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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와 기업 내부의 ‘미운 오리’ 품질 직무가 제품을 백조로 만든다
금호타이어 · Egypt Corp. / 품질서비스팀
약 5년 전
💬 멘티의 질문

안녕하세요 멘토님. 지방국립대 산업공학과 재학 중인 멘티입니다. 요즘 취업 시장의 주요 트렌드가 ‘직무’인 만큼 직무 관련 지식을 쌓으려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공개된 내용은 대체로 추상적이라 자소서에 구체적으로 녹이기가 어렵네요. 멘토님으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을 듣고 싶습니다. 


©️godshutter


제가 궁금해하는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멘토님의 일과가 궁금합니다. 직급에 따라 무슨 일을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또 품질 직무를 수행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2. 품질 직무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를 알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서 APQP, PPAP, ISIR 이런 용어들이요. 


3. 입사 후 포부를 쓸 때 주로 ‘품질 매뉴얼을 개선함으로써 비용을 낮춰 회사에 기여하고 싶다’ 이렇게 쓰는데, 품질 매뉴얼을 잘 몰라 구체적으로 쓰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요? 그리고 이 직무에 대한 멘토님의 비전과 어떤 신입사원을 후배로 두고 싶으신지 알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안정민 멘토의 답변


품질 분야는 크게 품질관리팀과 품질보증팀으로 구분된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반갑습니다. 요즘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취업 시장의 유행인가 보죠? 그렇다면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세부 직무에 관해서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rawpixel


1. 품질기획 : 국내외 품질인증 관리, 품질에 대한 연/월간 계획 및 품질 보고, 전사적 품질 회의 주최, 품질 기준정보 확보


2. 품질관리 : 공장 내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 수준 관리, 품질 문제 예방 및 점검, 현장 품질관리


3. 선행품질 : 제품 개발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프로세스에서 품질 관련 업무 담당


4. 품질보증 : 고객에게 납품한 자사 제품 품질에 대한 보증업무 (고객 클레임 전반 업무, 분담률 협의 등 )


5. 고객 만족 : B2C 담당, 일반 고객 클레임 수렴, 규정에 따른 고객 만족 업무 수행, 고객만족도 관리 등


품질 분야를 직무 구분에 따라 세세하게 보면 위와 같습니다. 하지만 좀 더 단순하게 품질관리팀과 품질보증팀으로 구분됩니다. 


ⓒsirtrabelalot


품질관리팀은 이름대로 품질을 관리하는 부서이며, 일부 고객사 대응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니 거의 공장 내에서 품질에 대응합니다. 품질보증은 앞서 말한 선행품질, 품질보증, 고객 만족 파트라고 보면 됩니다. 품질기획은 회사에 따라 별도의 부서로 존재하거나 품질관리팀이나 품질보증팀에 포함됩니다. 


이제 품질관리와 품질보증 조직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품질관리는 말 그대로 품질을 관리하는 부서입니다. 양질의 제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품질과 관련된 생산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합니다.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를 확인하고 개선, 관리하는 업무를 기본으로 합니다. 내부에서 불량 제품이 발생했을 때 해당 제품을 수집해서 원인 분석을 한 후 폐기 또는 재작업 여부를 정하고 시행합니다.


고객사에서 불량이 발생했을 때 당사의 귀책이 원인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해당 내용에 대한 원인 분석, 대책 수립, 개선적용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REDPIXEL.PL


품질보증은 고객사에 자사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 및 사후대응을 의미합니다. 선행품질은 개발 진행 시, 제품의 품질을 검증하기 위한 다양한 시험 및 측정을 수행하므로 보증에 해당합니다.


품질보증은 납품된 제품의 품질을 보증한다는 의미입니다. 고객사에 납품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 클레임, 고객사 라인에서 발생하는 인라인 클레임, 일반 고객에서 팔린 이후에 발생하는 필드 클레임까지 자사 제품에서 클레임이 발생했을 때 실시하는 대응, 조치, 보상 등의 업무가 이에 해당합니다.


고객 만족은 품질보증 업무에 포함됩니다. B2B 외에 B2C로 거래되는 경우 콜센터, 서비스센터 등의 형태로 제품의 품질을 보증해주는 업무가 여기 속합니다. 이제 품질 직무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졌나요? 


ⓒKonstantin Chagin


잘해도 본전, 못하면 볼멘소리를 들어야 하는 포지션, 품질

저는 현재 품질 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주요 업무는 개발 혹은 고객사 공장 내 품질 문제 대응입니다. 저희 회사는 고객사별로 담당자를 구분하고 있고, 저는 R 자동차, V 자동차 제조사를 맡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구분대로라면 제 직무는 품질보증 파트 내에서 ‘선행품질+품질보증’ 직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일과를 정리해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루틴한 업무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일반적인 일을 나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새로 개발되거나 개선 중인 제품의 프로젝트 참여, 감사 준비 및 대응, 고객이 요청하는 자료 작성 및 회신, 때에 따라 방문 및 관련 업무 진행, 고객사에서 발생한 불량 1차 대응 및 현황 분석 등. 사실 더 많지만 다 나열하는 데 무리가 있네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고객과 품질로 얽힌 전반적인 일에 대응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업무의 경우 직급에 따라 그렇게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업무의 무게감, 책임감의 차이가 조금씩 생길 뿐이죠. 하지만 회사마다 업무 구분을 다르게 하기에 정확히 언급하기 어렵습니다. 


©️TippaPatt


예를 들어, 불량 이슈가 터지면 직급에 상관없이 담당자가 바로 대응합니다. 연락받고 회신하고 방문하고 등등. 하지만 고객사에서 문제가 커지거나 중대한 문제라고 판단될 경우 좀 더 높은 직급이 해당 이슈를 담당하게 됩니다. 


또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거나 무엇인가 판정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 과장급 이상이면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하고 처리합니다. 다만 파트장이나 팀장 등 그 위 직급에 보고해서 해당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은 높은 직급이 지게 됩니다. 물론 1차 책임은 본인이 지겠지만요. 


이제 품질 직무 수행 시 힘든 점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이 업무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며 아무래도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로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꽤 큽니다. 


또한, 회사는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존재하니 영업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생산이나 품질을 천시하는 곳이 은근히 많습니다. 부서 간 힘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고요. 품질 이슈는 애초에 발생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잘해도 본전, 못하면 욕먹는 포지션입니다. 


©️oatawa


남들이 저질러 놓은 일들로 욕먹는 부서이기도 하죠. 소위 ‘뒤처리 부서’라는 건데, 이렇게 생각하면 또 일하는 게 한없이 힘들어집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부적으로 원인을 숨기는 경우가 은근히 많습니다. 혹은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객사 제재가 두려워 임의로 조작을 요구받는 때도 있어서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아울러 아무리 예방하고 관리한다고 해도 품질 문제가 100%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에 항상 긴장해야 한다는 점도 업무상의 고충 중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많지만, 멘티님 사기를 저하할까 봐 여기까지만 설명하겠습니다. 다만 다른 부서도 저마다의 고충이 있으니 너무 심각하게 보지는 마세요. 


©️Alexxndr


품질 분야에서 사용되는 주요 툴과 용어

사실 품질 직무 용어는 생산이나 기술영업에서도 많이 사용됩니다. 어떤 것은 선행 품질 부문에서 많이 쓰이고 어떤 것은 품질 관리 부문에서 많이 쓰입니다. 선행품질에서 쓰이는 언어는 기술영업도 동일하게 사용하며, 품질관리는 생산 언어와 겹칩니다. 이런 걸 고려하며 용어 설명을 봤으면 합니다. 


- APQP : Advanced Product Quality Planning. 사전제품 품질계획이라는 단어입니다. 자동차 업체에서 제품을 개발할 때 제품의 품질 수준을 기준에 맞게 높이기 위해, 품질 문제가 발생 되지 않게끔 예방하기 위해 개발제품, 공정 설비, 공장, 인증 등 품질 수준을 다각적으로 보증할 단계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ISO/TS16949 (현재 IATF16949로 변경) 등의 인증 여부, FMEA, SPC, MES, MSA, PPAP 등의 단계들이 모두 여기에 포함됩니다.


- PPAP : Production Part Approval Process. 양산제품 승인 절차라는 의미입니다. 새로이 개발된 제품이 실질적으로 양산되기 전에 이것이 문제가 없다는 것을 검증하는 단계입니다.


- ISIR : Initial Sample Inspection Report. 초도품 검사서류라는 뜻입니다. 초도품은 양산 바로 전 생산 라인에서 양산 기준에 처음 생산된 제품을 뜻하며 ISIR은 이것에 대한 검증서류를 의미합니다. 


- FMEA : Failure Mode Effect Analysis. 잠재적 고장 형태 및 영향분석. Design FMEA와 Process FMEA로 나뉩니다. 우선 FMEA는 지금까지 발생한 불량을 비롯한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그것을 점수화해서 중요도를 체크하고 다른 제품을 개발할 때 영향도 등을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 Design FMEA :  개발팀에서 설계하는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슈, Process FMEA는 공정에서 실질적으로 생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이슈를 뜻합니다.


- MSA : Measurement System Analysis. 측정시스템 분석이라는 단어입니다. 품질을 관리할 때 제품이 기준에 맞게 생산됐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때 수많은 측정 장비가 동원됩니다. MSA는 이런 측정 장비 또는 측정시스템을 검증하고 분석하는 단계입니다.


- SPC : Statistic Process Control. 기준에 부합하는 품질 목표나 생산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통계적인 관리 방법입니다, 불량 발생과 산포도를 활용해 관리하는 방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APQP, PPAP 포함 이 세 가지 항목은 흔히 핵심 툴(Core Tool)이라고 불립니다.


tsyhun


타인과 마찰이 잦은 직무, 소통능력과 맷집이 중요합니다

원하는 신입사원이라, 개인적인 성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지만, 품질 부서에서 버티는 데 필요한 미덕을 언급해보겠습니다. 


우선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니는 것입니다. 품질은 어느 부서든 사람을 상대해야 하고 부딪히는 일이 잦습니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많고 힘든 부서에 속합니다. 업무 특성상 내부에도, 외부에도 같은 편은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고객사와는 주로 불량이 발생할 때 만나게 되니 좋은 이야기를 듣기 만무하며, 내부에서도 품질 관련한 태클을 걸기 일쑤입니다. 이곳을 좋아하는 부서는 아마 없을 겁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생산팀은 생산계획 대비 목표량에 맞춰 제품을 생산해서 납품해야 합니다. 잠재적으로 품질 문제를 지닌 제품을 불량으로 판정하고, 해당 기간에 생산된 제품에 사용 불가 조처를 내린다면 당연히 생산팀은 싫어하겠죠. 


영업팀은 기간에 맞게 고객에게 제품을 납품해야 하는데 품질에서 불량 판정해서 일정이 지연된다면? 당연히 싫겠죠. 이처럼 품질 부서는 내외부적인 마찰이 많은 조직인만큼 긍정적인 성격이 아니라면 쉽게 버티지 못합니다. 


©️rawpixel


같은 맥락으로 친화력이 좋은 사람이 이 부서에서 잘 버틸 것 같습니다. 사람과 부딪히는 경우 친화력이 좋은 사람이 일을 쉬이 부탁하고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마찰을 최소화하지 않을까요. 


또한, 의사전달능력이 좋은 사람이 유리합니다. 개발을 승인받거나 품질 문제의 원인과 개선점을 전하기 위해 고객을 만날 때 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심플하고 명확하게 의사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그렇겠지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좋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명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개개인이 가진 매력요소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품질 부서를 비롯해 어느 부서든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만큼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을 원하지 않을까요?


©️freepik


품질 직무 맞춤형 ‘포부’를 공개합니다

입사 후 포부를 명확히 제시하는 건 좀 어렵습니다. 다만 멘티님이 예시로 든 사안은 반박의 여지가 있습니다. 품질 매뉴얼을 개선해 비용을 낮춘다는 건 좀 어색한 표현입니다. 품질과 비용 절감은 약간 대비되는 관계거든요. 


다시 설명으로 포부로 돌아올게요. 맨 처음 설명한 직무 구분에 따라 다양한 포부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1. 품질관리: 생산라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량을 끊임없이 연구해서 예방,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겠습니다. 단순히 한 제품이 아니라 시스템과 설비개선을 통해 공장 전체의 불량률을 낮춰 품질 수준을 높여갈 것입니다. 이는 고객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고 빠른 방법일 뿐만 아니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2. 선행품질: 불량품은 생산라인에서 발생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개발단계에서 원인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개발단계에서부터 치밀하게 분석하고 검증할 수 있다면 양산 전에 그 불량 수준을 낮을 수 있을 겁니다. 개발단계에서 품질을 검증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정립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kan_chana


사실 제 개인적인 목표는 품질에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 평생 일할 생각은 없거든요. 하지만 품질 부문에서 일하며 생각해둔 것은 있습니다. 바로 내가 담당한 부분에서만큼은 부서 간 협업이 원활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나 체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결심입니다.


아울러 경력이 쌓이면 Audit(감사) 자격을 취득해서 내부 감사를 활성화해서 공장 전체 품질 수준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협력사 감사 활동을 통해 원자재 혹은 반제품으로 들이는 협력사 제품의 품질 수준까지 관리하고 싶습니다. 이처럼 안팎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품질 문제 요소를 예방하는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 답변이 도움 됐을지 모르겠네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다시 질문 올려주셔도 좋습니다. 멘티님 오늘도, 내일도 화이팅입니다. 


안정민 멘토
금호타이어 · Egypt Corp. / 품질서비스팀
생산/품질/제조
안녕하세요.
저는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독일계 자동차부품기업 선행품질 담당을 시작으로 금호타이어 본사 품질본부를 거쳐 현재 이집트법인 현지 주재원으로서 Quality Technical Service를 담당하고 있는 안정민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며 다른 이들에 비해 부족했던 스펙을 메우기 위해 나를 고민하고, 내가 해온 것들을 고민하고, 내가 할 것을 고민하던 시간이 지나 어느새 품질 14년차 직장인이 되었네요.
2016년.. 평소 봉사와 나눔에 관심을 갖다가 처음 잇다를 알게 되었고 여러 멘티님들과 후배분들에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려 시작한 것이 다양한 온/오프라인 멘토링 활동과 함께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품질 직무 경험과 다양한 부서들과의 협업 경험은 물론, 제가 고민하고 부딪치며 생긴 다양한 취업 정보들과 경험들.. 그리고 많은 온·오프라인 멘토링 경험을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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