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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예능 PD - FD, AD? 어떤 경력을 쌓아 올라가야 할까요?
(주)콘텐츠민주주의 · 대표이사
약 1년 전
💬 멘티의 질문


예능 PD가 되고 싶은 20대 초반의 졸업예정자입니다. 현재 졸업 직후 방향을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Jane Carmona


1. PD의 길을 공채가 아닌 AD로 시작하게 될 것 같은데, 4년제 대학을 꼭 나와야 할까요?

저는 취미로 인터넷 방송을 하다가, 영상과 기획에 큰 재미를 붙였습니다. 대학 역시 영상 관련으로 찾아 전문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전문대 졸업을 앞두니, 4년제가 아니면 지원할 수 없는 공고들이 종종 보입니다.


게다가 PD가 되려면 학벌이 필수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기에, 지방대도 아닌 초대졸로 PD를 준비하는 것에 불안이 있습니다. 때문에 최소한의 자격으로 전공심화를 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전공심화는 법적으로 4년제와 같이 취급하기에, 대졸부터 지원 가능한 공고에 지원할 수 있으니까요. 기회를 넓혀둘 수 있다면 넓혀두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학벌 관련 질문에 대해서, 멘토 님께서 답변하신 글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학벌이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이 전문대 졸업생에게도 해당이 될까요? 전문대 학벌로도 예능 PD가 될 수 있을까요?


2. 첫 직장은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게 좋을까요?

제가 다니고 있는 대학에서 배운 것들은 기획보다는 디자인에 가깝습니다. 덕분에 저는 조연출로 갈 수도, 모션그래픽 디자이너 계열로 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건너 듣기로 조연출은 경력으로 안 쳐주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고, 무척 힘든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생을 하더라도, 어떤 게 체계가 잡힌 고생이고 어떤 게 아닌 건지 구별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야 사회에 나가는 취준생이고, 아는 것이 적습니다. 때문에 첫 직장에서 좋은 체계를 겪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꿈을 꾸는 사람이라지만, 높은 업무 강도에 PD의 꿈을 포기할 경우 아무런 경력과 포트폴리오도 없이 이직을 준비하게 됩니다. 그런 가능성에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첫 직장으로는 포스트 프로덕션 혹은 모션그래픽 디자인으로 2년 정도의 경력을 쌓은 뒤, AD를 시작해 보는 걸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AD를 늦게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고, 또 디자인을 하다가 PD의 길로 빠지는 것이 과연 괜찮은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둘은 너무 다른 분야니까요. 그냥 바로 AD를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좋다면 왜 좋은지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3. FD 경력과 AD 경력의 취급이 다른가요?
FD는 파견직으로 아르바이트에 가까운 위치, AD는 외주 PD/방송사 PD 밑에서 일하는 보조 연출의 위치로 알고 있습니다. PD가 되려면 어느 경력을 더 많이 쌓아야 하는 건가요? 둘이 하는 일은 어떻게 다른 건지도 궁금합니다.


4. 공채도 같이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조연출로 활동하면서 PD 공채도 동시에 준비할 수 있을까요? 하나만 하기에도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현실적인 것 같아서 방향을 잘 정하고 싶습니다. 혹은 일반 영상디자인 분야의 기업에서 일을 하며 방송사 공채를 준비하는 것이 더 나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 멘토님의 다른 답변들로 인해 많은 고민이 해결된 상태지만, 더 자세한 답변을 부탁드리고 싶어 남기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멘토님!


💬 김도연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일단 글 써주신 것만 놓고 판단하자면 오히려 제가 채용하고 싶을 만큼 훌륭한 분인 것 같습니다. 글에서 풍기는 진중함과 열의가 실제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성별을 몰라서 군대 이슈를 다루기가 애매한데, 혹시 남성분이시라면 모든 커리어는 군 전역 이후로 미루시란 말씀 먼저 드리고 시작할게요.


©Laura Lee Moreau


4년제 대학을 꼭 나와야 할까요?

채용 조건에 '초대졸 이상'이라고 돼 있으면 초대졸 이상인 겁니다. 그렇게 적어 놓고 학벌 때문에 차별하진 않아요. 다만 '대졸 이상'이라고 돼 있으면 서류상으로 애초에 지원 조건이 안 되니까 그냥 단념해 버리는 게 낫겠죠. PD를 뽑을 때 4년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 졸업장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4년제에 으레 경험하는 것들'이 PD의 업무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PD는 기술을 구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을 구사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Direction을 내려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전문 기술 보유자보다는 넓은 시야와 다양한 경험, 상식과 기획력 등을 필요로 하는데 이건 전문대에서는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4년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겁니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초대졸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역량을 갖췄음을 채용 과정에서 납득시킬 수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이런 차원에서 봤을 때 전공심화를 해서 4년제 졸업자와 동일한 자격을 갖추는 건 좋은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것은 정말 방송사에서 직접 고용하는 공채에만 해당하는 전략이다 보니 의외로 기회를 넓힌다는 의미와는 배치될 수도 있습니다. 4년제를 고집하는 취업처는 이쪽 분야에서는 방송사 공채밖에 없는데 제가 볼 때 멘티 님은 방송사 공채보다는 다른 쪽 전략이 더 유리해 보이거든요. 이후의 답변들에서 차차 다루겠습니다만, 그런 점에서 전공심화를 해서 얻는 효과보다 잃는 시간의 기회비용이 더 커 보이기도 합니다.


돌아가도 괜찮을까요?

좋은 마인드를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데 향후 PD 쪽으로 가시려면 디자인 경력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멘티 님이 디자인 쪽으로 커리어를 쌓을 거라면 모르겠으나 PD 쪽으로 갈 거라면 어차피 PD는 디자인을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경력을 중요시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그 특정 직무 역량 자체가 아니라 그쪽 조직 문화를 경험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할 수는 있겠네요. 그러나 이건 굳이 디자인 쪽이 아니더라도 미디어 분야에서 조직 문화를 경험한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부분이기 때문에 그럴 거면 차라리 PD의 전 단계인 AD를 바로 경험하면서 그 부분까지 한꺼번에 커버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PD가 아니라 AD 단계에서는 오히려 유관 업무 경험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AD는 디자인 업무도, 편집도 촬영도 뭐든 다 해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AD 되시는 데는 유리하실 거라고 봅니다. 


©Sam McGhee


FD 경력과 AD 경력이 다를까요? 

업계에서는 FD를 따로 뽑는 경우보다 AD로 뽑아서 FD 업무를 아울러 시키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방송사에서는 스튜디오를 Floor라고 불러요. FD는 Floor Director, 즉 무대 연출인 셈인데 실제 '연출'이라기보다는 연출자가 요청하는 대로 현장을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업 FD가 아닌 이상 FD는 주로 현장에서 몸 쓰는 일이기 때문에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잘 없어서 저연차 AD를 차출해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FD로 커리어를 시작하기보다는 'AD로 취업해서 FD 역할을 경험했다'가 맞는 스토리인 것 같습니다. 만약 FD 전용 인력을 채용하는 건이 있다면 AD로 올리려는 의도는 없다고 봐야 하고 그렇다면 PD 되는 데 의미 있는 경력이 되는 것이 아니오니 알바나 경험 차원에서 접근하시거나 아예 관심 갖지 않으시는 게 맞다고 봅니다. 


공채 준비 같이 해야 할까요?

공채 준비라는 게 막 엄청난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이 아니고요, 꼭 공채 취업을 꾀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PD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갖추는 작업이기 때문에 무조건 같이 준비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공채 준비라고 해 봐야 결국 때때로 스터디 나가면서 친구들이랑 정보 교환하고, 뉴스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거 따라잡고, 글 쓰는 훈련 하고 하는 거잖아요? PD라면 어차피 다 할 줄 알아야 하는 일들입니다. 게다가 공채 시험을 응시할 수도 있는 거니까 마이너스는 하나도 없고 플러스밖에 없습니다. 공채 시험을 보든 안 보든 공채 준비는 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조연출은 힘든 기간이긴 하지만 업종 불문하고 신입이 안 힘들 수가 있을까요? 그리고 조연출이라고 다 똑같이 힘든 게 아니라 업체의 성격에 따라 많이 다른데요, 방송사와 프로덕션으로 나눴을 때 후자가 압도적으로 힘들 겁니다. 왜냐면 방송사는 '어차피 채워야 할 자리'인 반면 프로덕션에서는 '인건비를 아껴야 생존한다'는 입장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요구하는 역할이 많을 수밖에 없거든요. 진짜 다른 일을 병행할 시간과 체력이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대신 빨리 성장하고 PD 입봉도 빨라지긴 할 거라서 일장일단이 분명히 있습니다만, 방송사에서 예능 PD가 되고 싶다는 멘티 님의 목표에 비춰 본다면 방송사 내부에서 커리어를 출발하는 게 정보 취득 차원에서도, 경력 관리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AD는 대부분 계약직이긴 하지만 요즘은 미디어 전문 인력 파견 업체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곳은 'MJ플렉스'와 '크릭앤리버' 두 군데였는데요, 방송사에서 이런 업체들에게 채용 조건을 알려주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인력 DB를 추천해서 파견 보내는 식입니다. 서류 상 소속은 파견업체 소속이지만 엄연히 일터가 방송사이기 때문에 방송 경력을 쌓을 수도 있고요, 현직 PD들을 사수로 모시며 많은 경험도 하고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커리어 출발점으로 삼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생존'이 아니라 '경험' 차원에서 마음이라도 편하게 (몸은 안 편할 겁니다만) 출발해서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프로덕션으로 갈지, 방송사에 남을지, 공채 준비를 할지, 아니면 심지어 커리어를 다시 생각할지가 그때 판단이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무조건 미래의 당신이 지금의 당신보다 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다 예측하고 결정하려고 하지 말고 다양하게 변화를 가져갈 수 있는 입장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려운 판단일수록 미래의 자신에게 맡기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그때까지 '잘못된 길'만 안 가면 되지 않겠어요? 그런 면에서 방송사 파견직 AD가 현실적이고 안전하다고 보고요, 공채를 하든 않든 공채 준비는 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답변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상세히 답변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멘토님의 지금 다 예측하지 말고, 다양한 변화를 가져갈 수 있는 입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라는 말씀이 저에게 크게 와닿았어요. 또 궁금했던 것들, 애매했던 것들도 윤곽이 잡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멘토님!


김도연 멘토
(주)콘텐츠민주주의 · 대표이사
미디어
똑똑하지 않아도 됩니다. 간절히 원하는 걸 찾는다면, 뭐든지 이룰 수 있습니다. 장애물은 포기할 핑계로 삼을 게 아니라 극복하거나 피해 가면 됩니다. 우리에겐 자유가 있습니다. 뭐든지 해도 되고, 할 수 있습니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해도 된다'라는 평범한 진실에서 출발하는 자유롭고도 신나는 삶.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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