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에 떨어지고 있으시다니 답답하시겠습니다. 사실 서류에서 떨어진 원인을 작성해 주신 제한된 정보만 갖고 제가 어떤 것 때문이다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긴 합니다만,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준비하시는 쪽이 교육/조직문화(HRD로 통칭)로 생각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1. 공백기

취업에서 가장 안 좋은 마이너스 요소는 공백기입니다. 졸업 후 공백기나, 퇴사 후 공백기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무언가 자기소개서나 이력서에 해당 기간에도 자기개발을 위해 노력한 요소들은 써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러닝을 수강했다거나(휴넷이나 멀티캠퍼스에서 HRD 관련된 온라인 교육을 결제하고 수료해놓고 수료증 받아놓기) 하는 흔적을 교육사항 같은 곳에 기입을 하거나, 도서학습(HRD 관련된 시중의 서적)을 했다거나, 정기간행물(인사관리 협회의 월간 인사관리, HRD 협회의 월간 HRD 등)을 구독했다거나 무언가 공백기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어필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직무경험의 부족

직무경험이 HRD 쪽으로 조금 부족한 면이(HR 쪽으로는 더욱더 부족)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어차피 지금 경력직 공고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중고'신입'에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기에 크게 마이너스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은 합니다.

신입 공고에는 아예 직무경험이 없는 대졸자와의 경쟁인데 그거에 비하면 마이너스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경력직 공고는 아마 지금 시점에서는 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해당 직무 경력이 매칭이 낮고, 기간도 짧습니다.)

직무경험이 좀 부족해 보이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너무 여러 가지 지원 업무를 한 것처럼 보이는데 교육이나 조직문화, 행사 기획을 한 것들을 중심으로 세부 사례들을 추가해 보시고, 했던 업무들을 나열할 때에도 실제로 업무 비중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위와 관련된 일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하셨으면 합니다.

©Yolk CoWorking - Krakow

3.HRD 업무에서 좋아할 만한 키워드나 프로세스를 강조한 자기소개서 작성

HRD 업무에서 좋아할 만한 키워드는 현직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저는 아래 3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 가지를 강조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째, 기획력입니다. 실무적으로 교육담당자들이 가장 공을 많이 들이고, 업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교육’기획’입니다. 임직원들의, 또 경영진의 니즈를 잘 분석해서 적합한 교육들을 구성하고 그에 맞는 강사진을 섭외하고 교육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운영을 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모두 종합적으로 기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종의 PD와 같은 역할이라고 비유해볼 수 있겠습니다. 연예인(강사)을 누구를 쓸 것인지도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 시청자(교육생)들이 만족할 만한 콘텐츠(교육)이 될 지를 교육 전-중-후 를 모두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설계를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대학시절 교내활동이나 대외활동을 했을 때 꼭 ‘교육’쪽이 아니더라도 어떤 프로젝트를 맡아서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기획을 해보고, 구성안을 짜보고 직접 운영하고 진행했던 과정들이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고, 그 기획의 단계를 HRD에서 교육을 설계할 때 흔히 사용하는 프로세스인 ADDIE 모형(구글 검색 추천)에 맞게끔 내가 했던 경험의 스토리라인을 잡아 과정을 설명한다면 좀 더 Fit이 맞아 보일 수 있습니다.

둘째, 누군가를 변화시킨 경험입니다. 포인트는 '변화'입니다. 기업교육에서의 본질은 대상자들의 직무역량이나 기본 소양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단순히 잘 가르치고 지식을 잘 전달하느냐의 차원이 아니라 현업에서 잘 활용되고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를 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소개서를 쓰실 때 교육을 잘 전달하는 행위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특정 대상이나 집단을 ‘변화’ 시켰던 경험을 녹여내시면 좀 더 디테일하게 HRD 직무와 Fit이 맞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다른 글에서도 언급 드렸던 before & after 가 드러나는 스토리라인을 잡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원래 A였던 것을 내가 기획한 ~~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B로 바뀌었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면 딱입니다. 그것이 HRD에서 말하는 '성과'의 개념입니다.

셋째, 커뮤니케이션 역량입니다. HRD 업무를 하는 사람은 사내에서 그 어떤 부서보다도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해야 할 일, 협력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심지어 단순히 사내 직원들, 타부서뿐 아니라 외부 강사를 섭외하는 과정에서는 강사와, 또 외부 교육 컨설팅업체 담당자의 소통, 교육을 진행할 땐 참여한 교육생들과의 소통까지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정말 폭넓게 사람들과 많이 의견을 나누고 듣고 정리하는 행위가 많이 요구되는 포지션입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조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면 꼭 부각시켜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키워드가 다소 뻔하다면 '협업 능력', '의사결정 능력', '의견 조율 능력' 등으로 풀어서 쓰셔도 무난합니다.

가령, 의견이 잘 맞지 않는 부분들을 조율해나가서 합의했던 경험, 아니면 혼자서가 아니라 여러 다수의 의견들을 들어가면서 프로젝트를 수정, 보완해나가며 완성도를 높였던 경험, 수행했던 업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원인 분석 등을 위해 직접 다수의 의견들을 물으러 다니고 그 의견들을 분석하고 선별하고 적용시켜 실행에 옮겼던 경험, 나(또는 팀)의 목표에 방향에 맞게끔 다른 구성원이나 대상을 설득하여 끝까지 이끌어나갔던 경험 등에서 구체적인 나만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원칙, 철학 등이 드러나면 좋을 것입니다.

©Trent Erwin

4.아직 서류를 많이 안 썼기 때문입니다. 

이제 5개 정도의 이력서에서 서류를 탈락했다고 말씀을 주셨는데, 지금 너무 좌절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HR 쪽은 원래 극악의 경쟁률이고 사실 HR 쪽으로 지원하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HR 쪽은 정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HRD(교육/조직문화)는 상대적으로 약간 진입장벽이 낮긴 합니다. (그래도 매우 좁은 문입니다.) 즉, 지금 도전하시는 분야 자체가 원래 영업, 마케팅, 재무, 홍보 등 문과가 갈 수 있는 직무 중에서도 가장 취업하기 어려운 직무입니다. 그래서 정말 이쪽으로 취업을 희망하신다면 더 인내를 가지셔야 합니다.

저 신입사원 취업할 때 원서 40~50개 정도 쓰면서 겨우 합격했었고, 경력직 이직할 때에도 30군데 이상 지원해서 어렵게 합격하고 그랬습니다. 원래 쉽지 않은 쪽이고, 그래도 중고 신입으로 경력이 조금 있고, HRD 쪽으로는 그래도 유사한 경험이 조금 있으니 HR 말고 HRD 쪽으로 잡아서 좀 더 지원을 해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산업군은 당연히 가리시지 않아야 합니다. HRD 쪽에서 산업군까지 가린다면 쓸 원서가 없습니다. 1개 뜨는 것도 너무 귀한 공고들이거든요. 요즘은 공채가 아니라 수시채용으로 채용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항상 잡코리아, 사람인, 자소설닷컴 등 채용사이트는 매일매일 주시하시기고 키워드도 HRD뿐아니라 '인재개발', '인재육성', '육성', '교육', '교육기획', '교육개발', '연수', '영업교육', 'L&D' 등 여러가지 써칭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회사마다 부서명이나 공고명이 조금씩 키워드가 다른 경우가 있는데 내내 같은 업무입니다.

좋은 곳에 취업하시기를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토님, 정말 많이 걱정되고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준비해 보겠습니다. 내 상황인 것처럼 자세히 알려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추후 궁금한 점이 있다면 다시 문의드리겠습니다.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