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티님, 안녕하세요. IT 경영학과 재학 중 융합디자인과로의 전과나 복수전공을 고려하고 계신다고 이해했습니다. 답변에 앞서 제가 궁금한 점이 있는데, 2학년이라고 하시면 현재 재학 중인 IT 경영학과를 1년 반 정도는 다녀보셨다고 파악됩니다. 

막상 해보니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셔서 경영학과를 중도 포기하면서까지 전과를 하고 싶으신 것인지요? 아니면 경영학과하고는 다른 전공 간의 진로 탐색을 위한 저울질 단계이신지요? 

이를 여쭤보는 이유는, 어느 방향이냐에 따라서 답변 방향이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두 가지 모두 고려해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으며, 저의 답변을 받으신 이후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셔서 후회 없는 선택하실 수 있길 바라는 바입니다.

©️Hans Vivek

UX 분야 비전이 있나요?

융합 디자인을 UX / UI, 웹 / 앱디자이닝이라고 적어주셨는데 통상 이야기하는 광의적인 의미의 UX 분야로 가정하고 답변을 작성해보겠습니다. 사실 UX 분야의 비전에 대한 질문도 종종 받는 질문입니다. 허나 모든 분야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비전이 있고 없고를 딱 잘라 말하기는 다소 애매합니다.

원론적으로 UX라는 것은 최종 사용자의 경험 중시 요소로,  IT 뿐만 아니라 이제는 다른 산업에서도 통용되는 개념입니다. 즉, 사용자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한 이들을 대변하는 역할이 회사에 필요하기 마련이라 향후 자율주행, 인공지능, 우주여행 등이 보편화되는 미래 사회에서도 충분히 각광받을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UX라는 분야의 비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들도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 비해 그 역사도 짧고 학문적 체계 또한 정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입니다. 실무단으로 봤을 때 UX라는 개념은 그 회사에서 필요로하는 정의와 역할로 자의적 해석되어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UX 디자이너라는 직무의 모호함이 곧 UX 분야의 비전이 없는 것인 양 비치기도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을 틀린 견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분야 자체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 수요가 앞으로도 있기 마련입니다. 다만 그것을 활용하는 기업의 문화나 리더십에 따라서 현장에서의 비전은 천차만별이라는 것입니다. 

©️You X Ventures

그러니 중요한 것은 분야의 비전 여부보다도 실제로 일하게 될 회사와 리더가 UX 디자인의 비전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렸다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질문과는 다른 얘기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분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비전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UX 수요 성장 면에서는 비전이 좋으나 기업의 문화나 리더십 등에 따라 각각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디자인과에서 배워놓으면 좋은 역량은?

 보통은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할 것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좀 색다른 질문이네요. 아마도 디자인 복수전공을 염두에 두고 하신 질문이라 생각되는데 맞는지요? 

보통 디자인과에서 디자인 관련된 공부에 매몰되다 보니 놓치는 부분 중의 하나가 외국어 부분이라서 틈틈이 외국어 공부를 부가적으로 하면 외국계 회사로의 취업 기회도 많아지고 내가 할 수 있는 디자인 업무의 다양성이 생깁니다.

UX, 회사 내 직무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회사마다 다르고, 대기업의 경우는 사내 UX 조직이 여러 군데 있기 때문에 같은 회사 지붕 아래에서도 다릅니다. 그 때문에 멘티분들께는 가고 싶은, 관심 있는 회사에 현재 재직 중인 UX 디자이너를 컨택해서 직접 물어보라고 권해드립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대학생, 취준생 입장에서는 실체를 알 길이 사실상 없습니다. 잇다에서 이렇게 질문 주신 것처럼 말이죠. 

아마도 궁금해하시는 포인트는 UI, GUI, UX에 대한 구분으로 어느 정도 답변이 가능해 보입니다. UI는 와이어 프레임을 만듭니다. 개발과 GUI 디자이너가 이것을 보고 개발을 하고 그래픽 디자인을 하게 됩니다. 때문에 UI 문서는 대략적인 도형으로 화면 표현을 간소화해 구조와 흐름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단계입니다. 

©️Cytonn Photography

GUI는 이러한 뼈대 화면에 실제 사용자가 보게 될 그래픽 화면을 디자인하는 일을 합니다. 포토샵 등을 활용해 실제 그래픽 작업을 하고 애니메이션 효과와 같은 부분도 작업합니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들의 디테일을 확정하는 과정입니다. UX는 UI와 동의어처럼 쓰이기도, 와이어 프레임 보다도 훨씬 이전 기획단계의 디자인을 하기도 합니다만, 위에 언급 드린 것처럼 회사마다 다르게 사용합니다. 

실제 디자인 작업은?

저는 현재 자동차에 들어가는 인포테인먼스 시스템 UX를 담당합니다. 실제 디자인은 기획단계에서 정리된 사양서라고 하는 문서를 받습니다. UI뿐만 아니라 개발 스펙 등 많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중 UI와 관련된 내용을 와이어 프레임 형태로 정리합니다. 정리 작업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개발 구현 과정에서 빈틈이 발견되면 추가 정의를 하거나 구현상의 문제 등이 생기면 계속 수정을 합니다. 

어떤 버튼이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에러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 두 가지 기능이 동시 사용 중일 때 어떤 것이 더 우선순위를 가질지, 사용자가 특정 기능을 못 쓰도록 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등 각종 상황에 대한 정의를 하게 되고 이를 와이어 프레임 형태로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전체 문서의 양이 수백 페이지에 달하기도 하지요.  

여기까지 설명은 저의 업무에 관한 내용이고, 다른 조직이나 회사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답변을 접하실 수도 있기에 많이 물어보셔서 조금이나마 UX 분야의 현주소를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