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이전에 통신업과 스토리텔링 역량에 대해서 질문을 드렸던 멘티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멘토님께 질문을 드린 이후로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분석력에 관해 고민이 생겨서 새로 질문을 드리게 됐습니다.
©️Myriam Jessier
(1) 마케팅 직무에서 '자료를 분석해 전략을 도출한다', '시장을 분석한다'고 했을 때 분석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말하는지 궁금합니다.
(2) 구조화와 분석은 어떤 관계인지 궁금합니다.
(3) 마케팅에서 구조화는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정식으로 분석을 해본 경험은 전공과목에서 L 사 노트북의 혁신 이미지 창출 요인을 분석하고 발표했을 때인데요. 큰 성과는 아니지만, 교수님과 학우분들께 좋은 평을 들었습니다. 이유를 꼽는다면 분석 자체보다는 구조화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자료조사를 할 때 대분류로 3C를, 소분류로 나름대로 MECE한 기준을 적용해서 조사 내용을 분류, 선별해가며 논지를 세웠던 게 유효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경험이 분석 사례로 쓰일 수 있는지 매번 의문이 들어서요. 이외에도 제 경험에서 제가 노력한 부분은 구조화였던 적이 많았는데, 이런 역량이 마케팅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고민이 돼 여쭙고 싶습니다.
질문이 많이 길어졌는데 시간 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멘토님께서 답변주시면 이번에도 큰 도움 받을 것 같습니다. 그럼 편하실 때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지난번 스토리텔링 역량 관련 질문 주셨던 거 기억나요. 이후 준비는 잘하고 계신가요?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놓쳤던 것들이 또 생각 못 해봤던 것들이 보이기도 하죠. 쓰면서 생각을 바꾸기도 하고, 더 깊은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점점 발전하기도 해요. 멘티님께서도 자소서 작성하면서, 분석력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해 보신 것 같네요.
그런데요. 분석에 관해 고민할 때 분석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니 이 분석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할지도 함께 고민해봐야 해요. 팩트인 숫자만큼 이 숫자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중요한 것처럼요. 주신 질문들 답변을 드리도록 할게요.
©️Myriam Jessier
이건 범위가 매우 넓어요. 분석이란 것을 하나의 행동으로 정의할 수는 없거든요. 사전적 정의의 분석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분석이란 어떤 행동일까?’, ‘마케팅에서는 어떤 행동의 분석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시는 건 그래서 큰 의미는 없어요. 앞에서 이야기 드린 것처럼 분석은 하나의 수단이지 이 자체로 의미를 만들지는 못 합니다. 특히 마케팅에서는요.
구체적인 분석 방법들은 다양하겠죠. 인구 통계학적인 분석을 할 수도 있고, 내부 데이터를 분석할 수도 있고, 고객 설문조사를 분석해 볼 수도 있고, 인터뷰를 진행할 수도 있고요, 회사 서비스의 사용패턴을 분석할 수도 있겠죠. 물론, 멘티님이 분석의 정의나 종류들을 궁금해하신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도 마케팅 직무에서의 분석이라고 하니 뭔가 다른 전문적인 것이 있을까를 생각하고 고민이 생기신 것 같아요. 하지만 마케팅 직무의 분석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분석과 다를 건 없어요. 분석의 대상과 상황들이 다를 뿐이죠. 이건 마케팅 직무를 떠나서 산업군이나 기업의 업무 영역에 따라 다를 거예요.
여러 자료를 분석하는데, 당연히 어느 정도 해석이 들어가겠죠. 실무적으로 순서가 바뀔 때도 있지만, 자료를 분석해서 문제점이나 방향성을 찾고, 이와 연결되는 전략을 수립하거나, 큰 목표가 있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설들을 세워서 그에 맞는 자료를 분석해서 검증을 하기도 하죠. 이 행동 자체는 마케팅이 아니라 논문을 쓰거나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는 등의 분석과도 비슷해요. (물론 사용하는 도구들은 차이가 있겠죠).
따라서 어떤 분석을 하냐에 너무 몰입하기보다는 분석에 대한 접근과 해석, 이를 활용한 전략 도출에 더 힘을 쓰는 게 좋을 듯해요. 분석 자체에 대해서만 깊게 고민하다 보면 고민이 고민을 더 깊게 만들어서 매몰되게 만들 거든요.
©️Chase Chappell
일반적인 구조화라고 한다면 (이 역시 마케팅 구조화라고 해서 다른 특별한 정의를 갖고 있지 않아요.) 구조화를 위해 분석을 하게 되겠죠. 예를 들어,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 행동 패턴을 분석한다고 해보죠. 여러 도구를 활용해 고객의 동선을 분석하고, 판매량을 확인하고, 고객들 설문조사를 진행하겠죠. 그다음 고객 동선에 맞춰 회사의 판매 우선도에 맞게 배치를 변경하고, 고객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같은 전략 방향으로 직원들의 응대 매뉴얼을 만들 수 있겠죠. 이렇게 분석을 토대로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니 분석과 구조화는 깊은 관련이 있죠.
다만 제 생각에 중요한 건 결국 분석도 구조화도 최종 목표가 되지는 못한다는 거에요. 하나의 마케팅 활동이 지향하는 목표점이 있을 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분석과 구조화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이 둘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야겠죠.
이 건 위에서 사례를 들어 드려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사례는 마케팅 업무의 구조화도 있겠네요. 조금은 HR적인 영역이지만. 본사 차원에서의 마케팅을 진행할 때, 지역마다 조금씩 특색이 달라 본사 주도 마케팅으로는 한계가 있을 때가 많아요.
예를 들어, 새로운 게임 서비스를 출시할 때 본사는 Target을 정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IMC전략을 준비하겠죠. 이 안에서 이미 Target과 메시지, 최종 프로모션 전략까지의 구조가 만들어질 거에요. 이후 조직적으로는 동일한 목표를 가기 위해 유통부서에서는 매장에서 해야할 것들을 정리를 할 거고, 온라인 담당 부서는 온라인 페이지를 만들겠죠. 그다음으로는 이런 본사 방향의 큰 틀은 유지하되 각 지역마다 자율권을 주고, 그 안에서 지역 특화 마케팅을 할 수 있게 길을 열어두겠죠. 이렇게 종과 횡의 구조화가 이루어지기도 해요.
멘티님의 오늘 질문들을 보니, 마케팅에 대해 생각하고 들었던 수업들을 떠올리면서 용어 자체에 대해 잘 정리가 되지 않아 고민이 생기신 듯해요. 각 단어의 정의나 학문으로써의 마케팅 모두 중요하죠. 사람 성격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이런 정의가 구체적으로 명확해져야 이해가 되는 경우도 많고요. 누군가는 대강 뭉뚱그려 이해하고 넘어가기도 하겠죠. 그래서 실제 수업 때 많이 들었던 용어나 학문이 실무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용어는 대강 넘어가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고민의 방향을 그 정의 자체보다는 본질적인 것들에 두었으면 해요. 제가 분석에 대해 이야기 드린 것을 보고, ‘이건 분석이 아니라 통계 아닌가?’, ‘이건 자료수집이지 이게 분석인가?’, ‘분석은 조금 더 다른 영역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제가 이야기 드린 것이 100% 맞는 정의도 아닐 거고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분석의 범위도 다르겠죠.
그러나 중요한 건 결국 마케팅을 하면서 자료를 수집하기도 하고, 이것을 통계로 만들기도 하고, 그 통계 내용을 해석해서 미래를 추정하기도 하고, 이 모든 것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전략을 만들어간다는 거예요. 분석이나 구조화에 대한 정의는 모두가 조금씩 다 달라도 우리는 어떤 것을 해야 할지를 알고 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거죠.
©️William Iven
이야기 주신 전공과목 사례도 실제 실무적으로는 분석인지 구조화인지, 아니면 다른 영역인지 실무적으로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멘티님이 좋은 분류를 만들어 냈고, 이에 대해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니까요. 그럼 다음 질문에 대한 답도 쉽게 나오겠죠. 분석이든 구조화이든 마케팅에 필요한 영역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가진 역량이 마케팅에서 필요한 역량이라고 자신감을 가져도 돼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분석과 구조화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보다, 자신이 잘하는 구조화 또는 분석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일반적인 또는 모두가 받아들이는 공통된 정의는 어렵더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본인의 분석력, 구조화 능력을 정의하는 건 쉬운 일이잖아요.
단순히 분석력이 뛰어나다는 사람보다는 어떤 방식의 분석을 하고 어떻게 접근해 문제를 해결할 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신뢰가 가겠죠. 그만큼 넓은 영역의 일이니까요. 예를 들어 ‘고객의 행동 시나리오에 기반해서 내용을 분석해 내는 역량이 뛰어나다’든가, ‘각 자료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역량이 뛰어나다’든가 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차별점을 만들어 내고, 자신의 캐릭터도 구축할 수 있을 거예요.
지식의 함정이란 것이 있어요. 배움은 좋은 것이지만, 지식 자체에 빠지다 보면, 자신을 그 지식의 틀에 맞추기도 해요. 프레임에 갇히는 거죠. 경영학이나 마케팅 용어나 프레임에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정의를 가두지는 마세요.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또는 잘 할 수 있는 마케팅의 큰 방향이고, 그 이후에 세부 능력들을 채워나가고 구체화 하는 게 중요해요.
제가 오늘 질문에 대한 답변보다 다른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길게 했네요. 지금 잘못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혹시나 저런 함정에 매몰될까 봐 미리 이야기 드린 것이니 너무 상심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요즘 다시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있다고 해요. 코로나에 추위에 미세먼지까지 겹쳐오고 있지만, 미세먼지 걷혔을 때 하늘을 보면 또 상쾌한 기분이 들어요. 자소서들도 이제 점점 마감이 다가오고 있을 텐데, 자소서 하나하나 쓰는 것에 부담을 갖지 마시고, 이 시기를 잘 이겨내 봐요. 그러다 보면 좋은 소식 들려올 거에요. 또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든 질문 보내주세요.
멘토님 답변을 읽고 보니 제가 미시적인 관점에서 직무를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해주신 대로 본질을 먼저 생각하고, 분석력도 어떤 분석력인지, 어떻게 접근해왔는지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매번 궁금한 점들 딱 짚어주시는 답변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