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정규직으로 꼭 시작해야 하나요?
멘티 질문
안녕하세요. 예능 PD를 꿈꾸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이렇게 질문을 남깁니다.
<정규직으로 준비할지 고민입니다>
28살이고, 막학기를 다니고 있습니다. 예능 PD를 목표로 방송국 시험을 준비해볼까 고민 중인데요.
방송국 정규직 채용은 인원도 적고, 채용 시기도 불확실한 데다 실력 있는 분들이 많아 경쟁률도 상당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메이저 방송국뿐 아니라 기독교 방송, 지역 방송사, 일반 기업 방송국 등 다양한 곳도 함께 고려하고 있어요. 하지만 방송국 채용은 준비 기간도 길고, 경험이 없거나 배우는 속도가 느린 저 같은 사람에게는 더 큰 도전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이런 과정을 감수하면서 정규직만 바라보고 준비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이 돼요.
©Peter Stumpf
<파견직이나 프리랜서로 시작해도 될까요?>
지금부터 졸업 후 파견직이나 프리랜서로 방송국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경력을 쌓는 쪽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길은 불안정하고, 정규직 전환도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도 일단 내가 하고 싶은 ‘예능’이라는 분야에 직접 들어가서 경험을 쌓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큽니다.이후에는 제작사나 유튜브 채널(연예인 채널이나 방송사 유튜브 등)로 이직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어떤 선택이 맞을까요?>
그래서 지금 저는 정규직이라는 안정적인 길을 먼저 선택해야 할지, 아니면 불안정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예능 PD로서의 커리어를 쌓기 위해 파견직이나 프리랜서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솔직히 마음은 파견직이나 프리랜서 쪽으로 더 기울고 있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맞는 선택일지 확신이 없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고민이 잘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멘토 답변
안녕하세요. 저도 예능 PD를 꿈꾸며 공채를 3년 넘게 준비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질문을 읽으며 예전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지금 하시는 고민, 저도 똑같이 했고, 아마 방송 PD를 진지하게 꿈꾸는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치는 길목일 거예요.
정규직이냐, 프리랜서/파견이냐 안정이냐, 경험이냐
이 질문에는 누가 정답을 확신 있게 말해줄 수는 없어요. 각자의 상황도, 생각도 너무 다르니까요. 하지만 저 역시 여러 갈림길에서 고민하며 느꼈던 것들을 나눠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1. ‘안정적인 정규직 vs. 파견직·프리랜서’, 무엇이 맞는 선택일까?
제가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 선택해야 할 건 ‘더 안정적인 길’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식’이라는 점이에요. 왜냐하면 방송 PD라는 일 자체가 애초에 안정과는 거리가 먼 일이기 때문이죠.
정규직이라고 해도 프로그램이 없어지면 부서 이동을 하거나, PD 일이 아닌 업무를 하게 되기도 하고, 극단적으로는 구조조정의 위험도 있어요. 반면 파견직이나 프리랜서라고 해도 경력을 잘 쌓고 이름을 알리면 더 좋은 프로그램이나 채널로 옮겨가는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즉, 어떤 형태로 시작하든 ‘내가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2. 정규직 시험을 준비할까?
말씀하신 것처럼 방송국 공채는 굉장히 경쟁이 치열하고, 한두 해 준비한다고 해서 쉽게 합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주변에도 2~3년 넘게 준비하다가 붙은 분이 있고, 반대로 파견직이나 제작사에서 경험을 쌓다가 정규직으로 입사하신 분들도 계세요.
즉, 직행만이 정답은 아니에요. 오히려 방송국은 점수를 기준으로 붙는 자격시험이 아니라, 사람을 뽑는 자리예요. 이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어떤 시선과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경험은 정말 큰 자산입니다. 실제 방송을 하며 부딪힌 이야기, 현장에서 얻은 감정과 깨달음이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정말 진하게 드러나요. 저 역시 그걸 절실히 느꼈고요.
그래서 만약 공채 준비를 하신다면, 그 시간 동안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를 꼭 함께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공백 기간 동안 아무 경험도 쌓지 못하면, 오히려 그 시간이 나중에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거든요.
©Ilyass SEDDOUG
3. 마음이 향하는 쪽이 ‘정답’일 수도 있어요
질문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바로 이 부분이었어요.
“마음은 파견직, 프리랜서로 향하는데 안정적인 정규직으로 들어가는 게 맞을지 고민입니다.”
이 문장이 그냥 충동이 아니라, 스스로 그 길을 감당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려는 본능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방송 일을 하다 보면 결국 내가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는 게 더 큰 안정감을 준다는 걸 알게 돼요.
저도 한때는 ‘정규직으로 들어가야 진짜 PD’라는 생각을 갖고 오래 준비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공채는 ‘자격’이 아니라 ‘길’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죠. 정규직으로 들어가도 결국 그 안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고, 프리랜서든 파견이든 실무를 해봐야 진짜 PD가 되는 거더라고요.
막상 프리랜서로 들어가 보니, 제가 생각했던 기준들이 많이 바뀌었어요. 처음엔 ‘다음 일이 없으면 어떡하지?’, ‘정규직 아니면 인정 못 받는 거 아냐?’ 같은 걱정이 있었지만, 직접 해보면서 많은 걸 배우고,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됐어요. 내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고, 어떤 환경에서 잘 일하는 사람인지 – 이런 것들은 공채 준비만으론 절대 알 수 없는 부분이더라고요.
4. 실질적인 제안
그래도 막연한 조언보단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현실적인 방향을 함께 드리고 싶어요.
1.정규직 준비를 하되, 현장 경험은 꼭 병행하세요.
파견직, 제작사 AD, 조연출 등 작은 프로그램부터라도 실무 경험은 무조건 도움이 됩니다. 요즘은 경험 있는 지원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라서, 공채 자소서나 면접에서도 큰 강점이 돼요.
2.나에게 맞는 방송사를 경험을 통해 찾아보세요.
어떤 사람은 대형 방송사의 시스템이 잘 맞고, 또 어떤 사람은 제작사의 유연함이 더 잘 맞아요. 직접 부딪혀보면서 나한테 맞는 환경을 알아가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3.이직이 가능한 커리어 라인을 그려보세요.
프리랜서든 파견직이든, 아무 프로그램이나 하기보다는 예능 안에서도 나만의 스타일, 강점이 드러나는 라인업을 만드는 게 좋아요. 이건 나중에 경력 포트폴리오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제 경력이 아주 길지는 않지만, 그만큼 방금 전까지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조금 더 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이 길이 맞을까?”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이 길을 계속 걷고 싶은가?예요. 그 질문에 마음이 ‘예스’라고 말하고 있다면, 절대 틀린 선택이 아닐 거예요. 실패는 방향을 바꿔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있지만, 시작을 후회할 이유는 아니니까요. 질문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언젠가 현장에서 꼭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파이팅입니다!
제 고민을 더 생생하게 겪어보신 입장에서 말씀해주셔서 정말 와닿게 읽었습니다 정규직과 하고 싶은 일 사이를 계속 생각하다 고민이 깊어졌고 두 부분 모두 장단점을 잘 말씀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하며 결정해볼게요 이 길을 걷고 싶은지 생각해봐야 되겠네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현장에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