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원래 공기업 분야, 특히 코트라에 관심을 두고 준비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사기업 해외 구매 직무에 지원하게 되었고, 예상치 못하게 서류 전형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직무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면접을 준비하기란 쉽지 않았고, 이에 최대한 현직자분들을 찾아 조언을 구하고자 하던 중 멘토님께 이렇게 질문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궁금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Mike Kononov
먼저, 해외 구매 직무가 실제로 어떤 업무를 하는 건지 알고 싶습니다. 제가 서류를 통과한 회사는 방산 기업인데, 무기를 생산할 때 필요한 부품을 해외에서 구매해오는 것이 주요 업무인지 궁금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각각의 무기 체계에 어떤 부품이 들어가는지, 그것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지도 알고 싶습니다. 참고로 저는 문과 전공자이기 때문에 무기 체계를 보고 어떤 재료가 쓰였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걱정이 됩니다.
또한 제 입장에서 구매 직무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기존 거래선을 관리하면서 가격을 협상해 절감하는 일, 또 하나는 공급망이 불안정해졌을 때 새로운 거래선을 발굴하는 일인데요.
저는 이 과정 중에서도 특히 ‘견적 비교 검토’와 ‘협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견적 비교의 경우, 보통 내부적으로 기준이 마련돼 있어 그것을 기준으로 공급처를 선정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협상 같은 경우, 상대는 이미 수년 간 거래를 해온 파트너일 텐데요, 그런 상황에서도 가격을 낮추기 위한 협상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알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에 대량 구매가 예정돼 있으니 가격을 조금만 낮춰달라”는 식의 접근이 실제로 통하는지요.
그리고 만약 구매팀에서 통관 업무까지 담당한다면,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무역 실무 지식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실무적으로 익히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학교에서는 이론적으로 배우긴 했지만, 실제 업무에서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는 아직 감이 잘 잡히지 않아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또한 구매팀은 당연히 사내의 다양한 부서와 소통할 일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통 어떤 이슈나 주제로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며, 그럴 때 어떤 태도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원활하게 협업이 이뤄지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거래선을 발굴할 기회가 얼마나 자주 주어지는지도 궁금합니다. 이런 발굴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실제로 신뢰도 높은 신규 거래처를 찾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도 알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구매 직무에서 가장 자주 일어나는 돌발 상황이나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해외 공급처가 납기를 지키지 못하면서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있을 수 있겠죠.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식의 태도와 대처 방식이 필요할지도 조언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갑작스럽게 직무를 준비하게 되다 보니 질문이 다소 두서없이 길어졌지만, 구매 직무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있는 만큼 꼭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 진솔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1. 해외 구매 직무의 실질적인 업무 내용은?
말씀하신 것처럼, 방산 업체의 구매 직무는 해외에서 무기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구매해오는 역할이 맞습니다. 다만 단순히 부품을 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품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이를 어떤 경로와 조건으로 구매할 것인지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문과생의 경우 무기 체계를 깊이 이해하긴 어렵지만, 각 무기 체계별로 어떤 주요 부품이 필요한지는 공개된 방산 보고서나 기업 IR자료, 방위산업 관련 기사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면접에서도 ‘그 부품이 왜 필요한지’를 아는 수준보다는, 해당 직무에 대한 기본 개념과 문제 해결 능력,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2. 구매 직무는 ‘거래선 관리’와 ‘거래선 발굴’이 핵심인가요?
멘티님이 정리하신 두 가지 포인트 모두 정확합니다. 실제로 구매 직무는 기존 거래선을 잘 유지하고 협상을 통해 가격을 절감하는 것과, 비상 상황이나 공급망 이슈 발생 시 대체 거래선을 빠르게 확보하는 두 가지 역량이 모두 중요합니다.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설명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필요한 자재에 대해 각 부서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구매팀은 국내외 공급처에 견적을 요청하고 견적이 들어오면 가격, 납기, 인증서, 원산지 등의 기준에 따라 비교·검토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관 부서와 협의한 뒤 공급처와 협상해 계약을 체결하고, 수입 시에는 통관 및 물류 진행을 관리하고 납품 후에는 검수 및 사후 문제 대응까지 이어집니다
이 과정 중에는 납기 지연, 인증 미비, 가격 이슈 등 다양한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꼼꼼한 확인 능력과 빠른 의사소통, 협업 역량이 중요하게 요구됩니다.
©Christine Roy
3. 견적 비교와 협상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견적 비교는 단순히 ‘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조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입니다. 보통 회사 내부에서 사용하는 평가 기준표(가격, 납기일, 품질 인증, 과거 거래 이력 등)가 있어, 이를 바탕으로 점수를 매기거나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협상은 말씀하신 것처럼 기존에 오래 거래해온 공급처와의 협상력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더 싸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예를 들어 “이번 분기에는 발주 물량이 늘어나니 단가 조정을 부탁드립니다”라든지, “장기계약을 조건으로 가격을 조정해달라”는 식으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는 공급처와의 신뢰관계, 협상의 타이밍, 상호간 윈윈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4. 통관 과정에서 필요한 무역 실무 지식은?
해외 구매팀이 통관까지 담당하는 경우, 무역 관련 지식도 중요하게 요구됩니다. 특히 다음 항목들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실무에서 혼란이 없습니다.
-인코텀즈(Incoterms): 거래 조건에 따른 비용과 책임 구분
-HS 코드: 수입품의 분류 및 통관에 필요한 번호
-관세 및 수입 신고 요건: FTA 적용 여부 등
-L/C(신용장), T/T(전신환 송금) 등 결제 방식
-선적 서류 관리: 송장, 포장 명세서, 원산지 증명서 등
이런 지식은 무역실무 관련 자격증(예: 무역영어, 국제무역사 등)을 공부하면 기본을 익힐 수 있으며, 실제 실무에서는 선적 대행사(포워더)와의 협업 경험을 통해 감각을 익히게 됩니다.
5. 타부서와의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구매팀은 사내 여러 부서와 소통이 많은 부서입니다. 주로 기술팀, 품질관리팀, 생산관리팀 등과 협업하며, 주제는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기술팀이 요구하는 사양에 맞는 자재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품질 이슈로 납품된 자재의 반품이 필요한 상황 등입니다.
이럴 때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문제를 조율하고 최적의 해법을 찾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 꼼꼼한 정리력, 그리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필요합니다. 가끔은 여러 부서 간 이해관계가 부딪히기도 하니, 중재자 역할도 해야 하죠.
6. 새로운 거래선 발굴은 얼마나 자주 하나요?
회사 규모나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방산업체의 경우 규격화된 부품을 장기간 동일한 공급처에서 납품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공급처의 신뢰도가 낮아지거나, 원자재 가격 급등, 제재 리스크 등 외부 환경에 따라 새로운 거래선을 발굴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때는 전시회, 무역관, 온라인 B2B 플랫폼(예: 알리바바, 글로벌소시스 등)을 통해 벤더를 찾고, 일정 기준에 맞는지 서류 검토 및 샘플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이런 과정은 구매팀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7. 구매팀에서 자주 발생하는 애로사항은?
가장 흔한 문제는 역시 납기 지연입니다. 해외 공급처가 약속한 일정을 지키지 못하면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이 경우 구매팀이 여러 방면에서 대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체 자재 확보, 운송 스케줄 조정, 긴급 통관 요청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또 다른 애로사항은 품질 불량입니다. 품질 문제는 단순한 교환이 아니라 전체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민감하게 다뤄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침착함과 책임감입니다. 문제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가능한 해결책을 신속하게 제시하면서 신뢰를 잃지 않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급하게 준비하게 된 상황 속에서도 이처럼 고민의 결을 잘 정리해 질문을 주셨다는 것 자체가 멘티님의 태도와 진정성을 보여줍니다. 앞으로의 준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