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UX/UI 디자이너를 꿈꾸고 있는 대학생 멘티입니다.
얼마 전 중소기업 두 곳의 면접을 보았습니다.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 취업 준비를 해보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하는데요. 테크노 디자인 전문 대학원의 pssd 랩과 같이 제품과 서비스 UX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Victor Moussa
사실 고민하며 질문드린 이유는 나이 때문입니다. 저는 졸업하면 27살이라 바로 취업해도 늦은 나이에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거든요. 석사 과정이 끝나면 나이가 더 많아질 텐데, 중견&대기업에 신입으로 지원할 수 있을까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대학원을 진학하여 UX/UI에 대해 더 공부하면 좋을까요? 제가 세운 계획이 괜찮은지 확신이 서지 않아 멘토님의 조언이 절실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고민이 많으신 것이 느껴집니다. 제 경험을 토대로 답변드립니다.
©️pixabay
취직 or 대학원? 어디든 합격 후 진로를 고민해도 늦지 않는다
저는 어디든 합격하신 뒤에 고민해도 늦지 않는다고 조언해 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지나온 경력을 돌이켜보면, 결론적으로 둘 중 무엇이 더 낫다는 것은 사실상 없다는 것을 느끼실 거예요. 저도 대학원 합격 후 회사를 그만두고 풀타임 석사생으로 경력을 이어갔기도 합니다. 두 차례나 떨어졌던 경험도 있어요.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든 학교든 일단 선발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멘티님, 저도 사회생활 시작이 많이 늦어져서 나이 스트레스를 다소 받은 바 있습니다. 물론 디테일한 상황은 다를 수 있겠지만 솔직히 저도 괴로웠습니다. 왜냐하면 나이는 노력해서 바꿀 수 없다 보니 그냥 후회만 될 뿐이었습니다. 근데, 저는 실제로 나이로 인해 손해 본 것은 크게 없었습니다.
나이가 문제가 되는 큰 이유는 아마도 신입 공채가 가장 클 것 같습니다. 회사에 입사하는 루트는 공채 말고도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또한 이후 어차피 경력직이 되면 물론 나이도 보긴 하겠지만 참고 사항일 것 같고, 더 중요하게는 경력의 나이인 '연차'를 보게 됩니다. 결국 신입의 타이틀을 벗어나 더 큰 경력의 무대를 계획하기 위해서는 '연차'를 관리해야 해요. 이는 경력을 언제부터 쌓아왔는지와 긴밀하게 연관이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전형을 넣어보고 안되면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이라고 하셨는데요. 제 생각엔 너무 가기 싫은 회사가 아니라면 작은 회사일지라도 일단 소속을 두고 경력을 만드시면 어떨까 합니다. 회사에 지원하신다고 해도 합격 여부는 멘티님이 컨트롤할 수 없는 외적 변수니까요. 취직을 권유 드리는 추가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너무 가기 싫은 회사가 아니라면 작은 회사일지라도 일단 소속을 두고 경력 만드는 것을 추천
©️Rostislav_Sedlacek
이유1 - 경력이 생기면, 이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쿨하게 떠날 수 있습니다. 아니다 싶으면 한 달 만에도 그만두실 수 있고, 다른 좋은 회사가 생기면 그때 쉽게 옮기실 수도 있습니다. 만약 대학원 진학 전까지 일하신다면, 어찌 됐든 경력이 생기는 겁니다.
이를 경력으로 삼기 애매하다 싶으면 이력서에 안 넣으시면 그만입니다. 이력서에 넣으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 같거나, 근무 기간이 너무 짧다면 그렇게 하실 수도 있습니다. 거짓 이력으로 회사를 속이는 것과는 다르게 이는 지원자가 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편집'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회사를 다니면, 이렇게 취할 수 있는 옵션이 생겨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옵션 자체가 아예 없어집니다.
이유2 - UX는 실용 분야라 무엇보다 '경력'이 중요합니다
UX 분야는 '경력'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어떤 것이든 실제로 해보셔야 커리어와 경험을 모두 쌓는 길이 됩니다.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UX 업무가 안 맞는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UX 관련 세부 분야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이론과 지식만으로 세부 분야와의 적합성을 스스로 선택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따라서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준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고요. 준비 기간이 길다고 해서 합격이 보장되거나 사회에서 더 알아주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만족스럽지 못한 회사일지라도 내가 무언가 판단을 할 수 있는 경험의 계기가 된다고 여겨보세요! 준비만 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경험일 수 있습니다.
©️Africa Studio
경력을 갖고 나면, 고민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취업과 진학을 양자택일 문제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취업한 상태에서 이직 혹은 진학을 고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심지어 진학의 이유도 가만히 따져보자면 취업의 불만족에 따른 부수적 결과가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진학을 해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도 실은 더 나은 회사에 들어가 커리어 성장을 도모하려는 것은 아닐까요? 이 둘은 과정상의 선후 관계일 뿐입니다.
취업과 대학원 중 선택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일단 경력을 만들자’로 마인드를 바꾸기만 해도 고민과 부담이 줄 것입니다. 선택에 대한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이 고민을 만들 텐데요. 어차피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 훨씬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UX 분야는 장기전, 저도 서른에 스타트업 첫 입사 했습니다!
그런데도 고민이 되는 마음을 이해해요. 첫 회사가 중요하다는 말도 들리고, 부모님과 주변 이들의 걱정도 크고요. 저 또한 스타트업에서, 그것도 서른에 첫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멘토링을 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도 못했습니다.
막상 제가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경험해본 바로는 어차피 커리어 설계는 '장기전'이란 것입니다. 저 또한 지금까지도 자신의 커리어 패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요. 어떻게 보면 은퇴할 때까지 끝없는 여정 같기도 하고요. 즉, 첫 회사가 마치 나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하는 말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unsplash
특히, UX 분야는 정해진 전공 분야 혹은 인증 코스 같은 게 없습니다. 현업 UX 실무자들의 경우 저마다 다양한 전공과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신 분들입니다. 자기 스토리를 착실히 만들어 장기적으로 UX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해야 합니다.
무엇이 더 나을까를 고민하시는 이유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강박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분야의 특성상 장기전임을 명심하신다면 좀 더 차분하고 섬세하게 미래 계획을 세우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UX 업계, 대기업은 신입을 잘 안 뽑습니다
UX 업계, 특히 대기업에서는 신입을 잘 뽑지를 않는 추세입니다. 그렇게 기업 내에서 중요하다고 하면서 왜 신규 인력 채용에는 소극적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인력이 필요할 때 사내 공모나 경력자 채용을 통해 충원을 많이 하기 때문인데요. 심지어는 공대 출신의 개발자분이 조직을 UX 부서로 옮기면서 UX 디자이너로 전환하시는 분들도 제법 계십니다. 공개적으로 채용은 하지 않더라도 경력직은 항시 채용하고 있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준비에 매몰되지 않고 일단 경력을 쌓는 게 이후 유리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왜 '경력'이 중요하다고 하는지 잘 이해하실 수 있는 현실적인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준비는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것 같이 느껴지겠지만 그만큼 취업 불안감은 더욱 커지게 만드는 행위기도 합니다. 경력이 쌓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면서 이직 등을 통해 커리어를 계속 성장시킨다는 마인드로 접근을 해보세요. 그러면 이러한 불안감에서 조금은 벗어나 이성적인 판단을 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tomertu
UX 분야, 왜 비전공자도 배치될까요?
UX는 다학제적 분야라서 사실상 전공 제약이 없습니다. 그럼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무엇이 필요하기에 이렇게 관련 전공도 아닌 것 같은 분들을 UX 팀에 과감하게 배치하는 것일까요? 심지어 이분들은 UX를 딱히 공부해본 적도, 디자인 관련 전공자도 아닌 분들입니다.
멘티님 입장에서는 대단히 억울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회사에서는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 UX 팀과의 협업을 해 온 사람을 배치합니다. 그들이 신입 디자이너보다 '직무 이해도'가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에요. 결국 신입이 불리한 이유는 이러한 '직무 이해도'가 부족해서인데요.
'직무 이해도'라는 것이 UX에 대한 지식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지식 이외에 일을 하는 숙련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판단력, 조직과 협업에 대한 이해, 노하우 같은 것들도 포함이 되어 있는 종합적인 능력입니다. 이 직무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은 당연히 회사에서 일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멘티님도 웹디자인 회사 경험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짧은 6개월이지만 실제로도, 경력 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셨을 거예요. 이미 몸소 체험하셨겠지만요!
직무 이해도란? UX에 대한 지식 이외에 일을 하는 숙련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판단력, 조직과 협업에 대한 이해, 노하우 같은 것들도 포함이 되어 있는 종합적인 능력
경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말씀드렸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대학원 진학은 뭔가 답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경계했으면 하는 부분은, 경력을 쌓지 못하고 준비와 공부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마시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대학원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일단 전문 대학원은 존립 이유가 특정 분야 전문가를 양성해 기업에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것이랍니다. 대학원과 대학원생 모두 취업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게 되기에 다른 공부의 과정과는 다소 성격이 다릅니다. 즉, 이 또한 '경력'에 포함되는 행위이긴 합니다. 그러나 실무와는 성격이 다르기에 좀 더 양질의 '경력'은 회사에서 UX 관련 업무를 해보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실제 경험이 없는 공부는 양질의 경력이 되지 않습니다
©️Little Pig Studio
UX 분야 - 대학원의 의미
일단 대학원에 입학하고, 연구실 소속이 되면 ‘어디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형성됩니다. 소위 말하는 UX 바닥에 비로소 발을 들이게 되는 출발점이랄까요. 학계에서는 UX라는 용어 보다는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이라는 용어를 더 잘 씁니다. HCI 학회 같은 곳에 가보게 되면 당시 이 업계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저도 대규모 인원이 있었던 UX실에 근무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이런 인적 네트워크 관계가 촘촘하게 얽혀있는 것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의도와는 별개로 석/박사 출신은 이러한 네트워크상의 한 점으로 업계에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공부와 프로젝트 등을 통해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UX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학습도 있지만 대학원이라는 것이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내가 생각하지 못한 기회의 영역에 접근할 수 있는 무대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대학원은 하나의 플랫폼
스타트업과 대학원은 커리어 패스 상에서 다 각자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저울질의 대상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경력이니, 큰 회사가 아니더라도 일단 '경력'이 시작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핵심입니다. 추가로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시면 언제든 또 질문 주시고 멘티님 향후 커리어가 원하시는 데로 잘 펼쳐지기를 먼발치에서 기원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성스러운 답변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향후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질문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