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UI/UX는 무엇이 다를까요?
멘티 질문
멘토님, 안녕하세요! 유익한 특강 정말 감사드립니다. 특강 덕분에 복잡했던 진로 방향이 명확하게 정리되었습니다.
현재 경제학 전공 및 프론트엔드 개발 2년 차 경력을 바탕으로 제조업 UX 포지션으로의 커리어 전환을 희망하며,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질문을 드립니다.
1. 제조업 UX 포지션 준비 중점 사항
멘토님께서 계신 제조업 분야 UX에 가고 싶습니다. 회사마다 UX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매우 다르다고 하셨는데, 제조업 UX는 웹/앱 중심의 서비스 기업과는 특성이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핵심 역량 및 태도: 제조업(특히 A사와 같은 기업)에서 UX를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역량이나 태도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현업 문제: 제조업 UX에서 현업에서 자주 다루는 문제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지 알려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 제조업 UX vs. 서비스업 UX 비교 및 선택 기준
멘토님께서 두 분야를 모두 경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대문자 D(문제 정의, 경험 설계) 기반의 기획·리서치 역할을 준비하려는 사람입니다.
-문제/프로세스 차이: 두 분야의 UX가 근본적으로 다루는 문제, 프로세스, 업무의 깊이는 어떻게 다른가요?
-적합 분야 선택: 대문자 D에 더 흥미가 있는 사람에게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 어느 쪽이 더 적합한지, 또는 선택 시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면 좋을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Faizur Rehman
3. 배경을 활용한 UX 기획 포지션 강점 어필
저의 배경(경영학 + 프론트엔드 3년 차)을 UX 기획·리서치·CX 관점에서 어떻게 강점으로 어필할 수 있을까요?
-강점 어필: 제 배경에서 UX 기획·리서치·CX 관점에서 강점으로 삼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보완할 역량: 대문자 D 포지션을 준비하기 위해 현재 단계에서 보완하면 좋을 역량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멘토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4. UX 포지션 선택과 집중 전략
포지션이 다양하고 기준이 모호한 UX 안에서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헷갈립니다. 제조업 UX 기준에서 조언 부탁드립니다.
-주니어 핵심 역량: 신입·주니어 후보에게 특히 요구되는 핵심 역량 2~3가지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자연스러운 시작 포지션: 제 경험과 성향을 고려했을 때 가장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는 포지션이 어떤 쪽인지 멘토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좋은 강의 감사드립니다. 멘토님께서 주시는 조언은 진로 설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멘토 답변
멘티님 안녕하세요. 강의 잘 들어주시고 질문도 주시고 감사합니다. 바로 답변 드릴게요.
<1. 제조업 UX에 필요한 역량과 태도>
제조업 UX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조직의 특성과 업무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대기업 제조업 UX는 팀이 전체 제품의 경험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구조가 아니라, 매우 세분화된 역할을 가진 인하우스 조직에서 특정 도메인과 역할에 깊게 관여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기획, 디자인(d), 개발 조직이 다 따로 또 같이 전개되는 형상입니다. 따라서 ‘UX 전반’을 모두 다룰 수 있는 기회보다는, 특정 제품이나 영역에 대한 몰입과 지속적인 개선이 중요한 역할이 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업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역량은 첫째, 제품과 기술에 대한 빠른 이해력입니다. 특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획안이나 사용성 테스트를 넘어서 기술적 제약과 물리적 조건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포트폴리오에 이러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설계 혹은 경험한 사례가 있다면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없다고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없이도 합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나 확률 이야기입니다.
둘째는 강의에서도 강조한 협업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제조업 조직은 다양한 부서와의 복잡한 협업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설득력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타협을 끌어내는 유연성이 중요합니다. 면접을 통해 이러한 점을 어느 정도 비교해볼 수 있다보니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답변을 해보는 연습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셋째는 ‘문제 해결’ 중심의 실무 경험입니다. 이론적인 UX 툴킷보다는 실제로 사용자의 문제를 정의하고, 제한된 환경에서 최적의 해결안을 제시했던 경험이 어필됩니다. 저는 이를 훈련소와 실제 전장과의 차이로 비유하곤 합니다. 훈련소 경험이 많은 이들보다는 짧아도 전장 경험을 해본 이를 선호합니다. 당장 업무 수행이 가능해 보일수록 내부에서 투자할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에 선호되는 것은 당연할테죠.
현업에서 자주 다루는 문제는 서비스처럼 사용자의 감성이나 브랜드 경험보다는, 기능성과 사용성, 제품 완성도와 직결된 때론 소소해 보이는 인터랙션 문제들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디스플레이 UI의 정보 구조, 가전제품의 설정 흐름 최적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후의 사용자 혼란 최소화 등이 주된 이슈입니다. 팝업, 문구 수정 등도 빈번합니다. 이러한 업무 처리에 지치지 않고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임할 수 있는 이를 원합니다. 쉽게 말해 모난 구석이 없어 보이는 걸 선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과정을 거치며 걸러낸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과적으로는 데이터 기반보다는 내부 요구사항과 기술 제약을 조율하는 과제가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 대한 내성과 인내가 느껴진다면 좋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2. 제조업 UX와 서비스업 UX의 차이점>
두 영역의 가장 큰 차이는 ‘문제 정의의 출발점’과 ‘디자인 영향력의 범위’입니다. 더 쉽게 말해서, 공장의 유무로 저는 비교합니다. 서비스업 UX는 사용자 중심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쉽고, 고객 접점에서의 경험 혁신이 핵심입니다. 사용자 피드백이 비교적 빠르게 반영되고 반복적인 A/B 테스트, 퍼널 분석 등을 통해 최적화가 진행되는 구조죠.
이에 비해 제조업 UX는 제품 출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일단 공장에서 양산되면 변경이 불가능한 구조이기에 초기 설계 단계의 완성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프로세스 면에서도 서비스업은 애자일이나 린 UX 등 빠른 사이클의 개선 중심이고, 제조업은 기획→설계→검증→양산까지의 장기 프로젝트 형태입니다. 이 때문에 제조업에서는 깊이 있는 도메인 지식과 치밀한 문서화, 논리적인 근거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품질 등이 엄격해서 사실상 디자이너 1명이 할 수 있는 변화란 게 참 미미하죠. 위의 답변과 연결됩니다. 이러한 환경에 잘 적응할 것 같은 느낌을 원합니다. 그래야 퇴사를 안할테니 말이죠.
협업 방식도 차이가 큽니다. 서비스업은 PO, 개발, 마케팅 등과의 동등한 관계에서 아이디어를 주도적으로 제안하는 일이 많지만, 제조업은 기획과 개발 중심의 흐름 속에서 UX가 실무 레벨의 설득을 통해 반영되는 구조가 많습니다. 이는 조직의 규모, 전통, 프로세스 완성도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디자인(D) 중심의 UX를 지향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별도 조직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제품 자체의 완성도와 일관된 UX를 고민하는 데에 의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제조업은 오히려 잘 맞을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리서치 전담 조직은 인력 충원이 잘 없다는 게 가장 큰 허들입니다. 따라서 너무 이런 조직만을 겨냥할 경우 취업이 예상보다 많이 늦어질 수 있어,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게 현실적입니다.
©Faizur Rehman
<3. 경영·프론트엔드 경험의 강점화 전략>
경영과 프론트엔드 3년 경력은 UX 전환 시 충분히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비슷한 배경’이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어떻게 연결지을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우선 경영 전공은 문제 정의의 구조화, 이해관계자의 니즈 조율, 고객 가치 중심 사고를 익혔다는 점에서 리서치나 전략 기획, 서비스 모델 설계 등에서 경쟁력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특히 제조업 같이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내에서 비즈니스 관점에서 UX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으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비즈니스 측면의 이슈를 좀더 잘 소화하고, 항상 비즈니스 측면을 고려해서 UI 설계에도 반영한다는 점을 역량처럼 어필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일이 많지는 않지만 전공 접점에 대해 스스로 이해하느냐 아니냐는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프론트엔드 경험이 더해지면 설득력이 좀더 생길 것 같습니다. 사용자 흐름을 코드로 구현하면서 ‘왜 이 구조가 불편한가’를 피부로 느껴봤을 것이므로, 그 자체로 사용자 관점의 감각을 갖고 있는 점이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개발자와의 협업이 잦기 때문에 기술 이해도가 높은 UX 인력은 매우 선호됩니다. 더불어, 프로토타입 제작 시 Figma 등 툴 외에 HTML, JS 수준의 인터랙션까지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어필하시면 이를 원하는 조직일 경우 가산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즉 차별점이 될 조직인지 알고 이를 많이 녹일지, 적게 녹일지 판단해야 합니다. (강의에서의 JD 분석 참고)
부족한 역량과 보완 전략
현 시점에서 보완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역량은 실제 UX 문서화 및 산출물 작성 능력입니다. 대체로 전통적인 대기업 UX 조직은 와이어프레임을 최종 산출물로 하는 양산 업무가 대부분입니다. 경영, 개발 모두 논리적 구성에는 익숙할 수 있지만 화면으로 이를 표현하는 훈련과 경험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UX 포트폴리오에서 이런 의구심을 종식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도메인 적응력이 관건입니다. 제조업은 도메인 특화 경험이 중요하게 여겨지므로, 실제 제조사와 유사한 맥락의 문제를 다룬 프로젝트 경험이나 리서치 사례가 있으면 훨씬 어필력이 강해집니다. 특히 사업부 1-3 지망 선택하는 경우라면, 내 경력의 특성과 잘 부합하는 사업부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약 ‘제조 제품을 경험 중심으로 바라본’ 프로젝트가 없다면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서라도 시행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4. 신입·주니어를 위한 포지셔닝 전략>
제조업 UX에서 신입이나 주니어로서 요구되는 역량은 첫째,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를 구조화하는 능력, 둘째, 설계 내용을 논리적으로 문서화하고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셋째, 도메인 러닝 커브를 극복할 수 있는 지적 호기심과 몰입입니다. 물론 이건 좀 교과서적 이야기입니다.
실제로는 고령화된 조직에서 주니어로 잘 적응해 이탈할 확률이 적은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과하게 표현하면 로열티까지도 연결이 됩니다. 또 대기업 조직은 주도적인 제안보다 팀 내 조율과 기획된 내용의 현실화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은 영역을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현재의 경험과 성향을 고려할 때, 자연스럽게 진입 가능한 포지션은 ‘UX 기획’ 또는 ‘서비스 흐름 설계’ 중심의 역할입니다. UI나 그래픽 디자인보다는 정보 구조 정리, 사용자 행동 분석, 요구사항 도출 등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만약 리서치에 관심이 많다면 리서치 포지션을 택할 수도 있지만, 제조업 내에서는 리서치가 외주화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조직에 따라 접근 전략을 달리해야 합니다.
UX 분야는 생각보다 모호하고, 준비한 만큼 실력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제조업 UX는 신입에게 문턱이 높은 만큼 실무 경험이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현재의 백그라운드는 약점이 아니라 차별화의 근거가 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자소서에 녹이는 게 일단 필요합니다. 본인이 어떤 문제에 민감한지, 어떤 설계 포인트에 집착하는지를 드러내는 프로젝트 중심 포트폴리오를 준비해보세요. 그리고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작은 조직이라도 실무를 경험하며 감각을 익히는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결과적으로 UX는 이론보다 실전에서 길러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강의 내용의 연장선 상의 답변이라서 크게 와닿지는 않으실 것 같네요. 추가로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또 질문 주시면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