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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마케터가 아이디어 뱅크일 필요는 없습니다
SK텔레콤 · 마케팅
약 5년 전
💬 멘티의 질문
멘토님  안녕하세요! 마케팅 직무를 준비하다가 졸업을 앞두고 고민에 빠진 취준생입니다.
 
흔히 문과는 영업이나 마케팅 직무로 간다고들 하는데, 지금까지 저는 영업보다 마케팅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제 성격이 겉으로는 외향적으로 보이지만,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서 사람들과 신뢰를 잘 쌓아야 하는 영업과 거리가 멀다고 판단했으니까요.
 
하지만 최근 마케팅 인턴을 하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고민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Kaboompics .com

먼저 마케팅의 특성상 사람들과 앉아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끊임없이 회의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과 오랜 시간동안 함께 있어야 하는 상황이 버거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힘들었던 점은 제가 창의적이기보다는, 비판적인 성격이라서 창의적 기획이 요구될 때 넘기 힘든 벽을 마주한 기분이었어요. 

특히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페이스북 관리 및 기획 업무를 했는데, 콘텐츠 하나를 작성하는 것도 버거웠던 경험을 하고 나서 어느 정도 틀이 짜인 업무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마케팅 업무에 창의성이 얼마나 필수적인 역량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니 의외로 마케팅 업무 중에서 기획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하지 않더라고요.

ⒸStas Knop


또, 어떤 분은 마케팅이라는 것이 결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라서, 창의적인 생각이 아무 근거 없이 뚝 떨어지는 게 아니고 따라서 엄청난 창의성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씀하더라구요. 
 
물론 사원일때는 기획 업무의 비중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향후 직급이 올라가면 회의나 창의성을 요구하는 기획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멘토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학교에서 상담을 받았을 때는 비교적 규칙적인 특성이 강한 인사 직무를 추천해 주셨는데, 마케팅 직무를 계속해서 준비할지, 인사 직무로 방향을 틀지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바쁘실 텐데 시간 내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멘토님의 소중한 조언 기다리겠습니다!

💬 최경훈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남겨주신 글 잘 읽어봤습니다. 질문에서 혼란스러운 마음이 느껴져 안타까웠습니다. 

사실 고민하고 계신 내용은 문과 출신의 마케팅 지망생들이 대부분 취업 전후에 하는 생각들이니 너무 힘들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니까요. 주변에서 여러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을 테니 최대한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rawpixel.com

기획보다는 계획 실행을 위한 협업이 대부분

먼저 실무로서의 마케팅은 학생 때 생각하던 화려한 모습과 많이 다른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마케팅 직무로 입사한 후배들은 회사에 다니면서 계속 고민하기도 합니다.
 
마케팅 업무는 워낙 폭이 넓어서 명쾌하기 정리하기 살짝 어려울 수 있는데, 크게는 마케팅 대행사의 마케팅, 스타트업의 마케팅, 대기업의 마케팅으로 분류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업무의 모습이 많이 달라집니다.
 
일단 학생 때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경험해보는 마케팅은 대행사의 업무에 가깝고, 스타트업의 마케팅은 멘티님께서도 경험해 보셨으니 어느 정도 아실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의 마케팅은 영업 직무와의 구분이 모호해서, 사실상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함께 한다고 보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또한, 문자보다는 의외로 숫자가 더 많이 쓰입니다.

멘티님께서는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할까봐 걱정하고 계시는데, 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영업적인 부분이 존재하므로 다른 사람들과의 의견 교류는 빈번하게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멘티님이 걱정하고 계신 것처럼 이렇게 활발하게 의견을 교류하는 것은 콘텐츠를 창의적으로 기획하기 위한 회의보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다른 부서나 업무자와 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마케팅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니까요.
 
따라서 아이디어 회의보다는 기획된 것을 작동시키기 위한 이해관계자와의 교류가 더 중요하고, 많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개인별로 작은 프로젝트를 맡게 되고, 회의에서 기획하는 것보다 개인이 고민한 내용을 보고해서 확인받는 방식이 많습니다. 그래서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Pixabay

창의성보다 팀원끼리 장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창의성이 마케팅 업무에 필수적인 역량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면접이나 입사 당시에는 창의력을 중요하게 평가하지만, 막상 실무를 해보면 필수 요소가 아니에요.
 
멘티님이 회의에서 느꼈던 좌절, 실망감은 아마 참여자 모두가 기획자이고, 주도권자라서 그랬을 것으로 생각해요. 저도 학생 때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거지만, 만약 다섯 명이 참여하면 다섯 명 모두 본인이 기획을 주도하고 싶고, 자신이 낸 아이디어를 관철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사실상 기획 주도권자가 많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역할분담을 하게 되니까요. 아이디어가 한 번 확정된 후에는 비판하기보다는, 실행하는 방법을 많이 논의하게 되죠.
 
기업은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는 조직입니다. 창의적인 사람이 없어도 문제가 되지만, 역으로 모두가 창의성만 가지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즉, 창의성이 중요하긴 하지만, 조직 생활이므로 본인이 창의력이 부족해도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수 있으며, 반대로 본인이 강점이 있는 부분에서 메꿔주면 되는 거예요. 모든 일은 서로 협력하면서 진행하는 거니까요.

모든 마케터가 아이디어 뱅크일 필요는 없습니다

직무 선택에 있어서 고민이 많이 되신다면 마케팅, 인사 등 개별 직무를 먼저 생각하지 말고 본인이 하고 싶은 사회생활의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싶은지 그려보고, 그에 적합한 직무를 선택하면 됩니다.

Ⓒrawpixel.com

학교에서 인사 직무를 추천했다고 하셨는데, 멘티님이 하고 싶은 일이 인사 업무라면 당연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만, 규칙적인 업무 환경을 고려해 인사를 택하시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인사 직무에 들어가도 회의가 많을 수 있고, 인사 직무만의 고충, 필요 역량이 분명히 있어요. 물론 창의성보다는 관리 역량이 더 중요하겠지만요.
 
마케팅 역시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두가 기획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관리 업무를 하거나 데이터를 관리, 분석하는 일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학생 때 생각하던 것과 다르게 회사에서는 PPT보다 엑셀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마케팅 업무가 꿈에 그리던 이상과 맞지 않는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고,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은 영역이니까 단순히 창의성 하나만의 능력으로 돌아가는 업무가 아니라는 겁니다.

따라서 본인을 창의적인 기획이 샘솟는 아이디어 뱅크가 돼야 한다는 모습에 한정 짓지 말고, 데이터 분석 등 마케팅의 다른 영역에서 활약하는 사람으로 그려볼 수 있다면 굳이 마케팅 직무를 포기할 필요는 없겠죠?
 
다른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인사 직무보다는 마케팅 쪽에서 인력을 많이 뽑으니까 취준 하시다 보면 마케팅에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물론 많이 고민해본 결과 인사 쪽이 본인에게 더 맞는 것 같으시면 희망 직무를 바꿔야 하니 빠르게 준비하셔야 하셔야겠지만요.
 
지금이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시기인 것 같아요. 이럴 때는 본인의 부족한 모습보다 강점을 중심으로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업무를 하면서 부족한 면은 다른 사람이 충분히 채워줄 수 있고, 기본적인 업무를 배우면 문제가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장점을 바탕으로 본인이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직무를 많이 고민해보세요.
 
도움이 더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다시 질문해주세요. 요즘 업무하면서 숫자를 많이 보다 보니 글이 잘 안 써지는 것 같은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경훈 멘토
SK텔레콤 · 마케팅
마케팅/MD
안녕하세요. SK텔레콤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경훈 입니다.
하고 싶은게 많았었는지 다양한 직군/ 진로를 고민하다 취업을 선택했고, 회사 에서도 업무를 자주 바꿨던 것 같아요. 고민도 많았지만, 그 안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 좋은 선택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내 논리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게 제 경험을 들려드리고, 멘티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마케터 직무가 궁금하거나, 취업을 어떻게 준비할 지 막막한 분들, 어떤 내용으로 자소서를 채워야 할지 걱정인 분, 스스로의 강점을 찾고 싶은 분들 함께 이야기 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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