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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학과 새내기인데 그림 그릴 줄 몰라요. 어떻게 하죠?
슬로웨이브 · Design Research
약 5년 전
💬 멘티의 질문
안녕하세요. 멘토님!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는 식품과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길은 아닌 것 같아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실내건축디자인과에 가게 되었지요.
 
하지만 저는 미술을 배운 적도 없고 그래서 남들보다 훨씬 뒤처질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그림도 연습하려 해봤지만 선만 그리고 그치기가 일쑤였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단계를 밟으며 연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이렇습니다.


Ⓒrawpixel


1. 비전공자로서 그림 연습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학원을 다녀야 할까요?

2. 그림 실력이 우선인 것은 알겠지만, 디자이너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그 능력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3. 나만의 디자인 스타일을 찾는 법은 무엇일까요?
 
최대한 뒤처지지 않고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을 만큼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지금 늦은 감이 있지만 어떻게든 해보려고 해요. 바쁘실 텐데 제 고민에 답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김성미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고민 나눠주셔서 고마워요.
 
멘티님 고민을 들어보니 새로운 분야에 대한 부담이 큰 것 같아요. 지금 입학한 학과가 비실기전형인가요? 멘티님이 합격했다는 건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것 같은데요! 멘티님과 비슷한 학생들이 분명히 많을 거예요.
 
대학은 배우려고 들어가는 곳이지 경쟁하는 곳이 아니에요. 특히 실내건축디자인은 상업적이고, 디자이너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할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이미 잘한다면 대학에 갈 필요도 없겠죠. 제가 대학교를 다닐 때도 예고 출신 친구들과 인문계 출신 친구들의 실력 차이는 없었어요. 누가 예고 나왔는지도 몰랐을 정도로요. 그럼 하나씩 답변드려볼게요.


Ⓒmindandi



그림은 수업을 따라가며 배우게 돼

학원을 다닐 필요는 전혀 없어요. 아마 학기 시작하면 학원 다닐 여유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학교 수업 따라가면서 그림을 배울 기회는 많아요. 실내건축디자인은 실내환경이나 건물을 소실점에 맞춰서 자를 이용해서 그리는 그 분야만의 방법이 있는데, 과제들 하다 보면 저절로 늘어있을 거예요.
 

디자인에서 그림은 정말 작은 일부분이에요

디자인과들이 보통 시간 안에 그려내는 실기를 가지고 학생들을 뽑긴 하지만 그림 실력은 디자인에서 필요한 정말 작은 부분이에요. 많은 미대생들이 입시 미술이 쓸데없다고 하기도 하죠. 저도 입시 미술을 하고 대학에 가긴 했지만, 정물화를 그리고 석고상을 그리는 데 쏟은 노력은 디자인과는 정말 별개에요. 그 비용과 시간으로 대학교에서 디자인 공부를 더 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케치는 초기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일 뿐이에요. 디자인 과정에는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 외에도 AutoCAD 등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일이 더 많아요. 손 그림 실력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지 않아도 돼요.
 

ⒸSyda Productions



그래도 불안하다면 사진을 그리는 것부터 

그래도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면 연습하는 방법이 있어요. 일단 사진을 보고 따라 그려 보세요. 건물 사진이나 실내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고, 작은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면서 틈틈이 따라 그려보세요.
 
그림의 기본은 관찰이에요. 사진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걸 종이에 옮기다 보면 평소에 잘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도 눈에 보이게 될 거고, 사물 간의 비율이나 거리감 등을 체감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라인으로만 그리고, 그다음에는 명암이나 그림자도 넣어보세요.
 
그다음 단계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걸 그리는 거예요. 예를 들면 눈앞에 종이상자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면 그 모습 그대로를 그리는 대신에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을 상상해서 그려보는 거예요. 다 그린 다음에 그 올려다본 모습이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 사물이 복잡한 형태일수록 난이도가 높아지겠죠?
 
이걸 하는 이유는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예요. 눈앞에 보이지 않는 디자인을 그림으로 그려내고 그걸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이용해야 하거든요.


Ⓒpixabay


좋은 디자인, 사람에 대한 이해가 먼저예요

디자인의 핵심은 사용자에 대한 공감과 관찰이에요. 디자인은 심리학+사회학+예술+비즈니스 등이 결합된 복합적인 작업이에요. 실내건축디자인을 전공한다고 하니까 공간으로 예를 들어볼게요.
 
50평짜리 공간에 식당을 만든다고 할 때 이 공간을 사용하게 될 사람(요리사, 서빙 직원, 손님 등)에 대한 이해가 가장 우선이고요. 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리서치한 다음 그 니즈에 맞게 공간을 구성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예산에 맞게 합리적인 소재와 공법을 고민하기도 하고요.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지는 다 사용자에 대한 이해에서 나와요. 아무리 디자인이 화려해도 사용자에게 불편하다면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어요.
 
평소에 공간 구성에 관심이 많았다면(예를 들어 방안 가구 배치를 자주 바꿔 본다거나 멋진 공간이나 건축물을 찾아다니는 걸 즐겨한다거나), 그리고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어렵지 않아요. 학교 다니면서 그 관심을 기술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스케치, 도면 드로잉, 모형 제작, 3D 모델링 등)만 배우면 되겠죠.
 

Ⓒpexels



자신의 철학 → 자신만의 디자인 스타일도

자기만의 디자인 스타일을 찾는 건 이미 디자인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라도 쉽지 않습니다. 디자인은 예술과 달리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게 우선이에요. 고객이 클래식한 디자인을 원하는데 디자이너의 개인 취향이나 스타일대로 모던한 디자인을 할 수는 없는 거죠. 사용자보다 트렌드나 디자이너의 개인 스타일을 추구했다가 이도 저도 아닌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아요. 전문 디자이너라도 조심스러운 부분이죠.
 
무엇보다도 다양한 디자인을 많이 보고(여행도 많이 다니고 전시회나 책도 많이 보세요), 직접 여러 가지 스타일의 디자인도 해보시면 멘티님만의 스타일이 점점 디자인 결과물에 묻어나올 거에요. 유명디자이너들의 작업물들을 비교하고 참고하면 더 빨리 스타일의 차이를 느낄 수 있어요.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나가다 보면 자신만의 철학이 생기고, 그 철학이 묻어나는 디자인 스타일이 나올 거라 믿습니다.
 
원하는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개강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즐거운 학교생활이 되길 바랄게요. 더 궁금한 거 있으면 또 질문 남겨주세요. 멘티님의 앞날을 응원할게요!

김성미 멘토
슬로웨이브 · Design Research
디자인/예술
한국에서 의자디자이너로 약 6년 일하다가 적정기술, 사회혁신에 관심을 갖고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뉴욕에서는 디자인전략대학원을 마치고 컵공유 스타트업에서 경험디자이너로 지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UX리서치, UX컨설팅, 대학생, 실무진 대상 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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