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너무 고민되는 것이 있어 멘토님께 질문 남깁니다. 저는 이제 막 졸업해서 얼마 전에 패키지 에이전시로 취직한 25살 사회 초년생인데요. 아직은 3개월 수습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원래는 브랜딩 디자인 쪽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괜찮아 보이는 회사가 있었고, 비록 패키지 회사였지만 CI, BI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다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패키지 디자인을 겪고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대기업과 일을 하기 때문에 상업적인 패키지 스타일만 작업하고 있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업무는 브랜딩 디자인의 과정을 통해서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에요. 분석하고 기획해서 기업의 가치를 담아내는 활동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UI/UX 쪽도 흥미가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아직 수습 기간 중이니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브랜딩 회사 쪽으로 다시 취업을 해야 할지, 아니면 지금 패키지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 나중에 브랜딩 회사로 취업을 할지 고민입니다.
둘째는 이렇게 이직을 생각하면서도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너무 마음에 든다는 거예요. 사수분들도 너무 좋으신 분들이고, 회사에서 배울 것도 많아요.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야근도 없고, 주말 출근 같은 것도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디자인 업계에서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싶어요.
그런데 여기서 경력을 쌓아서 브랜딩 쪽으로 가려고 생각을 하면, 또 포트폴리오가 애매할 것 같고요. 아마 경력을 쌓아서 나간다면 제가 개인적으로 브랜딩 포트폴리오를 따로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저의 고민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멘토님의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다은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회사를 옮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는 것이겠네요. 그럼 제 나름의 답변을 드려보도록 할게요.
대상이 다를 뿐, 디자인의 과정은 같습니다
우선 멘티님께서는 분석하고 기획해서 기업의 가치를 담아 디자인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는데요. 모든 디자인 작업에서는 이 과정을 자연스레 거치게 됩니다.
지금 하고 계시는 패키지 디자인의 경우도 클라이언트의 회사에 대한 조사와 성향 파악을 해야 하고요. 시장을 분석하고 그것을 토대로 디자인을 기획한 후 기업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그래픽 요소를 패키지로 나타내어야 할 거예요. 아무리 작은 가게를 디자인하더라도 분석과 기획 없이는 디자인이 나올 수 없는 거죠.
패키지 디자인이 어떻게 하면 그 상품이 잘 팔릴 것인가에 집중해서 분석과 기획을 한다면, 브랜드 디자인은 브랜드의 가치를 어떻게 잘 드러내느냐에 집중해 분석과 기획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따라서 디자인하는 대상이 다를 뿐 디자인 과정은 동일하다 보시면 됩니다.
일과 복지,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멘티님의 최종 목표가 브랜드 디자이너라면, 현재 조건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빨리 나오시는 것이 맞습니다. 이미 하고 싶은 일은 정해졌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은 그 일이 아니니, 당연히 나와서 브랜드 디자인 쪽으로 회사를 옮기는 것이 올바른 결론이지요.
하지만 지금 하고 계신 고민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일과 복지 둘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는 제가 조언해 드리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좋은 회사의 선택 기준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니까요.
세분화된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고, 복지도 좋은 회사를 원하는 사람에겐 대기업이 좋을 것이고요. 돈과 복지가 별로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이 좋다면 중소기업을 선호할 거예요.
또 디자인에 있어서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필요하고 빠르게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 야근 많은 에이전시가 적당한 회사가 되겠고요. 야근도 없고 일도 무난히 하고 적당한 커리어를 쌓고 싶은 사람에게는 중소기업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있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러니 선택은 자신의 커리어와 직장에서의 삶을 어떤 식으로 조화시키길 원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누구도 야근 없고 복지 좋은 직장은 찾아보기 힘드니 더 있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마음의 소리를 듣고 따라가세요
저도 몇 년 전에 멘티님과 같은 고민을 했었어요. 야근도 없고 회사 비전도 좋았으나, 커리어 발전은 어려운 회사였죠. 그때 저도 같은 심정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을 얻고 다녔지만, 어떤 사람은 그만한 회사 없으니 남으라 하고, 어떤 사람은 커리어 못 쌓으니 나오라고 했습니다.
저마다 다른 생각과 기준을 가지고 있었기에 조언은 도움이 되지 못했고, 제게 가장 도움이 됐던 건 결국 제 마음이었습니다. 스스로 어떤 것을 정말 원하는지 마음의 소리를 가장 중요시했고, 결국엔 그 회사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고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하고 싶은 일과 야근 없는 환경의 비중을 따졌을 때 야근 없는 게 더 좋다면 지금 회사에 다니는 것이고요. 하고 싶은 일이 중요하다면 회사를 옮겨야 해요.
만약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야근 없는 조건도 중요하다면, 조금 힘들더라도 꼼꼼히 따져 그런 회사를 찾아 이직하면 되는 것이죠. 아직 그런 회사로 이직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시간적 여유를 좀 더 두고 지금 회사에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더 쌓아 추후에 도전하면 되고요.
그러니 멘티님의 마음의 소리를 잘 듣고 자신이 더 우선시하는 업무 환경을 선택하시면 될 것 같아요.
추가적으로 궁금한 게 있으시면 다시 글 남겨 주세요. 어떤 결정을 하든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시각디자이너입니다.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사라져가는 전통공예에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하는
전통공예 스튜디오 '부치부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맡아왔던 업무는 굉장히 여러가지 입니다.
1. 자영업자를 위한 기업 시각홍보물 디자인
2. 브랜드 디자인 및 자사 포트폴리오 관리
3. 브랜드 디자인 강의
저는 사람들이 말하는 잘나가는 디자이너는 아닙니다. 서울권대학, 대기업, 유명에이전시 출신도 아닙니다. 평범한 지방 4년제 대학을 나왔으며 평범한 중소기업, 디자인에이전시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항상 하고싶은 일을 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기에 만족하는 삶을 살고있습니다.
저는 국내 상위층, 소수가 겪는 삶이 아닌 평범한 다수가 겪는 삶을 걷고있습니다. 공기업, 대기업에 관한 멘토링은 이미 차고 넘칩니다. 하지만 왜 중소기업에서 일을 잘하며 행복하게 살수있도록 조언을 얻는 멘토링은 없을까요? 우리 모두가 일류대학, 대기업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저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일반적인 디자인 에이전시나 작은 스튜디오, 중소기업 인하우스 디자이너를 목표로 취업준비를 하고 계신 분. 또는 시각디자인을 독학하여야하는 상황에 놓이신 비전공자분들에게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와 조언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