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멘티입니다. 현재는 군 복무 중으로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다시 사회로 나간다고 하니 여러 가지로 심경이 복잡하네요. 막연한 심정에, 마땅히 질문할 사람도 없어서 여기저기 사이트를 찾았습니다. 그러다 ‘잇다’라는 곳을 알게 돼 이렇게 질문을 드립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영상을 좋아했습니다. 혼자서 영상 작업을 하며 놀았습니다. 그러다 ‘디자인’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고등학교를 디자인 분야로 진학했습니다. 대학교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영상 디자인 쪽에 관심을 기울이다가 UI1)와 UX2) 디자인을 알게 됐습니다. 향후 진로도 UI와 UX 디자인 쪽으로 잡고 가고자 하는데, 이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몰라 현재 고민 중에 있습니다.
UI는 그래픽적이고 시각적인 디자인을, UX는 제품 사용의 흐름과 과정을 좀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 회사에서 UI와 UX 부서는 함께 일을 하나요? 아니면 아예 다르게 팀으로 일 하나요?
저는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가 조금 있습니다. UI/UX 분야에서 특히, 대기업에서 학력을 많이 보나요? 군 복무를 마치고 편입을 해야 할지, UI/UX 학원에 다녀야 할지, 코딩을 배워야 할지 좀처럼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까요? 끝으로 UI/UX 디자인 분야의 전망은 어떠한가요?
1) UI(user interface): 휴대폰, 컴퓨터, 내비게이션 등 디지털 기기를 작동시키는 명령어나 기법을 포함하는 사용자 환경을 뜻한다.
2) UX(User Experience, UX): 사용자 경험. UX는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지각과 반응, 행동 등 총체적 경험을 말한다.
멘티님, 반갑습니다. 단순히 취업과 진로 관련 호기심에 무심코 던지는 질문 같지 않아, 더 성심성의껏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UI와 UX 업무는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UI와 UX 부서의 협업 정도는 회사마다 차이가 큽니다. 기존 UI, UX에 관한 내용을 실제 기업 내부의 조직과 연결해서 이야기하는 건 답변하는 처지에서 참 쉽지가 않네요.
L 회사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그래픽적인 시각디자인 작업은 3) GUI 디자이너가 전담합니다. UI와 UX는 저희 같은 UX 인력이 같이 하기도 하고요.
업무적인 면에서 대기업은 일단 해야 할 일을 잘게 쪼개어 놓고, 진행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UX라고 하는 제품 사용의 흐름과 과정을 한 사람이 다 맡아서 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습니다. UX 실장, UX 팀장 정도는 돼야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누군가가 모두 다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따라서 멘티님께서 궁금해하신 것처럼 UI 실이나 팀이 UX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예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UI 부서가 UX 업무를 병행하는 것이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고요.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조직마다 다 다를 거라 여겨집니다. 따라서 멘티님께서 꼭 가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사전에 그곳의 상황과 실정을 꼼꼼하게 확인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다음에 그 조직에 맞게 준비를 하시고요.
지원자의 학력은 취업 과정보다 입사 후 업무 배정에 있어서 중요해요
학력 관련해서는 제 경험에 의존하여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조직의 대표가 학력을 중요시하느냐에 따라 이 기준이 달라집니다. 한 회사 수장의 의지와 의중이 중요할 거 같네요. 특히, 대기업은 각 HR 부서에서 나름의 기준을 정해 놓고 있다고 하니, 멘티님께서는 이 점을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이와 별개로 취업준비생의 학력은 입사 후 UX 업무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입사하시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시겠지만, 어떤 사람은 단순 작업을 많이 하는 고된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회사에서는 지원자의 전공을 보고 어떤 사람에게는 리서치 일을, 또 다른 사람에게는 어학과 관련된 일을 맡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지원자가 특정 전공의 특수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음성인식 관련 UX 디자이너를 뽑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회사는 관련 분야의 전공 지식이나 과거에 해당 직무 경험이 있는 사람을 가장 먼저 업무에 배정할 거예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특정 분야에 해당되는 학력이나 지식이 있는 사람을 채용할 때, 회사는 다른 경우보다 더 구체적으로 지원자를 평가합니다. 이 사람이 석사인지 아니면 박사인지, 해외에서 대학을 마쳤는지 등을 주로 보며, 실제로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지를 매우 상세히 판단합니다. 중·고등학교를 외국에서 다녔다면, 외국어가 능통하다고 보고 뽑을 수도 있고요.
최종학력보다 중요한 건 UI 및 UX 분야 관련 ‘경력’과 ‘경험’
그런데 멘티님, 지금까지 최종학력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학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많은 취업준비생이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면서 오로지 신입 공채로만 입사하려고 생각하는데요. 현실에서는 신입 공채라고 불리는 정문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지만, 옆문, 후문, 그리고 쪽문 등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너무 ‘학력’에만 신경 쓰지 마시고, 원하시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다양한 채용경로를 취업 준비 과정에서 연구해 보셨으면 합니다. 저도 대학원에서 산학 프로젝트를 했던 것이 인연이 돼, 현재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요. 멘티님께서 잘 찾아보시면 전형의 종류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셨으면 해요. 실제 현실이 이러하니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는 ‘고스펙’과 ‘고학력’에 너무 집중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경력 고민? 작은 회사에서부터 시작해보세요
저도 첫 단추가 대기업이 아니었습니다. 입사 후 생각해 보니 채용 과정에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지원자가 과거에 어떤 경험과 경력을 갖고 있느냐지 학력은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가 아닌 거 같습니다.
UI와 UX 쪽에서는 특히요. 학벌은 그저 하나의 요인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멘티님께서 정말로 UX 전문가로 원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으시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경력을 탄탄하게 미리미리 쌓길 추천해 드립니다.
경력을 쌓는 방법 하나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회사에 입사하셨으면 합니다. 작은 회사에 취업하게 되면, 원래 주어진 임무를 넘어, A부터 Z까지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이 상황을 안 좋은 근무 환경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모든 일을 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실력을 늘리고 경력을 쌓는 기회가 될 수 있지요.
스펙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UX 디자이너로서 그동안 어떤 경력과 경험을 갖고 있느냐입니다. 그럼에도 멘티님께서 정말로 학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면, 석사 학위를 취득해 이를 어느 정도 보완하시는 것도 고려해 보셨으면 합니다.
단순히 ‘학력’이라는 문제로 멘티님 스스로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을 길게 내다 보세요. 그리고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차근차근 생각해 준비하세요. 지금 시작해도 절대로 늦지 않았습니다.
끝으로 한 가지 사실을 덧붙이며 마무리하겠습니다. UX 직무는 신입을 뽑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멘티님을 좌절시키려고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현장에서 UX 일을 하나하나 가르치면서 하기가 어려워서입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거의 경력자들만 뽑는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학력의 가치는 더 줄어들죠. 관련 분야 경력과 경험이 중요합니다.
학원? 자격증? 왜 배우고자 하는 지를 명확히 정하고 배우세요
군 복무를 마치고 편입을 해야 할지, UI/UX 학원에 다녀야 할지, 코딩을 배워야 할지 좀처럼 감이 오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UI 및 UX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으시다면, 사람들이 많이들 배우는 퍼소나4), 저니맵5) 같은 방법론 수업을 들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실제로 회사에서 자주 활용하지는 않지만, 이 두 가지는 일종의 상식(?)이기 때문에 되도록 배우셨으면 해요. 혹시나 사용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고, 방법론을 많이 활용하는 직무로 배치를 받게 되면 정말 많이 쓰는 지식입니다.
다른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멘티님이 돋보이고 싶다면, 코딩을 배우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하지만 시간과 돈은 무한하지 않고, 제한되어 있으니 사전에 어떤 게 본인에게 유리한지 충분히 고민하시고 선택하셨으면 합니다. 목표로 하는 회사와 조직의 상황을 미리 확인해 보시고 결정하시면 될 거 같네요.
멘티님께서 코딩을 말씀하셔서 조금만 더 조언해드리고자 합니다. 코딩을 왜 배우고 싶으신가요? 무엇을 배우기에 앞서 왜 그것을 배우고자 하는지 그 목적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단순히 스펙을 쌓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코딩이라는 것을 배워 앞으로 입사 후 어떻게 쓸 것인지 사전에 확실하게 하셨으면 합니다.
코딩을 능숙하게 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공부의 양도 많을 거고요. 이 수고를 헛되이 할 수 없기에 재차 강조해 드립니다. 배우기에 앞서 왜 하고자 하는지 목적의식을 분명히 하셨으면 합니다. 힘들 게 배워 놓고 나중에 써먹을 수 없으면 안 되니깐요.
UI와 UX 전망
UI/UX 분야의 전망은 취업준비생이나 학부모님들이 당연히 궁금해할 만한 질문인데요.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UI/UX 디자인 분야 전망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에둘러 답하고 싶네요.
일단 인터페이스6)가 시각적인 부분에서 점점 투명 및 생략되고 있지요. NUI라고 불리는 음성 및 동작 인식 기반이 되는 세상을 상상해 보면, 앞으로 UI라는 게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지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건 가설입니다. 이 분야의 전문성이 앞으로 계속 쌓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요구 조건에 UI나 UX가 발맞추어 나간다면 UI, UX는 여전히 유망할 겁니다.
취업, 본인이 뭘 원하는지부터 파악하는게 먼저!
지금까지 멘티님의 질문에 길게 답변을 드렸습니다. 그동안 저는 ‘잇다’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고민이 있었던 어떤 멘티를 도와 원하던 대학원에 진학하게 해준 경험이 있습니다. 멘티님의 질문도 앞선 멘티님의 사례에서처럼 성심성의껏 답변해 드리고자 했습니다.
정말로 본인이 뭘 원하는지를 잘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원하는 분야로 조금씩 다가갈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고요. 그냥 하나하나 직접 해보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정답’을 찾으려 우물쭈물하며,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 GUI(graphical user interface):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사용자가 컴퓨터와 정보를 교환할 때, 그래픽을 통해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마우스 등을 이용하여 화면에 있는 메뉴를 선택하여 작업을 할 수 있다.
4) 퍼소나(persona): 사용자 모델에서 발견한 특정 사람을 일컫는 말로, 여기서 사용자 모델은 복잡하고 다양한 사용자의 행동을 일반화하고 중요한 의미를 찾는 기법을 말한다.
5) 저니맵: 사용자에 관련된 활동들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분석 방법
6) 인터페이스(interface): 사물과 사물 사이 또는 사물과 인간 사이의 경계에서, 상호 간의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물리적 매개체나 프로토콜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