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지금 삼수를 고민 중인 22살 대학생입니다. 학벌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으로 삼수 공부를 시작하긴 했으나 요즘 들어 투자 가치가 있는 공부인지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학력보다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다고 생각해 학력을 위한 공부에 시간 들이는 것보다 경험을 쌓는 데 치중해야 하지 않나 싶었는데요. 또 일정 수준의 대학 아래부터는 기업에서 제공하는 인턴쉽 기회도 적어지고 취업할 때 서류조차도 읽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 고민이 됩니다.
마케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마케팅 공모전 수상이나 실무 경험이 핵심이라고 하지만 대형광고대행사 취업 관련 글을 보면 특정 대학 이상부터만 취업 가능하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인 것 같아 고학력을 기본전제로 하고 마케터로서의 역량을 고려해야 하는 건가 생각이 듭니다.
©️John Schnobrich
사실 재학 중인 대학에서도 취업은 할 수 있겠지만 가능한 한 처우가 좋은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현재 대학에서의 미래도 불안정한 것 같고요.
더 좋은 직장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삼수를 진행하는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마케팅 관련 경험이 학벌을 상쇄할 만큼 실질적으로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현재 대학에서 경험 쌓는 데 집중하는 것이 나을까요?
취업준비생 위주의 사이트라 취지에 맞지 않는 질문일까 걱정되지만 이런 고민에 대해 현실적으로 직언해 줄 만한 마케팅 관련 지인이 주변에 없어 인터넷에서 찾아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멘토님의 글을 보고 이렇게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짧게라도 괜찮으니 멘토님의 의견을 남겨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바로 답변 적어볼게요.
©️Riccardo Annandale
멘티님. 마케팅, 광고, 홍보 쪽은 학벌을 보지 않습니다. ‘전혀요’. ‘대형광고대행사 취업에 특정 대학 이상만 취업 가능하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는 글이 어디에 올라와 있는지 모르겠지만, 실무진 입장에서, 그리고 채용을 위해 면접관으로 참여한 사람으로서, 마케팅, 광고, 홍보 직무에 학벌은 큰 참고사항이 아닙니다. 이력서에 아예 학벌란이 가려져 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도록 되어있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학벌이 취업에 큰 요소처럼 보이는 이유는, 인서울일수록 그리고 좋은 대학에 다닐수록 해당 학교가 더 좋은 교육적, 시설적, 인맥적 네트워크(바로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수준 높은 선배 후배 동기 교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환경에서 열심히 하고자 하는 친구들은 더 서포티브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자극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환경이 없다고 해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니, 학벌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그러니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반수, 재수를 하기보다는 그에 쏟는 노력과 시간으로 대외활동, 공모전, 인턴 등에 참여하며 최대한 실무경험을 많이 만드시는걸 추천드립니다. 멘티님은 A대에 재학 중이신 것으로 나오는데, 저는 B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질문을 주신 멘티님 기준으로도 낮은 학벌이었죠. 학벌이 좋다고, 석사를 땄다고, 고학력자라고 더 유리해지는 것은 없습니다.
©️Garrhet Sampson
학벌을 신경 쓰기보다, '나는 마케팅에 대해 얼마큼 이해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이 질문들에 망설임 없이 대답을 하실 수 있다면 취업을 할 준비가 어느 정도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제가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고민했었던 일부 질문들을 뽑아보았습니다. 위 질문들에 답을 하는데 학벌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멘티님이 직무에 얼마큼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직무에서 일하기 위해 얼마큼 노력하고 준비했는지, 그 노력과 준비의 결과물은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고민에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 이렇게 자세하고 사려 깊게 답변해 주실 줄 몰랐어요. 감사합니다. 말씀해 주신 마케터를 준비하면서 해야 할 고민 꼭 숙지하고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