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있는 휴학생 멘티입니다. 1년 전에 전역하고 바로 복학하지 않고, 여러 아르바이트와 대외활동을 하면서 진로를 탐색하고 있어요.
비록 1학년만 다니다가 군대에 갔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4점대 학점, 컴활 1급, 해외봉사, 동아리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에서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최근 대외활동을 하며 영상편집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영상편집을 할 수 있으면 마케팅 부서에 입사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추가로 마케팅 부서에서 채용하는 인원이 적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마케터로 취업하는 게 힘들다면 우선 영업 직무로 들어가 마케팅 부서로 옮기거나, 이직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직 막연하게 진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멘토님의 조언을 받아 확실하게 방향을 잡고 싶어요. 그럼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전역 후 학교 밖에서 여러 경험을 쌓고 계신 멘티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잇다에서 여러 멘티분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시간이 정말 큰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멘티님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천천히 준비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방향을 명확히 설정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영상편집? 취업 목적이 아닌, 경험을 위해 해보세요
멘티님이 영상편집 공부를 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하다 보니 재밌어서, 영상 제작에 관심이 있어서, 유튜브를 해보고 싶어서,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중에서 핵심 이유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혹시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영상편집을 배우고 싶다면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영상을 공부하려면 시간이 많이 드는 데 그만큼 도움이 되지는 않거든요. 영상편집은 마케팅 업무를 할 때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는 기술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토익을 예시로 들어볼게요. 토익을 공부하는 이유는 오로지 취업(혹은 졸업)을 준비하기 위해서겠죠? 그냥 재밌어서, 취미로 토익 시험을 보지는 않으니까요.
토익과 달리 영상편집은 취업을 위해 존재하는 ‘스펙’이 아닙니다. 즉, 취업에 특화된 활동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멘티님이 취업을 목표로 영상편집을 공부하고 싶은 거면 상대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취업만 생각하면서 대학생활을 보내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저도 그랬고, 지금 입사하는 후배들도 마찬가지죠. 주변을 둘러보시면 아시겠지만, 취업보다는 자기만의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모두가 취업만을 위해 시간을 보낸다면, 자소서와 면접이 찍어낸 것처럼 똑같은 내용으로 가득 차 있겠죠. 이와 달리 멘티님은 현재 여러 경험을 해보면서 진로 방향, 가치관, 역량 등을 정리하고 키우는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영상편집을 취업을 위한 ‘기술’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활동이 가져다줄 경험들이 나중에 어떻게 사용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이해를 돕기 위해 제 경험을 말씀드릴게요. 저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해서 학부생 시절 영상편집이나 시나리오 작성 같은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는 전공을 살리려고 광고 공모전도 도전했었죠.
하지만 학교에서 배웠던 카메라 다루는 법, 시나리오 작성과 영상편집 기술이 솔직히 이력서에 넣을 만큼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단편 영화를 제작하면서 팀플레이를 했던 경험, 공모전에 출품해서 실패한 경험,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긴 기획력 같은 것들이 큰 영향을 미쳤어요.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정리해볼게요. 취업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스펙이 필요하다면 외국어나 자격증 공부를 하면 됩니다.
하지만 취업, 특히 마케팅 부서는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취업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기보다는, 본인 마음 가는 곳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겠다면, 마케팅 부서는 실제로 어떤 업무들을 하는지 알아보고 경험하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마케팅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세요.
같은 마케팅에도 여러 분야가 있고, 사람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르거든요. 창의적인 사람이 있고, 논리적인 사람이 있는 것처럼요. 일단 본인이 하고 싶은 마케팅을 생각하면서 영상편집 같은 경험을 하다 보면 시너지가 생길 겁니다.
조건에 흔들리지 말고, 하고 싶은 마케팅에 집중!
영업 직무로 입사한 뒤 마케팅 부서로 옮길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물어보셨는데요. 부서이동 가능성을 말하기 전에 질문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멘티님이 생각하는 마케팅은 무엇인가요? 막연하게 창의적인 프로모션, 행사, 광고 정도가 떠오르시나요? 그렇다면 마케팅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린 이유는 마케팅과 영업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마케팅과 영업을 따로 채용하는 회사도 있지만,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두 직무를 구분하는 회사는 일부 프로모션과 광고팀을 중심으로 마케팅 부서를 작은 팀으로 구성하는 편입니다. 반면 구분하지 않는 회사는 광고팀 정도만 분리하고, 마케팅의 나머지 기능은 영업과 함께 두기도 해요. 회사들의 채용 공고를 많이 찾아보시면 아마 느낌이 오실 겁니다.
마케팅 부서를 별도로 구성한 회사는 멘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채용하는 인원이 적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영업과 비교했을 때 적은 것이지, 경영직군 안에서는 적다고 하기 힘듭니다. 마케팅 부서는 인사, 재무, 회계처럼 소규모로 운영하지 않거든요.
또한, 영업이 대규모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고 해도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멘티님이 마케팅에 뜻을 가지고 준비를 해왔는데, 단순히 취업만을 위해 영업에 지원하시면 면접관들이 멘티님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도 있어요.
물론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원하는 일보다는 채용 가능성이 높은 직무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입사하고 나면 의외로 업무가 본인과 맞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재취업을 준비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이 봤어요.
멘티님은 아직 준비하는 단계니까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면 적어도 지금은 그쪽에만 집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부서이동은 차선책, 일단 마케팅 실무 맛보기
이제 현직자로서 부서이동과 업무 변경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사실 이건 회사마다 조금씩 달라요.
예를 들어 제가 다니는 회사는 마케팅과 영업의 경계가 없고, 부서 간 이동이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한 부서에서 오래 일해야 하는 회사도 있죠. 물론 부서이동이 쉽지 않다고 해서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취업할 때만큼 열심히 준비해야 합니다.
이직도 물어보셨는데, 이건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이직 시장은 단순히 지원자의 경력만을 보지 않습니다. 해당 업무를 어떻게 하면서 전문성을 키웠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따라서 마케팅 경력이 없는 영업 경력자를 경력직 마케터로 뽑지 않겠죠?
저는 멘티님이 영업 직무로 들어가 부서이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벌써 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취준이 잘 안 풀릴 때 차선책으로 생각할 수는 있어도 멘티님의 상황에서 그런 고민을 할 때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지세요. 멘티님이 지금까지 해오신 것들을 떠올리면, 학점도 우수하고 여러 경험을 쌓으셨으니 충분히 능력이 있으십니다. 본인을 믿고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탐색하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학교에서 배운 마케팅 지식 말고 실무에서 마케팅 업무를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선배나 외부 강의를 통해, 지금 같은 잇다 멘토링을 통해 알아볼 수 있어요. 혹은 알바나 인턴, 공모전으로도 경험할 수 있죠.
직접 실무를 해본 사람 말고는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어떻게 하는지 미리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대신 스타트업, 대기업, 마케팅 대행사의 업무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할 수는 있어요. 조금씩 공부하면서 궁금한 게 생기면 언제든지 다시 질문해주세요.
이제 곧 가을 날씨가 찾아올 것 같습니다. 휴학 중에 기억에 남는 경험 많이 쌓으시고, 복학 후에는 남은 학교생활 잘 마치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준비하는 일에 좋은 결과 있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