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과 정확히 반대인 전공을 3년 넘게 배웠습니다. 그래서 흥미도 없고 이쪽 분야로 취업도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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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점수 때문에 가려던 시각디자인과를 못 가고 산업디자인과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취업할 때가 되니 정말 눈앞이 캄캄하네요.
취업에 있어 직무를 뭘로 정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브랜딩 디자이너와 그래픽 디자이너 그리고 기획자에 관심이 있는데요. 세 직무 각각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글을 길게 작성해주셨지만, 핵심 질문내용을 요약하자면, 디자인 기반의 기획업무를 하기위해 어떤 일을 선택을 해야하는지 고민이신 것으로 보입니다. 진로선택에 도움이 되실 핵심 내용만 추려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픽디자이너와 브랜딩 디자이너의 차이.
둘다 직접직으로 디자인을 진행하는 실무를 담당하고, 둘의 차이가 모호하긴 하나, 시각물인 그래픽을 좀 더 집중해서 다루느냐, 브랜딩의 관점에서 디자인을 하느냐의 차이입니다. 그래픽작업도 물론 기획을 기반으로 진행을 하겠지만, 비주얼, 형태에 집중한 기획이 가장 중요하며, 브랜딩작업보다는 일회성으로 끝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그래픽은 그래픽 그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며 기획을 하더라도 형태, 비주얼적인 것에 집중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브랜딩은 형태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여러가지 요소가 일관된 하나의 목소리를 내도록 비주얼을 기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카페의 '브랜드' 디자인을 한다면 카페 간판, 인테리어, 메뉴판, 포스터 등 여러곳에 적용될 그래픽들이 필요하고, 그것들이 중구난방이 되지 않고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됩니다. 카페 정체성, 철학, 기획의도 등을 잘 파악하여 그에 맞는 몇 가지 응축된 그래픽모티브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며, 그래픽이 개발되면 그것을 어떻게 각 요소에 적재적소에 적용할지 모든 면에서의 기획과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반면 카페의 '그래픽'을 디자인한다면 그것은 카페에서 열리는 1회성 이벤트를 위한 포스터가 될 확률이 높겠습니다. 기존에 카페가 가지고있던 분위기와 비슷하면서도 이벤트를 위해 고객 시선을 확 사로잡는 형태에 집중하거나, 이것은 브랜딩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브랜딩과 느낌이 조금 다르더라도 고객 시선을 확 끌어모을 수 있는 그래픽이 될 수 도 있겠죠, 어쨌든 카페가 주는 브랜드이미지에 기반한 디자인이기 보다는 그 이벤트 자체를 위한 그래픽과 형태적인것에 조금 더 집중된 작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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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디자이너와 기획가의 차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단계에서 어디부터 어디까지 디자이너와 기획가가 맡는지를 설명드리면 좀 더 진로선택에 도움되실 것 같습니다.
1. 시중에 여러 경쟁업체가 있으니, 그 경쟁업체들 사이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가야 제품들이 잘 판매될지 우선 시장조사를 하겠습니다.
2.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제품군과 컨셉이 큰 틀로서 정해질 것입니다.
3. 제품에 관한 연구, 개발, 생산이 진행됩니다. (*1~3번은 상황에 따라 순서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4. 개발된 제품 컨셉에 맞도록 제품 전체 비주얼을 담당할 브랜드 디자인이 수행됩니다.
5. 마케팅, 이벤트 등과 관련된 기획이 진행됩니다.
6. 서비스/제품판매가 시작됩니다.
7. 고객 피드백을 반영하여 유지 관리를 진행합니다.
여기서 기획가가 맡을 수 있는 부분은 1, 2, 5번 이며, 브랜드 디자이너가 맡는 부분은 4번 입니다.
쉽게 말하면 기획가는 말 그대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전체적인 틀을 기획을 하며, 브랜드 디자이너는 '비주얼&디자인'과 관련된 틀 안에서 전체를 총괄/기획/디자인 합니다. 디자이너라고하여 기획을 전혀 하지 않는것이 아니라, 비주얼을 다루는 범위 내에서 다시 시장조사, 컨셉, 방향성 등을 잡아나가고, 그래픽까지 개발하게 됩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디자인 내부에서도 다시 기획일이 필요하며, 단순 오퍼레이터나 툴러와 기획하는 디자이너의 차이는 여기서 두드러집니다.)
그러나 기획과 디자인을 서로 어느 범위까지 맡을 것인지에 대한 것은 회사 규모나 방향에 따라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규모가 클수록 전문적으로 파트가 나눠져 있기도 하고, 규모가 작을 수록 인력이 적기 때문에 범위가 모호한 일을 하기도합니다. 영세한 회사에서는 디자이너가 기획 파트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주기도 합니다.
쉬운 예시로 규모있는 회사에서 상세페이지를 디자인한다면 전문 마케터와 기획가, 카피라이터를 따로두고 철저하게 기획을 한다음 해당 내용을 디자이너에게 맡겨서 디자인만 하는 식의 일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회사의 경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카피라이팅, 기획, 마케팅까지 고려하여 하나의 상세페이지를 전부 총괄해야할 수도 있겠죠.
또한, 내가 취업한 회사가 인하우스냐, 에이전시냐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습니다. 인하우스는 기획/디자인 파트를 따로 나누는 반면 에이전시는 그 경계가 모호할 수 있습니다. 이 두 파트를 나누는 것은 회사마다 다를 수 있기에 질문자께서 직업군에 대해 굉장히 모호하다고 느끼고 계신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는 단순 오퍼레이터나 그래픽에 치중된 디자이너가 아니라, '컨셉을 기획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멘티님처럼 한창 고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미대출신으로서 완전히 기획가가 되기보다는 디자인과 연결된 기획을 하고싶다고생각했어요. 그래서 서비스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 쪽에 관심이 많았고, 결국 브랜드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기획파트를 위주로 담당하는 직군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질문자님이 원하시는 진로를 택하시려면 디자인관련 산업군, 또는 디자인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기업의 기획가로 들어가시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보여집니다.
마지막으로, 기획가가 되기위한 공부 방법은 제 전문분야는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답변은 드리기 어렵겠지만, 요즘 패스트캠퍼스 등 마케팅, 기획 등의 실무관련 온라인 강의를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공부의 시작은 온라인으로 해보시고 취업시에는 디자인과 기획을 두루 잘 알고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워 자소서를 쓰신다면 마케터나 기획가 신입으로 취업시, 기획부분만 공부한 신입사원 보다 오히려 더 나은 위치를 취득하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제 답변은 여기까지구요, 추가질문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멘토님 정말 감사합니다. 요새 잠 못 잘 정도로 고민이 많았고 그래서 두서없이 질문을 올렸는데도 요약해서 답변해 주신 덕분에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명확해진 것 같아요. 깔끔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 1년 넘게 방황했는데 학과 교수님과 선배들은 아무 도움을 못 주셨거든요 ..이런 사이트랑 멘토님을 발견하게 돼서 너무 행운이에요 항상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