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멘토님의 콘텐츠를 전부 읽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도 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서 멘토님께 질문을 남기게 됐습니다.
저는 미디어학부 졸업 후 GUI1)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멘티입니다. 디자인 업무가 세부적으로 나뉘지 않아 기획부터 참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퍼소나, 블루 프린트, 저니맵과 같은 UX2) 방법론의 기본만 다뤄봤기에 한계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스터디도 나가고 HCI3) 관련 책과 콘텐츠를 보며 전반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 중인데, 아직 혼란스러운 것이 많습니다.
저는 사용자 경험보다 비주얼 표현에 더 흥미를 느낍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GUI:UI4):UX를 50:30:20의 비율로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 아직 GUI, UI, UX를 구별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현재 업무도 그렇고, 이후를 위해서라도 UX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성을 쌓을까 고민됩니다. 대학원 진학이 옳은 선택일까요?
저는 미디어를 전공해 디자인 수업을 듣긴 했지만, 디자인에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 진학 여부에 따라 학사 편입이나 해외 디자인스쿨로 디자인 전공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스킬보다는 디자인적인 사고나 창의력을 키우고 싶다는 목적으로 진학하고 싶습니다. 멘토님께서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셨는데, 전공에서 배운 것이 업무를 하면서 얼마나 도움 되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1) GUI : Graphical User Interface. 사용자가 컴퓨터와 정보를 교환할 때, 그래픽을 통해 작업할 수 있는 환경.
2) UX : 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지각과 반응, 행동 등 총체적 경험.
3) HCI : Human Computer Interaction. 인간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 인간과 컴퓨터가 쉽고 편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작동시스템을 디자인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다루는 학문.
4) UI : User Interface. 사용자 환경.
멘티님, 안녕하세요. 우선 제 답변을 이미 보셨다니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기도 하네요.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멘티님의 질문에 도움이 되도록 답변 남겨볼게요.
혼란은 그만, GUI 디자인 전문가로 거듭나세요
멘티님의 글을 읽고 느낀 점은 ‘혼란스러움’입니다. GUI 50%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GUI 디자인에 전념하고 싶은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실제로 현업에서는 GUI 외에 UI, UX를 모두 아우르는 제너럴리스트를 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 생각에, 멘티님은 중장기적으로 GUI 전문 디자이너로 차별화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사용자 경험보다 비주얼 표현에 더 흥미를 느낍니다”는 표현이 눈에 확 들어왔거든요. 이 문장은 명확하게 디자인을 원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GUI 디자이너의 고민은 대개 GUI 디자인 업무를 하다 보니 기획, 리서치 쪽에도 관심이 생겼는데 어떻게 하면 UI, UX 분야로 '전향'할 수 있는지가 대부분입니다. 멘티님의 경우는 GUI 디자인을 핵심역량으로 하되 UI나 UX 분야를 아우르고 싶은 것 같은데요. GUI 디자인을 핵심으로 염두하고 있음을 전제로 나머지 답변 드리겠습니다.
50:30:20? 현업에서 만나기 힘든 비율입니다
멘티님께서는 GUI:UI:UX를 50:30:20의 비율로 가져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실제로 현업에서 만나기 힘든 비율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볼게요. GUI가 50%, UI/UX가 50%라고 크게 나눴을 때, 이를 통합 관리하는 디자인팀 팀장으로서는 본인이 GUI와 UI/UX를 반반 나눠 관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팀장의 위치에서는 가능한 이야기지만 실무자 레벨에서는 쉽지 않은 비율입니다.
물론 실무 레벨에서도 외주 업체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외주 영역이라는 고민거리가 하나 더 생기겠죠? 실무를 배우는 단계에서는 관리보다는 실제로 직접 뛰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거듭 강조하지만, 멘티님의 전문성을 GUI로 놓고 UI/UX를 추가로 얹는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GUI, UI, UX 혼용되어 쓰이고 있지만 구분해야 하는 이유
멘티님이 언급하셨듯 세 단어 모두 현업에서 혼용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UI와 UX를 동일시해서 쓰기도 합니다. 또 GUI 디자인이 더 중요한 영역에서는 UI 디자인이 거의 생략된 채로 진행되기도 하고요. 자동차 디지털 계기판 디자인 분야가 그 예입니다. 그래서 GUI와 UI끼리도 묶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GUI와 UX는 아무리 개념을 혼용한다고 해도 묶이지 말아야 합니다. GUI 분야만큼은 확실히 그래픽 디자인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GUI 디자인도 벅찬데 다른 부분까지 다 도맡아 하게 된다면 결국 전문성이 떨어지게 되겠죠.
이런 문제는 분야를 초월한 조직 이슈입니다. 회사 규모가 영세해 분업화가 불가능한 조직 구조에서 흔히 나타나는 기형적인 현상입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고 영역도 확장한다면, 업무는 필연적으로 세분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전까지는 혼자서 많은 영역을 담당하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리더에게 끊임없이 요구하고 학습 시켜 변화를 일궈내야겠죠.
만약 이것이 힘들다면 현재 재직 중인 회사가 아닌 보다 원하는 업무가 가능한 회사로 이직이 올바른 선택입니다. 조직과는 별개로 회사의 도메인 혹은 비즈니스 영역 자체가 협소해서 1인 체제가 더 효율적인 경우도 있긴 합니다. 복잡하지 않은 웹사이트 기획 업무가 그 예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GUI, UI, UX 분야의 문제가 아닌 비즈니스 영역과 관련된 이슈입니다.
결론적으로 세 단어를 혼용하는 것은 조직 상황이나 비즈니스 특성에 의해 나타난 현상입니다. 그러니 멘티님의 커리어를 여기에 끼워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현업에 휘둘려 정체성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나의 전문 분야가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 더 성장하길 원한다면 분업화된 큰 조직의 경험도 필요합니다. 잘 고민해보시고 좋은 선택 하시길 바랍니다.
대학원 진학? 중장기적으로 생각해보세요
멘티님은 UX 전문성과 디자인 스킬을 보강하고자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단 자기 분야 전문성부터 최우선되어야 합니다. 멘티님께서 미디어 학부를 나오셨으니 기존 그래픽 디자인 전공자와도 그래픽 디자인을 두고 경쟁하게 되겠죠. UX를 공부해도 마찬가지입니다. UX 분야에 즐비한 석박사와 경쟁해야겠죠.
GUI 및 UI, UX 전문가 사이에서 멘티님의 정체성을 잊지 마세요. 저 또한 오랜 시간이 걸려 지금의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멘티님도 장기전으로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쉽게 말하면, GUI 전문성 확보가 우선이고 UX 전문성에 대한 갈증은 중장기적으로 보셔도 된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경험이 쌓인 후에 공부하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UX 전문성뿐 아니라 디자인 스킬에 있어 학위나 자격증에 대한 고민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런 목마름은 해소되기 전까지 멘티님을 계속 괴롭힐 수 있습니다. 꼭 학위나 자격증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멘티님께서 계속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스스로 잘 생각하고 판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멘티님께 대학원과 관련한 조언을 더 드리고 싶지만 UX 분야를 제외하고는 잘 알지 못합니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현업 GUI 디자이너나 다른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조언을 받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전공에서 배운 지식은 어떻게든 쓰입니다
저는 시각디자인 전공자임에도 디자인은 GUI 디자이너에게 99% 위임합니다. 당연한 거죠. 이게 답답하다면 제가 직접 GUI 디자인 일도 하는 게 맞겠지만 저는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 UX를 핵심역량으로 계속 가져갈 생각입니다. 동시에 전공을 살려 통합이 가능한 리더가 되어야겠다는 중장기적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각디자인 전공자로서 업무에 도움이 된 적은 많습니다. 다른 부서에서 디자인에 대해 문제를 삼거나 이유를 물을 때 UI, UX 측면에서 GUI 디자이너가 왜 이렇게 디자인했는지에 대해 더 꼼꼼하게 답할 수 있죠. 다시 말해, 의사소통에 있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디자인은 하나의 언어입니다. 디자인을 알면 디자이너와 대화하기 편하죠. UX 디자이너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두 직무는 사고방식이나 업무처리 방식이 달라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기도 합니다. UX 디자이너는 결국 사용자의 경험을 대변하며 일이 잘 진행되게끔 돕는 윤활유 역할입니다. UX 디자이너지만 디자인을 전공한 덕분에 성능 좋은 윤활유가 될 수 있었죠.
답변이 길어졌네요. 결론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GUI 디자이너를 집중적으로 두면서 커리어 개발을 하시길 바랍니다. 또, 저 말고도 현업 GUI 디자이너의 조언을 받아 객관적인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접하시길 바랍니다. 멘티님께서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