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패션 디자인 쪽으로 취업 준비를 했었는데요. 당시에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포트폴리오를 보지 않는 쪽으로 지원을 했었죠. 하지만 그런 곳은 월급이 적었고,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에 서울로 상경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공을 살리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사무직이나 경리 쪽으로 취업하기 위해 컴퓨터 활용 능력을 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점점 의욕이 없어졌어요. 결국 일을 먼저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이번에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취업 센터를 다니게 되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실히 정하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단 취업 센터를 다니면서 제가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독립 출판 잡지사에서 에디터로 일을 해 보는 것 2. 다이어리나 팬시 디자인 같은 패키지 디자인을 해보는 것 3. 쇼핑몰 홈페이지나 스타일리스트 4. 영상
Ⓒmirtmirt
적고 보니 제가 주로 관심을 두는 분야가 디자인 계열인 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웹디자인, 시각 디자인 쪽으로 취업을 해 경력을 쌓고 싶습니다. 그런데 당장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학원에 다니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지원을 하는 게 나은 건지 고민이 되는데요. 앞으로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배우는 게 좋을까요? 또 신입으로 들어가려면 어떤 능력을 갖추고 시작하는 게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질문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 부탁드릴게요.
💬 제다은 멘토의 답변
멘티님,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전공을 살리지 않고 다른 쪽으로 전향하신 경험이 저와 비슷하셔서 제가 충분히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시각 디자인 쪽으로 전향했거든요. 그럼 답변을 드릴게요.
Ⓒfreepik
책과 온라인 강으로 기본기를 다지세요
첫째로 시각 디자이너로 취업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적으로는 시각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한데요. 국내에서 시각 디자인을 제대로 교육하는 학원은 주로 서울에 몰려있습니다.
일반적인 컴퓨터 학원에서는 포토샵, 일러 등 프로그램을 다루는 기술만 가르쳐줍니다. 지방에는 이런 프로그램 학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책과 온라인 강의를 병행하는 독학을 권장드립니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레이아웃, 그리드 시스템, 타이포(폰트 쓰는 법), 조형 원리, 색채 구성 정도입니다. 각 분야마다 나와 있는 책들은 많은데요. 서점에서는 이런 디자인 관련 서적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이라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책을 선택하실 때는 지역에서 가장 큰 도서관을 이용하시는 게 좋고요. 직접 가셔서 위에서 언급 드린 분야의 책들을 대략 훑어본 뒤, 끌리는 책을 읽으시면 됩니다. 책이란 게 추천을 받아도 스스로 끌리지 않으면 지루해서 잘 안 읽게 되거든요. 그래도 참고삼아 제가 처음 시각 디자인을 배우면서 읽었던 것들 중 괜찮은 책 몇 가지를 적어 볼게요.
새로운 편집 디자인(임헌우) / 이것이 편집 디자인이다(김덕희) /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시리즈 / 디자인을 완성하는 레이아웃과 그리드(홍영일) / How to design cool stuff(존 맥웨이드) / 얀치홀트 저서들(타이포그래피 거장입니다) /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서체 33가지 이야기(김현미) / 섞어짜기(마켓히읗에서 판매 중) / 글짜씨 시리즈
ⒸMakistock
그리고 추천할 만한 온라인 강의에는 디자인 학교(월 1만 원에 듣는 디자인 강의, www.designerschool.net)가 있습니다. 국민대 디자인 학과 강사, 교수님들이 운영하는 디자인 교육 사이트인데요. 이 중에서 김의래 선생님의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라는 강의와 이지원 선생님의 인디자인 강의는 꼭 들으세요. 폰트를 다루는 기본적인 원리를 알게 됩니다.
추가로 오디너리피플이라는 강의도 추천드립니다. 디자인을 하는 자세나 과정에 대해 배울 것이 많습니다. 또 좋은 디자인을 하려면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요. 디자이너의 생각이 담긴 디자인 철학책도 많이 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기타로 브런치에 올라오는 디자인 관련 글도 보시면 좋은데요. 비전공자가 디자인에 대한 열망이 가득해 스스로 디자인 공부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한번 읽어 보세요. (링크는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
또 시각 디자인에서는 레이아웃, 그리드, 폰트 이 세 가지가 가장 기본이니, 꼭 숙지하시고 취업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디자인 이론과 조형 원리 등 기본을 쌓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하고요. 그다음으로 내가 구상한 것을 표현할 수 있는 툴인 일러스트, 포토샵, 인디자인을 다룰 줄 아는 능력과 종이 재질 선택, 후가공을 조합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포토샵, 일러만 배우는 것은 패션 디자인에서 미싱기를 다루는 기술만 알고 옷 디자인을 구상하는 방법은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federica galli
포트폴리오는 최소 5개 이상, 과정 설명과 사진이 들어가요
다음으로는 포트폴리오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멘티님께서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막막해 하시는데요. 시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시라면, 학원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좋습니다. 시각 디자인은 다른 디자인 분야에 비해 포트폴리오 레이아웃 구성을 신경 써야 하니까요.
포트폴리오에 들어갈 작품 수는 10개 이내가 좋고, 최소 5개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작품 놓는 순서는 1순위가 지원하실 회사와 분야가 근접한 작품이고요. 2순위가 잘한 것, 퀄리티 높은 것이어야 해요.
여기에 들어갈 내용에는 왜 이런 디자인 구성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과정 설명과 최종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사진이 포함됩니다. 이때 디자인에 들어갔던 도면까지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디어 스케치와 과정 설명을 위한 이미지, 최종 사진만 있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패키지를 디자인했다면, 실제 박스에 디자인이 입혀진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있는 것을 보여주면 됩니다. 포스터라면 포스터가 벽에 걸려있는 사진이겠죠.
요즘에는 사진을 직접 찍지는 않고 *목업 파일을 많이 사용합니다. ‘free mockup psd’라고 구글에 검색하시면 무료 목업 파일이 많이 나와요. 내가 디자인한 파일을 적용하기만 하면 실제 사진을 찍은 것처럼 자동으로 입혀주는 포토샵 파일입니다.
이런 목업 파일을 구할 때 팁은 최대한 심플한 구성을 고르는 거예요. 주변에 눈에 띄는 특징이 될만한 배경이 없는 것으로 구하는 편이 좋습니다. 배경이 눈에 띄면 작품이 죽는 데다가, 실무 디자이너들은 무료로 돌아다니는 목업 파일을 자주 접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배경이 목업 파일에 있으면 바로 알아차립니다. 그러면 좋은 인상은 줄 수 없겠죠.
또 여러 작품을 놓아야 하므로 각 작품이 돋보이려면 포트폴리오 전체 레이아웃이나 색감 구성은 깔끔하고 단순하며 명확한 것이 좋습니다. 포트폴리오는 보통 pdf 파일 형태로 제출하게 되고요. 프로그램은 일러스트로 작업하시어 pdf로 내보내기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물이 필요한 경우에는 일반 프린터로 출력하시고 간단한 제본으로 마무리하거나 바인딩 파일에 담아가셔도 괜찮습니다. 졸업생의 경우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책제본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전공자이시고 큰 기업에 지원하시는 게 아니니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하셔도 됩니다. 포트폴리오는 외면을 꾸미는 것보다 안에 있는 내용이 가장 중요합니다.
ⒸMia Baker
디자이너로서 성장하려면 에이전시 경험이 필요해요
답변은 여기까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디자인은 생각보다 일이 힘든 경우가 많아요. 일을 단순 생계 수단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인하우스(자회사 상품 디자인) 디자이너로 들어가셔서 야근 없이 안정적으로 일하시는 방향이 좋으실 거고요.
만약 디자이너로서 계속 성장하고 싶고 일을 사랑하시는 분이시라면, 첫 시작이든 한번 이직을 하든 꼭 에이전시(디자인 의뢰받아 일하는 곳) 경험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이런 에이전시 일은 굉장히 힘들어요. 일도 많고 야근이 굉장히 많죠. 그 대신 초고속으로 배우고 실력도 급격히 상승하게 됩니다. 에이전시 경험 후 안정적인 인하우스로 옮기시는 걸 추천드려요.
결국 디자인을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발전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없는 것 같아요. 시각으로 방향을 잡으신 것에 대해서 한번 깊게 생각해 보시고요. 간단한 포스터라도 몇 개 만들어 보신 후에 정말 일을 사랑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드는지 한번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민이 많으실 텐데 모쪼록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원하시는 길에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추가로 궁금한 점은 다시 글 남겨주세요.
*목업 : 실제품을 만들어 보기 전, 디자인의 검토를 위해 실물과 비슷하게 시제품을 작하는 작업의 프로세스, 결과물을 통칭한다.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시각디자이너입니다.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사라져가는 전통공예에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하는
전통공예 스튜디오 '부치부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맡아왔던 업무는 굉장히 여러가지 입니다.
1. 자영업자를 위한 기업 시각홍보물 디자인
2. 브랜드 디자인 및 자사 포트폴리오 관리
3. 브랜드 디자인 강의
저는 사람들이 말하는 잘나가는 디자이너는 아닙니다. 서울권대학, 대기업, 유명에이전시 출신도 아닙니다. 평범한 지방 4년제 대학을 나왔으며 평범한 중소기업, 디자인에이전시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항상 하고싶은 일을 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기에 만족하는 삶을 살고있습니다.
저는 국내 상위층, 소수가 겪는 삶이 아닌 평범한 다수가 겪는 삶을 걷고있습니다. 공기업, 대기업에 관한 멘토링은 이미 차고 넘칩니다. 하지만 왜 중소기업에서 일을 잘하며 행복하게 살수있도록 조언을 얻는 멘토링은 없을까요? 우리 모두가 일류대학, 대기업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저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일반적인 디자인 에이전시나 작은 스튜디오, 중소기업 인하우스 디자이너를 목표로 취업준비를 하고 계신 분. 또는 시각디자인을 독학하여야하는 상황에 놓이신 비전공자분들에게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와 조언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