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홍보 대행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멘티입니다. 현재 맡은 업무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기업의 SNS매체를 대행 운영하면서 상품 홍보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2년 3개월 근무를 했으며, UX(사용자 경험) 분야 직무로 진로를 변경하기 위해서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고, 퇴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대학교 3~4학년 시절 수강했던 UX/UI 설계 수업이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아 진로를 이쪽으로 정했습니다. UX의 개념과 방법론을 이론으로 배우고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적용하는 연습을 했었는데요. 저니맵, 페르소나 등 흥미로운 개념들이 많았고 특히, 관찰을 통해 사용자들이 더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설계자라는 역할이 제 성향과 잘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졸업 전 부족한 시간을 최대한 살려 인턴 자리를 찾아보는 등 노력을 했지만 현실적인 여건에 맞춰 우선 제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2년 정도 재직 중에 제 적성과 미래 산업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해 보았을 때 더 늦기 전에 UX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고, 이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합니다.
©️Startaê Team
드리고 싶은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대학원 진학 후 졸업을 하게 되면 30 초중반의 나이가 됩니다. 늦은 나이가 UX분야 신입으로 취업할 때 큰 문제가 될지 궁금합니다.
2) 저는 대학원이라는 곳은 원래 학문에 대한 연구가 주목적인 곳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취업을 위한 혹은 진로를 바꾸기 위한 발판으로 대학원에 진학해도 괜찮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3) 이전에 대답해주신 글을 읽다 보니, UX 분야에서는 신입 채용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석사학위를 받아도 취업이 정말 어려운 것인지 궁금합니다!
4) 저는 OTT 서비스에 영감을 받아 콘텐츠 플랫폼을 개선하는 UX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이처럼 UX가 적용되는 곳이 많을 텐데 최근 가장 이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있다면 어디인지 궁급합니다! (이는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결정하는 데 활용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작성하면 좋다고 하셔서 최대한 써봤는데 멘토님이 읽기 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시간을 앞서가신 선배님의 조언이 있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며, 항상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멘티님 안녕하세요. 제 프로필을 보고 질문을 주신 것 같군요. 말씀처럼 상세한 설명은 답변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를 배려해주신 부분 감사드리며, 하나씩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저는 신입이 아닌 경력 입사를 했습니다. 이전 경력은 앱 개발사에서의 앱 기획자 1년과 온라인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소셜미디어 마케팅 6개월 정도를 했지요. 특히 마지막 경력은 멘티님께서 하신 일과 비슷해 보이네요. 당시 모 아니면 도의 심정으로 넣어본 대학원 원서였는데 합격 후 퇴사해 풀타임 석사과정에 임했습니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지금의 회사에 입사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33살입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나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지원하실 회사의 입장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기에 변수는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전 회사 경력을 완벽하게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만약 이전 경력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면 신입 입사를 하시게 될 것입니다. 이 부분은 입사 예정 회사의 HR 가이드라인 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이전 경력을 잃게 될 경우 나이 대비 직급이 낮아지고 연봉 처우 등에서 손해를 볼 순 있겠지만, 나이 그 자체가 입사에 있어 문제가 되는 일은 사실상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체력관리 잘하시고 뒤처지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조언 드려봅니다.
©️Alvaro Reyes
대학원에 대한 이해를 잘못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도 유형이 있으며 일반대학원, 전문대학원, 특수대학원으로 구분합니다. 멘티님께서 생각하신 대학원은 전형적인 일반대학원입니다. 전문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은 전문인력을 양성해 업계로 전문가를 배출하는 것이 존립 목표입니다. 따라서 갖고 계신 생각으로 진학하셔도 상관없으며 진학 중 얼마든지 생각은 바뀔 수도 있는 부분이랍니다.
그렇다면 취업을 위해서는 일반대학원에 가면 안 되는가? 그건 아닙니다. 소위 말하는 '학풍'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일반대학원은 아무래도 학구적 분위기가 강할 수 있습니다. 이론과 논문 활동을 훨씬 더 중요시 여기는 커리큘럼입니다. 때문에 학문적 베이스가 약한 학부전공자들(예를 들면, 저 같은 미대생)에게는 다소 따라가기 벅찬 과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탄탄한 이론적 베이스에 기반한 전문가가 되길 원한다면 일반대학원을 경험하시는 것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업계에서 만난 동료들 중에도 일반대학원 출신이 많기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편 전문대학원이나 특수대학원은 좀 더 실용적인 분위기로 보시면 좋습니다. 아무래도 산학 연계 프로젝트 등의 기회가 좀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답은 없으며 선택의 문제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노파심에 좀 더 첨언을 하자면, 설명드린 대학원 유형은 하나의 참고할 만한 정보일 뿐입니다. 유형 그 자체로 대학원 선택을 결정짓지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멘티님 재학기간 중에 그 대학원이 어떻게 운영될지 입니다. 이러한 정보는 웹사이트 등 외부에서 얻을 수 없습니다.
즉, 멘티님께서 지향하는 목표를 이루기에 적합한 곳인지 여부는 반드시 연구실을 직접 찾아가 살펴 보시고 판단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산학 기회가 전문대학원에 더 많을 수 있다고 했지만, 멘티님 재학 시절에는 공교롭게도 휴지기일 수도 있습니다. 일반대학원일지라도 때마침 산학 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습니다. 유형은 유형일 뿐 목적에 맞는 연구실인지는 반드시 발품을 파셔서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때문에 저는 심지어 졸업생 의견조차도 참고만 하라고 조언합니다.
©️Galymzhan Abdugalimov
대기업을 필두로 신입 공채가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이미 줄줄이 이러한 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제 필요한 인력을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 채용하려 합니다. 신입 채용이 거의 없어지는 것은 비단 UX 업계만의 문제는 아닌 셈입니다. 수시채용이 점차 일반화됨에 따라 천편일률적인 준비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자연스레 헤드헌터나 인맥을 통한 네트워크 취업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석사학위는 그러한 여러 종류의 네트워크 중 하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석사학위가 무언가를 개런티해 준다는 개념보다는 대학원을 통해 새로운 네트워크에 일원이 된다고 보시는 편이 이해가 쉬우리라 생각합니다. 이 새로운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기회의 장'을 얻는다고 보시면 가장 현실적일 것 같습니다.
석/박사 학위가 있으면 더 우대한다는 Job Description 설명은 포지션에 대한 설명일 뿐 실제로 석/박사 학위가 있다고 해서 취업이 보장되는가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석사 학위 그 자체보다는 산학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적인 실무 프로젝트 가담 경험이 더 주요했다고 봅니다. 저는 사실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실행했었습니다. 진심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뭔지를 이해한 상태에서 추락한 인생을 일으킬 뭐라도 필요했습니다. 극단적인 절실함이 기회를 끌어당겼고, 정말 운 좋게 그중 하나로 큰 성공을 한 것이 저희 석사 생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기사를 보니, 국내 석/박사 학위 취득 고학력자를 10만 명 이상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2배 성장했지만,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1/5 수준으로 적다고 합니다. 체감상 석/박사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나 통계적으로는 포화상태라고 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는, 정작 이들을 받아줄 고급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UX 포지션 채용 대부분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규모의 회사들입니다.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인건비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데 고학력자는 그 자체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을 받아줄 대기업, 연구소 TO는 제한이 되어 있다 보니 취업이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작년엔 코로나로 인해 취업 시장이 더 얼어붙으면서 작년 석사졸업생들은 더 힘들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답변을 드리면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더 많은 혼란과 갈등을 느끼실까 우려됩니다.
생각을 달리하면, 2~3년 뒤 멘티님께서 졸업할 시점 취업 시장이나 융합 산업이 융성해 UX 고급인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지금의 현실은 그저 남의 일이기도 합니다. 어떤 비관도 낙관도 함부로 할 수 없기에 무엇이 유리한지 계산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저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시라고 조언 드립니다.
키워드로 언급하면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서비스, 메타버스 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업계 뿐만 아니라 학계도 나름의 연구 트렌드가 존재합니다. 사실 제가 학계로부터는 멀어져있다보니 학계 트렌드는 어떤지 따로 알아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비슷하긴 한데 업계는 시장성, 사업성으로 흥망이 움직이는데 반해 학계는 곧 도래할 산업 트렌드를 좀더 미리 준비하는 위치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학원을 면밀히 살펴 보시면 연구실 명칭이나 커리큘럼 등이 이러한 시류를 따르는 것도 알아채실 수 있으실 겁니다. 실제로 입학 시점과 졸업 시점 이러한 시류가 변하는 것을 직접 경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애플워치가 나오기 이전 시점 스마트워치 도메인을 주력으로 연구를 했고 논문도 썼습니다. 지금은 웨어러블이라는 단어가 당시 만큼의 버즈워드가 되고 있진 않습니다. 따라서 연구 분야는 대학원 생활을 하시면서 선택을 하셔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이나 자소서 작성을 위해서 궁금해하셨다고 하면 지원하시는 연구실에서 어떤 분야에 특화 혹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 보시고 이를 참고하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원하시는 답을 얻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원 진학이 독일지 득일지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대학원 그 자체만 보지 마시고 멘티님을 둘러싼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추가로 궁금하신 부분 있으시면 얼마든지 또 질문해주시고, 좋은 소식이 생기거든 알려주시면 제가 멘토링 활동을 지속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행운을 빌겠습니다!
멘토님, 귀중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가는 것에 있어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조금은 해소된 느낌입니다! 추가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다음에 글을 또 남기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꼼꼼히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정답이 없기에 힘든 것이 당연합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클 수밖에 없는 입장이실 것도 잘 압니다. 그렇지만 두드리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에 어렵지만 용기 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잘 풀리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