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저는 이렇게 꿈을 구체화했어요.
멘티 질문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의류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3학년 학생입니다.
사실 그동안 전공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해 진로에 대해 많이 방황했었는데요, 최근 들어서야 ‘그래도 전공을 살려보자’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이제 막 방향을 잡아가려는 단계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질문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Tamas Pap
1)먼저, 멘토님께서는 MD나 마케팅 쪽에서 커리어를 쌓아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어떤 계기로 이쪽 진로를 선택하게 되셨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진로를 막 고민하기 시작한 입장에서 멘토님의 초기 경험이나 고민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여쭙게 되었습니다.
2)지금 저는 막연하게 상품기획이나 마케팅 직무 쪽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멘토님께서 실제로 현업에서 일해보시면서 이 직무의 장점은 어떤 부분에서 느끼셨는지, 반대로 조금 아쉬운 점이나 힘든 부분이 있었다면 어떤 게 있었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3)지금 방학 중이라 시간이 있는 만큼, 뭔가라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OPIC 공부를 시작했는데요. 진로 방향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준비하는 것에 확신이 없고, 괜히 엇나가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그래서 진로를 보다 명확히 정하기 위해 어떤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멘토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멘토 답변
멘티님, 안녕하세요! 패션 회사에 입사를 원하는 분들이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크게 전문직과 공통직으로 나뉘어요.
-공통직: MD, 영업, 마케팅 등
-전문직: 디자이너, 모델리스트(패턴사), VMD 등
최근 패션 산업은 오프라인(백화점, 쇼핑몰, 거리 매장 등)은 물론 온라인까지 영역이 계속 확장되고 있어요. 변화가 빠르고 잦은 업계인 만큼, ‘호기심’을 가지고 스스로 간극을 줄여나가는 자세가 있다면 분명 좋은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1. 진로 선택과 준비 과정>
저는 사실 처음부터 패션 마케팅 쪽으로 진로를 정한 건 아니었어요. 전공은 마케팅이었지만 패션 업계에는 큰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우연히 뉴욕에서 인턴을 하게 되면서 패션 업을 접하게 됐고, 그 경험을 통해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벌써 16년째 패션 업계에서 일하고 있네요.
그동안 마케팅 – MD – 영업 – 교육 등 다양한 직무를 거쳤고, 남성복 / SPA 등 다양한 브랜드도 경험했습니다. 특히 S물산에서 14년을 근무했는데, 새로운 직무나 브랜드를 맡게 될 때마다 기존 룰과 팀의 색깔 속에서 저만의 철학을 보여주는 게 항상 큰 도전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늘 ‘압도적으로 잘하자’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예요. 시간을 많이 쓰거나, 재능이 뛰어나거나, 혹은 둘 다!
MD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말 모든 게 어색했어요. 소재도 모르고, 포트폴리오를 보는 법도 몰랐죠. 그래서 저는 과거 데이터를 누구보다 많이 분석하고, 경쟁사 제품도 열심히 들여다봤습니다. 직접 제 돈으로 상품을 사서 체험하기도 했고요.
실수도 많고 시간도 많이 허비했지만, 그런 경험들이 나중에 저만의 ‘레슨’이 되어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늘 꼼꼼하게 보고 머릿속에 메모해두고 다시 복기하는 습관 덕분에 생각의 양이 쌓였고, 그러다 보니 생각의 질도 좋아지더라고요.
패션 마케팅이나 MD 일을 하다 보면 결국 중요한 건 트렌드와 고객 니즈입니다. 하지만 이걸 단번에 파악하긴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매달 책 3권을 읽고, 다양한 잡지 구독, 그리고 현장 방문과 대화를 통해 트렌드를 읽으려 노력합니다. 특히 요즘은 러닝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어서 주말마다 러닝 대회에도 참가해요. 그 안에서 직접 소비자들을 만나고, 멤버들과 함께 관찰하고 의견을 나누며 인사이트를 얻습니다. 중요한 건 ‘빠르게’보다는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에요. 방향을 설정하는 제 입장에서는 정확성이 훨씬 더 중요하거든요.
©Lewis Hayden
<2. 상품기획/마케팅 직무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
먼저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상품기획(MD): ‘상품’이라는 콘텐츠에 깊이 파고드는 일
-마케팅: ‘매체’와 ‘디지털 콘텐츠’를 다루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두 직무 모두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요구하는 노동집약적인 일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자기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투자라고 생각해요. MD는 해외 출장이 많아서 세계 트렌드를 상품의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실제로 브랜드의 핵심은 ‘상품’이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상품 방향을 정하고, 생산부서와 생산 협의, 마케팅과는 컨셉 협의, VMD와 연출, 영업부서와는 판매 계획까지 협의합니다.
이처럼 브랜드의 모든 과정에서 MD가 중심을 잡고 리딩한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저는 MD의 역할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Branding이라고 생각해요. 마케팅은 시장 선도적 전략을 세우고 브랜드의 인지도와 매력도를 관리하는 일입니다. 다양한 매체와 콘텐츠를 다루다 보니,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다만, 패션 업계는 기술보다는 ‘감도’와 ‘감성’, 즉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언제나 기준이 변하고 관계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일 수 있어요. 물론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진 않지만, 많이 겪는 어려움이긴 합니다.
<3. 진로 방향 설정과 준비 방법>
우선 정량적인 스펙(학점, 어학 등)은 꾸준히 준비하시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정성적인 경험입니다. 요즘은 인턴 경험을 통해 입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턴 선호도가 굉장히 높아요. 그리고 패션은 글로벌 산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해외 연수나 인턴 경험도 추천드려요. 특히 미국이나 이탈리아처럼 패션 중심 국가에서의 경험은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또 졸업이 다가올수록 구체적인 직무(예: 바잉MD, 생산MD 등)와 관심 카테고리(여성복, 남성복, 스포츠 등)를 좁혀보는 게 좋아요. 그 후에는 그 분야에서 조금씩 깊이 있는 경험을 쌓아보시면 됩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분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도 남성복이 좋아서 MD와 영업을 모두 경험했고, 옷을 살 때도 다양한 브랜드를 찾아보고 직접 입어보고,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남성복 편집샵이나 박람회는 꼭 방문해요. 사람들의 옷차림도 유심히 관찰하죠. 그런 모든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지만, 그걸 실천하는 건 쉽지 않죠. 억지로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는 분야를 찾아보세요. 그러면 분명히 자신감도 생기고, 스스로를 믿게 될 거예요.
멘티님의 고민이 질문 속에서 잘 느껴졌어요. 제 답변이 최고의 해답은 아닐 수 있지만, 수많은 옵션 중 하나로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정답을 찾기보다, ‘해답’을 찾아가는 시기라고 생각하세요! 미래에 패션 업계에서 멋진 후배님으로 다시 만나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멘토님 너무 정성스러운 답변 감사드립니다.. !저도 멘토님이 해주신 말씀들 보면서 저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보고, 진로에 대한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진로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보고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네요. 바쁘신데도 이렇게 좋은 답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