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벌써 진로를 정해서 준비한다고 하시니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복수전공 신청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셔서, 나름대로 서둘러 답변을 정리해봤습니다. 다만 저보다는 전공 교수님이 훨씬 더 잘 아시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 상황에 관해 생각하신 것들에 모두 동의합니다. 질문에 답변하고 추가로 생각해보실 것들을 정리해드리는 게 도움이 되어드릴 것 같네요.

전공의 적합성 보다는 꾸준함이 관건입니다

제 출판편집자 동기들은 아무래도 국문과와 문예창작과나, 영문과나 중문과 등 어학 전공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치외교학과나 사학과 등 다양한 전공자도 많습니다. 한국어문학과를 전공하신 것만으로도 편집자로 지원하시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수전공의 인지도보다는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고 준비해 왔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이렇게 현직 출판편집자에게 전공 선택에 관한 자문을 요청해서 답변을 듣고 출판업계 취업에 더 적합한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내용 또한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에 들어가면 좋은 스토리가 되겠지요.

©Proxyclick Visitor Management System

출판 기획과 마케팅 기획

두 전공을 고려해보면 출판 관련 진로에 도움이 되는 건 둘 다 비슷한 기여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포지션은 다를 것 같습니다. 문화콘텐츠학과의 경우 출판 기획,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의 경우 마케팅 기획으로 (아주 거칠게) 연결지을 수 있겠습니다. (이건 책이 미디어의 갈래에 있으나 그 성격이 많이 옅어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광고 홍보가 많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출판 기획은 책으로 펴낼 콘텐츠의 주제, 저자 선정부터 어떤 편집과 디자인으로 만들어낼지를 미리 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마케팅 기획은 상품(책)의 구매층(독자층), 홍보 방안을 미리 정하는 것을 말하기도 하는데, 이제는 마케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에 구매층과 홍보 방안에 맞는 출판 기획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책을 만들어 독자들에게 알린다는 출판의 핵심으로 따지자면, 책을 만드는 사람과 사람들에게 독자들에게 알린다는 걸 굳이 나눌 필요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업계에서는 둘을 편집자와 영업자, 혹은 에디터와 마케터로 나누고 있습니다. 출판 관련 포지션으로 따져서 어느 쪽이 더 끌리는지 생각해보시면 선택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Markus Spiske

출판은 생각보다 작은 시장

책은 서점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학창 시절에는 더 그렇습니다. 실제로 업계에 입문하고 나서 출판이 생각보다 작은 산업이라는 데 대해서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대학에서도 출판 관련 전공도 적고, 관련 수업도 적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출판을 목표로 하고 해당 전공을 선택하게 되면 그 전공 안에서 출판과 관련한 내용을 학습할 기회가 생각보다 적다는 걸 알고 실망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건 경험담이기도 합니다. 관련 전공에서 실제로 출판, 편집, 기획 등의 키워드가 과목명으로 들어가 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출판업에 뛰어들기로 하면 배워야 할 것들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만, 지금 전공으로 고르시는 건 산업보다 더 넓은 단위의 학문입니다.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한다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아닐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미 한국어문학과를 전공하고 계시니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북인스티튜트, 한겨레교육 출판 분야 등 별도로 출판 관련한 교육기관이 있으니 한 과목씩 배워보시길 바랍니다. 또한 틈틈이 독서기록을 남기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손쉽게 전자책이나 PDF 책 혹은 독립출판물을 만들어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실 것 같습니다.

항상 좋은 날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