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스토리 기획? 문장력이 전부일까요?
멘티 질문
멘토님! 게임 업계 스토리 기획자로의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조언을 구하고자 연락드렸습니다. 저는 라디오 작가로 우연히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 공고를 접하고 제가 가진 경력과 포트폴리오가 게임 업계의 기준에 부합할지 고민이 되어 질문드려요. 비전공자이자 타 업계 종사자로서 궁금한 점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포트폴리오 구성 및 제출 전략
현재 제가 보유한 포트폴리오는 라디오 프로그램 기획안과 구성 대본 위주입니다. 시나리오 기획자 공고에 지원할 때, 기획안만 제출해도 충분할까요, 아니면 대본을 함께 첨삭하여 제출하는 것이 좋을까요? 개인적으로는 기획안에 더 자신감이 있어 기획안 위주로 구성하고 싶지만, 한두 개만 보내는 것이 무성의해 보일까 걱정됩니다. 또한, 지금이라도 게임 관련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제작하여 추가하는 것이 합격에 무조건적으로 유리할지 궁금합니다.
2. 자기소개서 경력 기술 및 강점 어필
제 경력이 라디오 쪽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이를 게임 기획자의 역량과 어떻게 연결할지가 숙제입니다. 라디오 작가로 일하며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능력도 키웠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상사의 지시나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맞춰 글을 쓰는 유연함을 배웠습니다.
-어떤 면을 강조할까요? 창의적인 아이디어 뱅크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주말과 휴일 없이 박봉에도 책임감을 다했던 성실함을 어필하는 것이 좋을까요?
-협업 능력의 어필: 만약 제 의견과 상사의 지시가 다르더라도 끝까지 조율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냈던 경험을 쓰는 것이 게임 업계의 협업 문화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궁금합니다.
3. 직무 전문성 보완에 대한 고민
가장 결정적으로, 제가 게임 자체에 대한 스토리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큰 불안 요소입니다. 시나리오 기획자로서 전문적인 게임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를 극복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멘토님만의 팁이 있다면 꼭 배우고 싶습니다.
전혀 다른 필드에서 넘어가는 과정이라 막막함이 크지만, 멘토님의 현실적인 조언을 통해 제 커리어의 전환점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멘토 답변
게임 시나리오 기획의 본질: 상상이 아닌 기술
안녕하세요! 질문이 조금 포괄적이라 실무적인 관점에서 상세하게 답변을 드립니다. 우선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는 단순히 소설이나 스토리집에 가까운 글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스토리 자체는 물론이고 그 스토리가 게임에 맞게 반영될 수 있도록 구체화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시나리오 기획 지망생분들이 가장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이 구체화를 위한 공부입니다. 게임 기획에서 구체화는 절대 추상적인 개념이나 이론이 아닌 엄연한 기술이며, 기술은 연습을 해야 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장력을 게임 기획에 녹여내는 방법
최근 게임 기획 직군이 전문화되면서 시나리오 라이터라는 표현보다는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라고 부르는 추세입니다. 이 포지션은 굉장히 멋지면서도 되기 힘든 자리입니다. 티오 자체가 적기도 하거니와 경쟁자들의 문학적인 포트폴리오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다만 많은 분이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를 단순히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라고만 착각합니다. 실제로는 시나리오를 기획하는 사람이기에 본인의 문장력을 게임 기획에 어떻게 맞춰내야 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쉐프의 주방 시스템과 게임 기획의 연결고리
이해를 돕기 위해 레스토랑 주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주방에는 여러 영역의 쉐프들이 있지만 생선 요리 담당이라고 해서 디저트를 만들 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맡은 역할은 달라도 요리라는 큰 틀 안에서 기본 지식은 공유하고 있습니다.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 역시 게임 기획이라는 주방에 속해 있으므로 시스템 기획, 밸런싱, 레벨 디자인 등 다른 영역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재료 손질을 모르는 쉐프가 없듯이 게임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시나리오 기획자는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포트폴리오에서 증명해야 할 '유연함'과 '전달력'
포트폴리오 역시 본인의 풍부한 문장력과 더불어 맞춰 쓰는 능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신입 기획자는 무에서 세계관을 창조하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세계관 위에 콘텐츠를 얹는 일을 주로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본인의 문장력에 대한 증명과 그것을 전달하는 수단인 게임에 대한 이해력이 포트폴리오에 고루 반영되어 있어야 합니다. 라디오 작가로서 타인의 지시에 맞춰 작성했던 경험은 바로 이 유연하게 맞춰 쓰는 능력과 연결되므로 매우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변화무쌍한 문체 구사와 실무 학습의 중요성
또한 소설가나 각본가와 달리 게임 기획자는 가벼운 대사부터 무거운 대서사시까지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한 문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는 편중되지 않은 다양한 문체의 습작들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 지식이 부족해 고민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최근에 집필한 '게임 기획자의 일'이라는 책을 참고해 보시면 시스템적인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책 광고는 아니며 도서관 등에서 쉽게 찾아보실 수 있으니 구체적인 실무 내용을 파악하는 데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멘토의 한마디
결론적으로 라디오 작가 시절의 경험 중 상사의 지시에 맞춰 유연하게 글을 썼던 부분은 게임 업계에서도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 실무 역량입니다. 이를 강조하시되 본인의 문장력이 게임이라는 매체 안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습작을 한두 개라도 추가하신다면 훨씬 설득력 있는 지원이 될 것입니다. 멘티님의 새로운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