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의 자소서? 이걸 주의하셔야 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취업 준비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실 텐데,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보내주신 자기소개서를 읽고 느낀 점을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전반적인 자기소개서에 대한 솔직한 생각>

먼저, 멘티님은 꼼꼼하게 정량적/정성적 부분을 잘 작성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멘티님의 자기소개서를 보고 느낀 점은 '과연 이 모든 것을 다 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회사 실무자들도 모두 학생 시절을 겪었기에, 24시간과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달성 가능한 일의 깊이를 명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1번 문항부터 말씀드리면, 2개월의 인턴 기간 동안 원가 절감을 98%나 달성했다면, 제 생각에 멘티님은 취업이 아니라 독자적인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게 훨씬 더 성공적일 것입니다. 회사의 프로젝트가 정량적으로 98% 원가 절감을 달성하려면 2년이 걸려도 쉽지 않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만약 면접관이 이 부분을 보게 된다면, 우선적으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멘티님이 언급하신 전도성 고분자(PEDOT/PSS 등)가 양산성에서 약점이 있어 쉽게 상용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면접에서 이 질문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제가 아는 연구/개발과 양산 사이에는 수백 개의 검증 과정이 있기 때문에, 멘티님의 내용이 100% 사실이라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회사원보다는 사업가의 길이 더 어울려 보입니다.

<각 항목별 조언 및 보완점>

이러한 점은 2번 문항에서도 이어집니다. 1번 문항에서는 구체적으로 용매와 금속 코팅을 언급하며 정량적 성과를 이야기했지만, 2번 문항은 내용이 다소 '벌크'하게 작성되어 있습니다. 학부 연구생에게 연구실의 중요 프로젝트를 메인으로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멘티님이 하신 일이 주도적인 역할이었는지 명확하게 와닿지 않습니다. '외국인들과 협업했다'는 내용 또한, 그냥 내국인과 협업했더라도 똑같이 진행될 수 있는 과제로 느껴집니다.

3번 항목의 경우, 삼수를 통해 다져진 끈기가 연구 결과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집요함'이라는 단어가 삼수와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실험 과정의 복잡성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내용보다는 '실험에 진전을 주었다'는 것이 훨씬 현실적으로 들립니다. 후미에 언급된 '작은 변수'가 무엇이었는지 인과관계를 알기 어렵다는 점도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4번 항목도 마찬가지입니다. '협업을 통해 팔로워를 증가시켰다'고 하셨지만, 내용 중 멘티님이 하신 일은 '팀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역할을 분담했다'는 것 하나뿐입니다. 이 부분을 더 구체화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가 자소서를 다 읽고 난 뒤 느낀 점은, 항목별 답변의 깊이 차이가 커서 멘티님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1, 2, 3번 항목의 성과들은 보통의 학부생이 달성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일로 보입니다. 만약 제가 멘티님 나이에 작성하신 과제에 해당하는 일을 했다면, 결과물의 10%도 도출해내지 못했을 겁니다.

©Israel Andrade

<회사는 어떤 사람을 원할까요?>

회사는 '우수한 인재'를 원하지만, 동시에 '우수하기만 한 인재'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일에 대한 성과도 중요하지만, 회사 안에서 동료들과 어떻게 융화될 수 있는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멘티님의 자소서 전반적으로 정량적인 결과물에 비해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공학은 하나의 언어입니다. 우리가 외국인과 영어로 소통하듯, 공학 현장에서는 화학공학 지식에 기반한 언어로 문제를 해결하고 수행해 나갑니다. 학부생에게 원하는 정량적 결과는 거창한 것보다, 작은 결과물이라도 그 결과를 어떻게 이루어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멘티님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소신대로 작성하는 것이 옳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과장된 부분이 있다면 현실적인 내용으로 수정하는 것이 합격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질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드린 답변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견해이며, 절대적인 정답이 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멘티님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