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1년간 기획자로 일을 했는데요. 지난해 중순쯤 모바일 게임 하나를 완성하고 출시했지만, 회사 내부 경영 사정이 악화되어 저희 팀이 2월 말에 해체되었습니다.
팀이 해체된 이후 여러 중견 게임 업체들에 자소서와 전 회사에서 일할 당시 작성했던 기획서들을 수정하여 포트폴리오로 만들어서 지원해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점이 부족해서인지 좀처럼 좋은 답변은 오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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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나 포트폴리오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만, 취업 준비에 대해서 조언해 주실 분이 없는 상태이다 보니 아무리 수정하여도 큰 발전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혹시 제가 준비하고 있는 취업 지원 방식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조언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N 사에서 일하시는 기획자이시면 많이 바쁘시겠지만, 기획자로서 계속 일하고 싶은 저에게는 멘토님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아직 경력이 짧은 기획자이지만 꼭 멘토님의 조언이나 도움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김민석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먼저, 질문에 대한 답변이 늦어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 바쁘기도 했지만, 멘티님 질문의 무게만큼 깊은 고민을 해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여 정리하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늦은 만큼 좋은 답변 해드리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업계 불황,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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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업계 상황을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하지만, 작년 말부터 대기업, 중견기업 모두 대규모 팀드랍과 인원 감축으로 많은 인원이 회사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멘티님 역시 이러한 시기와 맞물려 유달리 취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업계의 현재 상황이 힘든 것이니, 멘티님에게 부족한 점이 많아서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다만, 기획자 인력이 많은 현재 상황에서 멘티님과 같은 만 1년의 경력을 가진 기획자는 메리트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매우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한 방법을 저 스스로도 생각해 보고 정리하였으니, 아래의 내용을 적용해 보며 준비하시면 좋겠습니다.
신입과 경력, 다방면으로 지원해 보세요
멘티님이 가진 경력이 만 1년이기 때문에 저는 신입을 뽑거나 2~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기획자를 뽑는 구직 정보는 모두 지원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현재 콘텐츠, 시스템, 레벨, 밸런스 중 어느 쪽을 전문적으로 하셨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신입으로도 포지션을 열어두고 지원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신입으로 지원하시더라도 1년이라는 경력이 있기 때문에 유리하게 적용될 것이고요. 기존에 다니시던 업체와 동일한 규모의 스타트업이 아닌 이상 지금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또 2~3년 차를 채용하는 곳에도 지원하시면, 해당 업체의 코드와 맞는 경우에도 뽑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지원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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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기술서, 게임 출시 경험을 성과 위주로
연차가 낮은 분들의 경력 기술서와 자기소개서는 신입과 큰 차이 없이 내용이 부족하거나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횡설수설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경력 기술서에 자신의 포지션과 관여했던 기획의 내용을 적고 그것을 수치화하고 가시적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경력기술서는 그에 따른 성과가 중요합니다. 게임 출시를 하신 만큼 그에 따른 성과 또한 정리하여 임팩트 있게 적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만약 성과가 없더라도 그로 인해 얻은 실력과 경험을 적어도 무방합니다.
현재 멘티님에게는 경력 10년이 되어도 출시 타이틀 하나 가지기 쉽지 않은 이 게임 업계에서, 신규 개발을 통해 출시한 타이틀이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자신의 역할과 그로 인해 얻은 점, 그것을 통해 입사 후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점을 자신감 있게 적고 다시 한번 도전하고 배운다는 자세를 어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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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를 주제별로 다시 정리해 보세요
대부분의 신입이나 경력이 적으신 분들은 포트폴리오가 어지럽게 얽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면접관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을 보고 이 사람의 역량을 파악할지 어렵겠지요. 멘티님도 물론 포트폴리오에 신경을 쓰셨겠지만, 경력이 많은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부족한 면이 보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멘티님께서는 스타트업에서 기획을 하셨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기획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콘텐츠와 시스템을 구분하면서 일했다기보단 전반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셨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자신이 가장 자신 있고 잘하는 것을 어필하기 위한 정리 방식이 필요합니다. 각각의 포트폴리오를 주제별로 폴더화하고 그중 자신 있는 것부터 순서대로 정리하세요. (예. 0.시스템 기획, 1.밸런스 기획, 2.전투 시스템 등)
너무 많은 포트폴리오 대신 자신 있는 포트폴리오를 주제별로 2~3개 정도 넣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시선이 분산될 수도 있고 읽다 지칠 가능성이 많습니다. 문서는 최대한 PDF화 하고 용량이 너무 클 경우 알PDF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PDF를 최적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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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포트폴리오는 반드시 보완하세요
마지막으로, 포트폴리오는 최대한 실무에서 사용한 것을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망생 때 작성했던 것보다는 실무에서 만들었던 것이 면접관에게 더 와 닿을 거예요. 그것의 내용이 좋든 나쁘든 관계없이 어쨌든 실무에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실무에서 작업했던 결과물을 제출한다면, 분명 시간적으로 부족했거나 다른 개발 여건으로 인해 아쉬웠던 부분이 있을 겁니다. 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도 있고요.
즉 아쉽거나 보완해야 할 내용이 분명 각각의 포트폴리오에는 존재할 것입니다. 그것을 수정 없이 제출하지 말고, 최대한 보완해서 제출하세요. 이런 식으로 계속 수정이 더해지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포트폴리오가 완성되고 멘티님의 부족한 부분도 알게 되는 효과도 얻게 될 거예요.
여기까지 제가 정리해 말씀드린 내용을 바탕으로 그간의 준비 과정을 한번 되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미 아시는 내용도 많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검토하시길 바랍니다.
많이 힘드시겠지만 그만큼 빠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마음보단 몸이 움직여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멘티님의 역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니 마음을 차분하게 먹고 천천히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힘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