©Pierre Châtel-Innocenti
포트폴리오 준비 방법에 대해서는 목표하는 바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퀄리티를 올릴 수도 있고, 현재 내가 가진 실력 안에서 빨리 포폴을 만들어 취업을 목표로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내 실력 안에서 포폴을 만들어 빠른 취업을 원하신다면 현재 수강하고 계신 온라인 클래스를 들으시면서 개인 작품을 만드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단순 툴 강의가 아니라 디자인을 어떻게 생각해 내고 표현하고 콘셉트를 짜 나가는지, 어떤 배치가 조화로운 것인지 등에 관한 강의를 들으셔야 합니다.
방법은 학교에서 과제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나만의 가상 주제를 두고 그에 관해 디자인을 하는 것이죠. 여기서 주의하실 점은 내가 취업하고자 하는 방향과 밀접한 분야로 하는 작품은 최소 5개 이상 두는 것이 좋으며 그중 1~2개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상세히 보여주는 편이 좋습니다. 포폴 작품이 개수가 적다면, 이 방법은 더욱 효과적입니다.
주제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라우드소싱과 같은 공모전 사이트에서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내용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공모전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해당 주제로 디자인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임의로 뭔가를 만드는 것보다 좀 더 현실적이니까요!
반면, 퀄리티를 올려서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고자 하신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사이를 바라보시는 게 좋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아시겠지만 실력이라는 게 단기간에 좋아지기 어렵기 때문이죠. 특히나 독학으로 한다면 나의 잘못된 점을 꼬집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더욱 힘듭니다.
코칭이 필요하신 경우에는 포폴 스터디를 꾸리거나, 학원을 다니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제가 포트폴리오 상담을 하면서 학원을 경험을 하신 분들을 종종 만나 뵈었는데, 학원에서의 수업에 만족하지 못하시고 저에게 다시 의뢰하시는 경우를 종종 봐왔기에.. 학원 커리큘럼에 대해서 꼼꼼히 살펴보신 후 등록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또한 학원에서 포폴을 만드신 분들은 "학원에서 만들었구나" 하는 티가 날 때가 있어요. 비슷하게 구성되는 어떤 패턴이 눈에 보이거든요. 그래서 학원 등록을 하신다면 이런 부분은 유의를 하셔야겠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어떻게 실력을 올릴 수 있을까요? 우선 내가 취약한 점, 부족한 점을 파악하는 게 좋습니다. 좋은 퀄리티가 안 나오는 경우, 대체로는 디자인 이론을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론만 잘 공부해도 실력 상승이 빠르게 됩니다. 영상과 광고를 전공하다 그래픽 쪽으로 넘어오셨다고 하셨는데, 이 모든 분야가 동떨어진 분야는 아니에요. 엄연히 시각디자인이라는 큰 틀 속에 있기 때문에 시각디자인 기초를 공부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드 디자인', '편집디자인'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책들을 한번 살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시각디자인의 기초는 어떤 요소를 어떻게 조화롭게 배치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데 이러한 부분이 이론적으로 정리된 책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더불어 표현력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시면 <만화의 이해>라는 책도 추천드립니다. 모 유명 대학 시각디자인 학과에서 교과서로 사용되는 책이거든요.
저도 비전공자로 시작했는데 대부분 책을 통해서 제 실력을 천천히 올려갔어요. 디자인을 책으로 배운다는 게 웃긴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으나 디자인은 '실기력이다'라는 지배적이고 당연한 생각 때문에 오히려 기초이론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센스와 감각 조형미를 보는 눈이 타고나신 분이라면 이론 없이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지만 그런 천재가 아니라면, 이론으로 실력을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만약 취업이 급하시다면 눈을 낮춰 작은 회사에 입사한 뒤, 퇴근 후 열심히 공부해서 이직을 하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답니다.
©Autri Taheri
해외취업으로 가게 되는 회사는 국내만큼 선택지가 다양하지는 않으므로 내가 커리어를 쌓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회사를 만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만약 나는 광고디자인을 하고 싶은데 그런 회사가 몇 없어서 패키지를 디자인하는 회사로 갈 수도 있는 것이죠.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일을 맡게 될 확률이 국내보다 좀 더 크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에도 해외취업을 나가는 것은 순전히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에 있습니다. 20대에 다른 나라에서 일해보는 새로운 경험은 분명 인생의 큰 이벤트이자, 나의 생각을 바꾸거나 어쩌면 인생 전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디자인 능력은 어떤 회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겠으나, 쌓기 힘들거나 정체될 수 있습니다. 유명한 기업에 들어간다면 성장하겠으나, 그런 곳은 이미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많아 경쟁이 심할 테니 들어가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해당 국가의 언어/문화/분위기에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걸리므로 당장 디자인 실력을 올린다기 보다 적응에 시간을 많이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외국의 디자인 스타일이 한국에서 선호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포트폴리오로서 활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잘 생각해 보시고 어떤 경험을 쌓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선택은 각자 개인의 몫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답변은 여기까지인듯합니다. 시간상 못 드린 이야기들도 많은데 더 궁금한 사항들은 재질문을 주시거나 잇다에 있는 제 다른 콘텐츠를 참고해 주세요.
제 의견은 개인의 경험에 바탕한 의견일 뿐이니 참고만 해주시고, 자신이 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이 물어보신다면 현명한 선택을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늘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