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야박하게 들릴 수도 있을 만큼 사실 아주 짧게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애초에 기획 업무에 현장 경험이 요구가 됩니다."

현장을 모르는 사람이, 제작 방식도 프로세스도 그리고 팀 세팅을 모르는 사람이 어찌 감히 기획을 하겠습니까. 기획 전담으로 뽑아도 진짜 기획자다운 일을 주기 위해서는 결국엔 사내에서 현장 경험을 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부족하지도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그 현장 경험이 쌓이기 전까지는 계속 선배들 수발들고 문서 작업하고 하는 일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을 거예요. 그 기간을 버티면서 조금씩 제작을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이 쌓이면서 본격적으로 기획자다운 일을 조금씩 시작하겠지요.

요즘이야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한다고들 하지만 전문가 세계에서는 제작 실무자로 들어가도 기획을 알아야 성장하게 되고 기획 전담으로 들어가도 어차피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무를 알아야 합니다. 때문에 어느 분야로 취직하더라도 5년, 10년 하게 되면 결국은 두 가지 다에 조예가 생길 것이고, 향후 진로에 대한 대강의 윤곽이 잡힐 겁니다. 

©Peter Stumpf

다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를 좀 알아보고 취직을 하셔야 합니다. 프로덕션 형태로 너무 많은 회사들이 난립하고 있다 보니까 아주 작은 회사가 제작을 하청에 재하청을 주면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런 경우는 제작 인력이 아예 필요가 없으니까 기획 PD라는 이름으로 채용해 놓고 외주 관리만 시키며 소위 부려먹다가 스스로 포기하길 기다리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니 매력적인 채용 건이 있더라도 이 회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업무가 어디까지일지 파악해 보고 업계 선배의 의견도 들어보고 하면서 안전한 취업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