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7살에 신입으로 마케팅 대행사에 입사하게 된 멘티입니다. 이번에 입사하게 된 회사는 규모가 작지만, SNS 채널 운영, 디지털 캠페인, 프로모션 진행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들어갔어요.
이곳에서 1년 정도 경험을 쌓고, 보다 큰 강소 기업으로 경력 내지는 경력을 인정받을 수 없을 시 중고 신입으로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인데, 나이가 걸릴까 봐 너무 불안합니다.
또 최근 퍼포먼스 마케팅이 업계에서 각광을 받는 것 같고 저 역시 수치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 경험해 보고 싶은데, 제가 아직 경험과 스펙이 부족하고 GA 자격증도 없는 등 부족함이 많아 중소 신입으로도 퍼포먼스 마케팅으로는 통과를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대행사 쪽으로 들어왔거든요. 디지털 캠페인 운영/채널 운영 등의 경험을 1년 이상 쌓고, GA 자격증 및 어학 공부를 한 후 강소 기업 퍼포먼스 마케팅 내지는 캠페인 운영 등으로 입사하고 싶은데, 28살이면 마케팅 업계에서 신입으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많은 나이일까요?
자꾸만 나이를 생각하면 초조해져요. 또 제가 입사하게 되는 곳은 소위 말하는 '빅 클라이언트'가 적고, 주로 중소/중견 회사 및 공공 기관이 많아서, 이 점도 제가 불안한 지점 중 하나입니다. '물 경력'이 될까 봐 두려운 건데요.
물론 멘토님 입장에서 아직 경력 1년도 없는 사회 초년생이 입사 전부터 물 경력 운운하는 게 어이없으실 수 있다는 점,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실은 저도 제가 얼마나 오만한 소리를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거든요.
다만 나이 때문에 안 그래도 마음이 급하고 촉박하고, 정말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경력을 쌓는 게 중요한데, 지금 내가 준비하려는 경력이 과연 정말 '경력'이 될 수 있을지 불안하고...이런 것들이 너무나 힘겨워서 조언을 얻고자 글 남깁니다.
너무나 막연하고 모호한 고민이라 죄송해요. 사실 막연하고 모호하기 때문에 고민인 거니까 답답하시더라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Minsu Kim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답변드리기에 앞서, 저에게 멘티님의 고민을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생각이 멘티님의 고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마케팅 업무에 문제가 될까요?
‘그렇다 /아니다’로 답변을 드릴 수 있는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어떤 인사담당자분들은 '나이가 많은 신입은 다른 직원들과의 소통에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고 얘기합니다. 실제로 업무 지시나 대화를 함에 있어, 서로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이가 채용에 무조건 중요하다는 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평균 취업 연령이 높아지면서 취업시장이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고, 업무 /회사에 대한 관심, 본인만의 철학 등 지원자 본연의 모습을 보려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멘티님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험, 스펙의 부족은 충분히 채워나갈 수 있다
경험 / 스펙으로 나눠 제 생각을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먼저, '경험' 은 정량적/정성적인 경험이 있습니다.
'정량적 경험'은 평소에는 Tracking Tool을 경험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정도에서 자체 제공되는 툴이나 GA로 통계를 보고 흐름을 파악하는 정도면 신입으로서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직접 관리하시는 페이지를 만들어 콘텐츠에 따라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일별, 주별, 월별, 분기별 등으로 정리하신다면 '정량적인 경험'은 충분합니다.
'정성적 경험'은 깊이 생각하고 판단을 하며 얻는 인사이트로,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고, 배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물을 마시는 과정은 3단계로 나눌 수도 있고, 10, 15단계 까지 세분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세분화 기준에는 본인만의 생각이 있었을 것입니다.
생각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됐고, '왜' 그렇게 생각했고, '어떤 근거'가 있었는지, 바둑 경기 후, 복기를 하듯 하나 하나 되돌아보며 성찰(?) 하며 인사이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정성적인 경험입니다.
그리고 인사이트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밖으로 꺼내 논리적으로 구성하여 전달할 수 있다면 이것이 '스펙'이 됩니다.
실제 합격 면접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대형 마케팅 대행사 면접) 지원자 'A' 는 수도권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지만 어학성적과 자격증이 없었고, 기타 특이사항도 없었습니다.
A는 면접 질문으로 아이템 'B'를 사이트 'C' 에 어떠한 광고 기능으로 홍보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B에 OOO한 특징을 고려할 때 C를 사용하지 않겠다’라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로 A는 ‘B의 이러한 특징’(제품에 대한 통찰)’을 들었고, ‘C의 주 이용자는 OO세대’라(고객에 대한 통찰) ‘OOO 기능을 사용해도’(광고 기능에 대한 이해), ‘OOO 광고가 비효율적일 것이니(근거를 통한 예상 효과 제시), ‘OOO한 D 사이트에서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대안 제시)라고 했습니다.
지원자는 질문과 반대되는 '사용하지 않겠다' 는 답변을 했지만 본인만의 통찰과 논리적인 내용 구조로 합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원자는 평소 웹서핑을 통해 광고의 종류에 대해 공부했고, 스스로 예상 케이스를 만들어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신입에게 있어 툴을 다룰 줄 아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적인 역량 &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빅 클라이언트' 가 적다고 '물 경력'이 될까?
상대적으로 빅 클라이언트를 경험하는 것이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물 경력'이 되는 건 아닙니다. 확실하게 단언 드릴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의 95%가 중소기업이라고 하는 얘기처럼, 대형 클라이언트를 맡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지금이 아니어도, 꾸준히 안테나를 켜고 계시면 기회가 왔을 때 그게 기회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물 경력이 될지 안 될지는 담당하시게 될 업무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절반은 멘티님의 일에 대한 태도가 차지할 것입니다.
멘토의 조언 : To be 가 아니라 Live for
막연하고 모호한 고민이라고 죄송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렇다고 오만한 말씀인 것도 아닙니다.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기에 막연하고 모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걱정을 해결해드릴순 없지만, 같이 공감해드리고 제 생각을 얘기해드릴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 또한, 업무를 하면서도 멘토님과 같은 생각을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삶의 방식이 To be 가 아니라 Live for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기업에 입사해도, 좋은 곳에 이직해도, To be로 살아가면 달성 후에는 허무함과 무력감이 찾아오고, 고민은 계속 생길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을 잊고자 다음 목표를 세워 또 하염없이 달릴 뿐입니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를 아는 것이 진짜 방향입니다. 멘티님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외부적 요소가 아닌 내부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됐을 때, 지금 고민하시고 계시는 모호한 것들이 선명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에도 고민이 있으면 글 남겨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