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졸업을 앞두고 있는 행정학과 4학년 학생입니다. 진로를 고민하고 있던 중에 "잇다"를 알게 되어 이렇게 질문드립니다. 그러면, 바로 알고 싶은 내용을 여쭤보도록 할게요.
©Clayton Robbins
첫 번째로는 회계 관련 직무 취업에는 직무경험이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인턴을 알아보고 있는데, 친구들을 보면, 회계 직무인데도, 회계와 상관없어 보이는 잡무만 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직무경험’이 중요한데, 잡무라도 일단 해야 할까요?
두 번째로 저는 상장을 준비하려고 하는 기업에 취업하고 싶습니다. 상장 준비 중인 기업이 아무래도 배울 게 많은 것 같아서 그런데요. 혹 이런 기업을 알아보고 찾는 방법이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저는 3학년 때부터 회계에 관심이 생겨서 회계 관련 자격증을 공부하며 취득을 하였습니다. 자격증은 있지만, 아무래도 지식이 부족해 재무, 세무, 원가 공부를 하고 싶은데, 주위에서는 공부는 그만하고 직무경험을 쌓으라며, 시간 낭비 말라고 하네요. 무엇이 우선해야 하는지 멘토님의 조언이 듣고 싶습니다.
주저리 쓰다 보니까 여쭤볼 내용이 많아졌네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그럼 답변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질문에서 진솔함이 느껴져서 재빨리 답을 드립니다!
먼저 현재 제가 직장을 퇴사하고 회계 직무에 종사하지 않고 있어 답변에 한계가 있다는 점 염두에 두고 읽어주세요. 저 또한 같은 고민을 해왔고 커리어에 관한 고민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아마 일을 하는 동안에는 계속될 것 같아요.
저는 인턴을 회계와 전혀 관련 없는 곳에서 했어요. 국제기구에서 프로그램 기획/지원하는 일을 했는데 주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마케팅 뉴스레터를 쓰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저 또한 재무 커리어를 희망하고 있었기에 인턴십 기간 동안에 어떻게든 회계랑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쉽게 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취준 시절에도 직무경험이 미흡해서 많이 우울해했었는데, 결국에는 취업이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꼭 내가 생각한 길로만 흘러가지 않을지라도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것 같아요.
아마 회계 인턴을 했던 주변 친구들 역시 큰 임무를 맡지는 못했을 거예요. 회사 입장에서는 잠시 있다가 다시 대학으로 돌아갈 친구들에게 큰 프로젝트를 맡기는 게 쉽지 않거든요. 본인들 일하기가 바쁘다 보면 인턴을 교육하는 데에 시간을 크게 쏟지 못할 때도 있고, 또 괜히 부담을 주고 야근을 시키게 될까 봐 일부러 신경 쓰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인턴에게 많은 업무를 준다는 건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다는 뜻입니다. 먼저는 단기 인턴에 대한 기대감이나 책임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높은 기대가 있다는 건 그만큼 내가 일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뜻이니 플러스 요소이지만, 그보다는 일을 통해 인간관계 경험을 쌓고 내가 속한 "산업"에 대한 이해를 키우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일을 하게 되며, 특정적으로 맡아보고 싶은 업무가 있다면 직접 해보고 싶다고, 어떻게 하는지 알려달라고, 아님 관련해서 읽을 자료라도 달라고 요청해보세요. 적극적인 만큼 배워갈 수 있는 게 많은 시기가 인턴입니다.
더불어,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고 나면, 저절로 Yes 맨이 될 수밖에 없는 게 한국 직장의 현실인 것 같아요. 내가 그 무슨 말을 해도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인턴 시절에 사소한 것 하나라도 더 질문하고 소신을 지키는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Carlos Arthur M.R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배울게 많다는 것은 어떤 이유인지 알고 싶어요. 배울 수 있는 곳은 정말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직무랑 관련된 지식을 쌓는 것만을 '배움'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전공과 자격증 공부를 통한 이론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실무에 있다 보면 회사에서 이용하는 회계 시스템(ERP 등)과 IFRS에는 없는 회사의 고유한 회계 방침을 얼마나 이해하고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거든요. 이런 것도 다 '배움'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먼저 멘티님이 관심 있는 산업과 업무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회계 내에서도 정말 다양한 직무가 있거든요. 아래 저의 이전 글을 첨부할 테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최대한 다양하게 지원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중소기업, 대기업, 스타트업 다 괜찮습니다.
상장과 관련된 사항은 회사 홈페이지 및 해당 산업과 관련된 최근 뉴스나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사업보고서와 익숙해져 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사업의 내용' 부분을 읽으면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사실은 회사에서 알게 모르게 진행하던 B2B 사업, 계열사 분할, 해외 진출 등을 알 수 있으며, '재무제표/손익 보고서' 부분을 보면 사업의 성장성과 및 수익성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알고 있으면 면접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 질문은 위의 두 답변에서 조금 해소가 된 것 같은데요. 그동안 회계 자격증을 세 개나 딸 정도로 공부했다니, 이것만으로도 멘티님의 직무적합성과 성실성은 인증된 것 같아요. 세무사는 앞으로 세무사 직업을 희망하고 자격증을 꼭 따놓는 게 멘티님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 안정감을 줄 것 같다면,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괜찮습니다. 다만, 일반 기업 취직이 목표이고, 인턴 경험이 하나도 없는 상태라면 실무에서 일을 먼저 해봤으면 좋겠어요. 일을 하다가 예전엔 몰랐던 새로운 관심사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취업도 해보고 이직도 해보고 퇴사도 해본 시점에서 돌아보면, 커리어는 항상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더라고요. 일찍 취직한 만큼 빨리 퇴사하고 새로운 직업을 찾는 경우도 있고, 늦게 취직한 만큼 정말 잘 맞는 회사에 만족하며 다니는 경우도 있고요.
지금은 불안한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승리 포인트입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