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서비스 기획에 관심이 많은 3학년 멘티입니다. 멘토님 저는 서비스 기획은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보다 실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Charles Deluvio
서비스 기획 군으로 취직을 할 때 인턴이나 공모전과 같은 실제 스펙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지, 또한 외국어 성적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지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그리고 대학생 때 어떠한 스펙을 가지고 있어야 조금 더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멘토님 감사합니다.
멘티님, 안녕하세요. 서비스 기획에 관심이 있으시군요. 우선 서비스 기획과 UX 디자인은 유사 직군처럼 보이지만 엄밀히 구분이 필요한 다른 분야입니다.
©️UX Store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가수'라고 했을 때 어떤 게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이돌 가수, 트로트 가수가 떠오를 수도 있고, 래퍼가 떠오를 수도 있죠?
'보컬'이라고 했을 때는 어떠한가요? 똑같이 노래하는 역할이긴 하지만 뭔가 밴드나 그룹에 속해 노래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처럼 다가오려나요? 그렇다고 이 보컬이 본인을 가수’라고 소개해도 사실 전달이 안 되진 않을 것입니다.
서비스 기획, UX 디자인이라는 것도 이 '가수'와 '보컬'과 비슷합니다. 다시 말해 표현 자체보다도 실제로 회사에서 어떤 역할로 어떤 일을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소개하기에 따라 다르다는 뜻입니다. 멘티님께서 진짜로 아셔야 하는 부분은 바로 업무의 진짜 모습입니다.
이를 알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회사에 들어가서 직접 보는 것입니다. 인턴 제도에 답이 있습니다. 회사가 사람을 뽑기에 더 힘을 쥐고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도 원하는 사람을 잘 뽑고 싶은 니즈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회사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 또한 그 사람을 잠시 회사 내에 들여보는 것입니다. 회사도 지원자도 서로가 서로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Alvaro Reyes
'뭐지 허무한데?'라고 허탈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경험'과 '경력'만이 취업에 특히 이 분야 취업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공부는 이후에 필요한 것을 찾아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업계에 진출하지 못하면 신입 타이틀을 계속 단 취준생으로만 남게 됩니다.
서비스 기획도 UX도 그 실체가 뭔지를 공부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현상 자체가 회사마다 조직마다 다르기에 일반화가 어렵죠. 또 교과서적 지식을 공부하고 갖추고서도 실제 취업이 어려운 분야입니다. 교과서는 정말 개념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실제 현상은 일반화가 어렵기 때문에 전체를 지식 형태로 정리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것을 입증할 인증 코스웍이라든가, 국가 자격증 같은 것도 없거나 있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죠.
그래서 저는 멘티님처럼 졸업이 다소 남아있는 학생분들께는 어떻게든 업계의 '맛'을 보라고 강조에 강조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잣대를 갖출 시간이 있기에 그 부분에 더 투자를 하셔야 결국 중요한 순간 나의 길을 잘 찾을 수 있습니다. 막상 회사에서 일을 해보니 기대와는 달라 실망스럽거나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는데 이를 조기에 발견할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결론은, 핵심은, 방법은, 전부 '회사(업계)'에 있습니다. 만약 공부를 위해 대학원 진학도 고려하신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로 풀어서 설명이 필요합니다만 취업이 목표라면 '회사'를 꼭 맛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에 가까워지시는 것이 곧 경쟁적 우위를 점하는 것입니다. 많은 취준생이 그렇지만, 우리는 기준이 없기에 주변 동료, 친구들과 구별되는 어떤 차별점, 다시 말해 스펙을 쌓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취업 그 자체고, 결국 내가 정말 가고 싶은 회사, 조직, 팀장님, 인사권자가 그 스펙에 대해 가산점을 주는지가 중요합니다.
같은 또래의 학생들 대비 나는 이것을 할 줄 알고, 저런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경험이 지원하려는 회사와 조직에 따라서는 그다지 영양가 없어 보이는 것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 옆의 친구와 또래를 염두에 둔 차별화는 그래서 위험요소가 있지요.
공모전도 그 회사에서 하는 사업이나 도메인과 연계성이 없다면 크게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물론 수상경력이 화려하고 결과가 뛰어나다면 어느 정도 가산점을 부여할 순 있겠지요. 하지만 가산점을 부여하는 전형상의 어드벤티지와 그 사람을 당장 데려다가 일을 시키고 싶은 느낌은 또 다른 것입니다.
일례로 영어를 말씀해주셨는데, 어떤 업무는 외국 담당자와 빈번하게 컨퍼런스 콜을 하는 업무도 있습니다. 영어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런 일에 있어서는 영어 점수를 보는 정도가 아니라 유학파나 준 원어민을 선호합니다.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가 중요한 직무면, 그 직무에 대한 전문성이 너무 미달하지만 않는다면(물론 주관적이겠지만) 필요한 언어가 능통하면 바로 채용하기도 합니다. 반면 어떠한 업무는 고등영어 수준만 해도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영어 점수는 HR에서 그어놓은 커트라인 점수만 넘으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H사, L사 모두 정례화된 공채를 하지 않기로 선언한 바 있습니다. 특히 서비스 기획이나 UX처럼 시류나 트렌드에 필요한 역량이 고정화되어 있지 않은 역할 능통자를 뽑으려면 변화하지 않을 수가 없음을 회사가 드디어 인정한 셈이라고 봐야겠지요.
©️Alvaro Reyes
설명이 길어졌는데, 결국 경쟁력과 차별화 측면도 같은 논리로 풀이가 가능합니다. 멘티 입장에서는 업계의 관점, 논리, 온도를 알기 어려운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하지만 뽑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러 지원자 중에서 업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이해하려고 한 흔적이 강한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입사 후 현업 투입을 위해 초기 교육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 같은 사람보다는 바로 투입해서 빠르게 배우며 적응할 사람이 바람직한 신입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일종의 순리입니다. (순리라기엔 아예 신입을 잘 뽑지 않는 직군임이 현실입니다.) 스펙이란 이를 서포트하는 이력일 경우 가산점으로 작용합니다.
대학이, 기업이 제공하는 각종 인턴쉽 등을 적극 활용해 도대체 업계의 온도가 뭔지를 피부로 느껴보세요. 직무부트캠프 등을 통해 만나기 힘든 현업 종사자를 만나보세요. 이렇게 잇다를 통해 그들과 소통해보세요. 그 맞닿은 느낌(경험)이 선사하는 깊은 깨달음이 멘티님을 저절로 경쟁력 있는 지원자로 만들도록 해줄 것입니다. 아래 제가 쓴 에세이도 한 번 일독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특히, UX 분야는 실용적인 분야입니다. UX를 배워본 적이 없더라도 UX 디자이너와의 협업 경험만 많아도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될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사내 이동을 통해 인력을 수혈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신입 채용을 잘 하지 않는 포지션으로도 유명합니다.
회사가 원하는 것, 당장 일을 할 수 있거나 그러한 가능성이 크게 다가오는 사람입니다. 남은 기간 그러한 인재상에 다가서기 위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신다면 취준생 시절을 최소화하고 업계로 무난히 진출하실 수 있을 겁니다.
커리어 패스는 그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다듬고 만들면서 어떠한 분야의 전문가로 스스로 커가시는 것입니다. 첫 단추에 너무 연연해하지 마세요. 시작이 늦어지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사실 이외에도 포트폴리오라든가 여러 궁금하신 내용이 많으실 것입니다. 저는 언제든지, 뭐든 답변해드릴 수 있으니 또 궁금하신 부분은 얼마든지 질문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원하시는 진로 잘 찾아가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