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절실하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입니다. 경영관리로 취업 가능성이 있을까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Simon Abrams
제 소개를 간략히 하자면 서른 살로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생산관리 직무를 계약직으로 2년, 생산기획 직무 정규직으로 2년째 하고 퇴사하였습니다. 학력, 나이, 자격증 등 솔직하게 말해서 볼품이 없습니다.
공장 근무와 지방 순회에 피로감에 생산관리에서 경영관리, 구매 쪽으로의 직무변경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 서류에서부터 탈락하고 있다 보니 이제는 정말 희망도 없고 우울하기만 합니다.
멘토님. 제 스펙으로 중견기업 이상의 경영관리 직무 합격이 가능할지 냉정하게 듣고 싶습니다. 통상적으로 경영관리는(경영기획이 아닌 손익 파악, 예산 편성, 경영계획 수립 등) 흔히 엘리트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스펙이 별로라 경영관리 직무 준비라는 전략을 배제하고 다른 직무를 알아보는 게 맞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혹여나 1퍼센트의 희망으로 제 스펙으로도 경영관리 도전이 가능하다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등도 알려주시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재직 중 손익, 원가 등은 업무 서포트 등을 했었고 생산지표관리와 생산기획 등을 주 업무로 했습니다./ 회계에 대한 상식은 상중하 중에 중하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남은 하루. 행복한 마무리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정성스러운 긴 글로 문의하셔서 반갑고 고맙습니다. 쓰신 글을 읽다 보니 절실함이 느껴져서 저도 최대한 정성스레 답변을 드려야 할 것 같아 고민 후에 회신드립니다. 문의하신 포인트에 대해 하나씩 짚어볼게요.
©Priscilla Du Preez
서류 심사에서 절대 평가란 없습니다. 즉 어떤 기업, 어떤 직무를 지원했느냐, 또 지원할 당시 그 기업과 직무는 어떠한 상황이냐(*내정자나 후보자가 있는데 공고를 올렸을 수도 있고, 뽑으려다 안 뽑게 될 수도 있고, 멘티님이 하셨던 경력을 해당 채용공고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 탈락시킬 수도 있고, 경쟁 지원자들에 비해 상대적인 비교에서 아쉽다 생각해 떨어뜨릴 경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적으로 운이 작용합니다. 퇴사 이후 현재까지 구직활동 열심히 하고 계신 것으로 파악됩니다. 계속 서류에서 탈락하다 보니 자신감이 좀 떨어지신 것 같고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힘내세요. 앞서 설명했듯이 채용은 '상대 평가'이므로 힘내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절대평가였다면 SKY 출신들이 대기업, 중견기업 다 차지하고 일렬종대 줄 세워 그렇게 뽑아가면 우리들의 기회는 없을 테니까요. 따라서 힘내세요.
'제 스펙으로 중견기업 이상 경영관리 직무 합격 가능할지'에 대한 답을 드리자면, '가능'하고, '기회'도 충분히 있을 것입니다. 계속 가고 싶은 후보군들을 지원해 보시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접근해 보시죠. 투 트랙(two-tracks)으로 가야 합니다. 하나는, 이력서에 멘티님이 해오셨던 것들에 대해 what을 적을 게 아니라 how to를 적어야 합니다. 만일 how to로 적고 계셨다면 더욱더 디테일하게 수정해 보세요. 뭐 좀 한 게 없어서 걱정이라는 말씀이시죠? 내세울 스펙이 없어서 고민이신 것 같고요. 그건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어요.
면접관들은 주로 what보다는 how to를 봅니다. 즉 그동안 해 온 게 몇 개 없더라도 '그걸 어떻게 문제 해결해 풀어 왔는지' 해법을 보는 겁니다. 즉 우리 회사 들어와서 문제 해결 잘 해줄 사람을 뽑는 데 그럴만한 자질이 있는지 이력서를 통해 먼저 보는 것이죠. 이게 서류 전형에서 멘티님의 이력서를 눈길 가게 할 전략이 될 겁니다.
둘째는, 경영관리 직무도 워낙 방대해서 멘티님이 구체적으로 어떤 직무를 원하시는지 개인적으로 다시 고민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혹시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라는 피터 드러커 교수의 말을 아시나요? 숫자로 조직의 문제 해결을 돕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회계 관련 자격증을 공부하시면 되고요. 쿠팡, 컬리 같은 이커머스 물류 계통 취업을 생각하신다면 데이터 분석가(Data Analyst)가 경영기획/관리 측면에서 인정받고 있으니 이에 대한 공부를 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GA, SQL, 엑셀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취급, 각종 통계 툴을 이용한 데이터 크롤링, 상관관계 분석 등)
최근 경영관리도 고객 데이터를 잘 분석하여 "어떻게 하면 더 잘 팔 수 있을까?"에 대해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된 툴을 잘 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고요.
©Annie Spratt
벌써 8월이네요. 휴가철이고 채용 비수기일 수 있으니 너무 염려 마세요. 가을철 오기 전에 이직 시즌이 한 번 또 돌아옵니다. 그때까지 이력서 수정 잘 하시고요. 특히 멘티님이 어떤 업종으로 가고 싶은지에 따라 해당 직무의 역할도 많이 달라집니다. 특정 업종을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조언이 좀 일반적일 수 있다는 걸 양해 부탁드리고요.
유망한 스타트업도 많습니다. 제가 멘티님 경력 근거로 볼 땐 쿠팡, 컬리, 또는 버티컬 플랫폼 스타트업(*버티컬: 특정 제품군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업체들)도 어울리실 것 같아요. 이들 업체들은 최신 툴도 잘 사용하고 직무 전문성도 키울 수 있는 괜찮은 곳들이죠. 개인적으로 추천드립니다.
덧붙여 정규직, 계약직은 크게 상관없다고 봐요. 절실함을 활용하셔서 어디든 들어가셔서 열심히 잘 하실 거라 보고요. 한 곳 한 곳 지원하실 때 이력서, 자소서 복사, 붙여넣기 하지 마시고, 특정 업체가 속한 산업 군의 특성에 맞게 멘티님의 자질, 경력, 장점을 어필하시면 눈에 띄는 소개가 될 겁니다. how to 집중해서 적는 것 잊지 마시고요.
경영관리 직무는 두루뭉술합니다. 따라서 그 안에서도 멘티님만의 에지(edge)를 찾는 과정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이건 서류 지원할 때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므로, 다시 직장을 찾으시고 들어가셔서 업무와 학습을 병행하며 이룩하셔야 할 겁니다.
회계, 데이터 처리 관련 자격증들 열심히 공부해 보세요. 기업들은 항상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하나라도 더 팔까? 그러려면 고객이 남긴 데이터를 어떻게 인사이트 있는 정보로 잘 해석해낼까?"를 생각하고 있고, 경영관리 직무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잊지 마시고요. 돈 잘 벌도록 후방에서 적극 지원하는 인재라면 어떤 회사든 마다하지 않습니다.
제 조언이 조금이나마 멘티님께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저도 옮길 자리 알아보지 않고 일단 그만두고 이직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퇴사 후 시간이 지나자 조바심이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존감도 떨어졌었고요.
모두 한때입니다. 다시 마음에 드는 직장 잘 찾으실 거고, 또 새로운 곳에서 일 시작하시다 보면 지금의 고민은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잠시 쉬어간다는 측면에서 찬찬히 기업들 골라보시고, 열심히 서치해 보시고, 많이 지원해 보세요. 틈틈이 운동하시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도 계속 살려보시고요. 언제든지 편하게 문의하세요. 감사합니다. 파이팅!
멘토님. 막막한 취준 생활 속에서 이렇게까지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진심을 다해 감사드린다는 말씀 올립니다. 문의에 대한 해답은 물론이거니와 멘토님께서 작성해 주신 글귀 하나하나가 자존감이 떨어진 저에게 자신감을 일깨워 주셨고, 덕분에 긍정적인 사색을 잠시나마 할 수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