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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나리오 기획자, 직무부터 다시 생각해볼까요?
Coinone · PO Cell
약 3년 전
💬 멘티의 질문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콘텐츠 기획 및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현직자입니다. 직무 고민 끝에 좋아하는 게임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게임 업계로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Ricardo Cruz


그래서 나름 창작 기획서를 만들어서 이력서도 올려보았는데요. 규모가 작은 회사 몇 군데에서는 서류를 보고 연락을 주셨지만, 아무래도 게임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기도 하고, 감히 큰 회사를 가고 싶다는 열망도 있기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퀘스트, 설정 기획 관련 직무를 희망한다면 창작 기획서 외에 어떤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어떤 공부들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게임 학원을 다닐까 했는데 현직자께서 추천하지 않으시는 것 같고, 절실히 멘토링을 받고 싶은데 멘토님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막막했습니다...


역기획서를 준비하라는 말과 퀘스트 테이블 작성자를 우대한다는 글도 봤는데, 직무에 꼭 필요한 것들인지도 궁금합니다.


💬 최영근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저는 국어국문학과 출신이며, 또한 신입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로 업계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궁금하신 부분에 대해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Ravi Palwe


일단 직무부터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라는 말 자체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당연히 시나리오 기획자 역시 ‘게임 기획자’에 속합니다. 이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는 게임 기획 내에서 예외처럼 생각하시는 지망생분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창작 기획서'라고 하셨는데, 게임 기획자는 절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구체화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입니다. 즉, ‘나한테 진짜 참신한 게임 시나리오(의 아이디어) 가 있어!’는 게임 기획의 영역이 아니며, ‘게임 제안’의 영역입니다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는 단순히 소설이나 스토리집에 가까운 글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람이 아니며, 스토리 자체는 물론, 그 스토리가 게임에 맞게 반영될 수 있도록 ‘구체화’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 구체화를 위한 ‘공부’가 필요합니다(사실상 게임 시나리오 기획 지망생이 가장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게임 기획에서 구체화는 절대 추상적인 개념이나 이론이 아닌 엄연한 기술(Skill)이며, 기술은 연습을 해야 합니다.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의 포트폴리오는?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가 되기 위한 포트폴리오는 ‘본인의 다양하고 깊은 문장력에 대한 증명’과 ‘그것을 전달하는 수단에 대한 이해력’이 반영되어 있어야 합니다.

 

소설가와는 달리,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에게 가장 높게 요구되는 능력은 ‘유연하게 맞춰 쓰는 능력’입니다. 자신이 참여하게 될 프로젝트가 굉장히 가벼운 터치로 써야 하는 알콩달콩한 대사 위주의 게임이 될 수도 있고, 무거운 테마 안에서 영웅들의 대서사시를 그린 게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는 카멜레온같이 변화무쌍한 문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하면서도, 각각 일정 수준 이상의 문장력을 가져야 합니다. 당연히 포트폴리오는 이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평소 편중되지 않은 다양한 문체의 습작들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그 다양한 문체를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증명하는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합니다. 엑셀 활용 능력, 데이터 테이블에 대한 이해도, 스크립트 스킬 등이 그것인데요, 기존 게임들의 시나리오(퀘스트, 신 연출 등)에 대한 역기획서를 작성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바로 여기에 멘티님께서 말씀하신 '퀘스트 테이블'에 대한 스킬이 발휘됩니다). 물론 기존 게임들에 적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 기획서도 좋습니다(ex. 라이브 서비스 중인 특정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이벤트 퀘스트 관련 기획서).

 

©WTFast


게임 좋아하시나요?

추가적으로, 평소 게임을 정말 많이, 다양하게, 깊이 즐기셔야 합니다. 소설 읽는 것을 싫어하는 소설가는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소설을 많이 읽을수록 그 작품들이 자신 안에서 화학 작용을 일으켜서 실력의 발전을 돕습니다.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설가와 마찬가지로, 인풋이 많아야 아웃풋의 퀄리티가 높아집니다. 여기서 인풋이 많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히 ‘많은 게임을 다양하고 깊게 경험해야 한다’의 의미입니다. 실제로 - 재능에 의한 개인 차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 소설가 지망생 역시, 인풋(소설 읽기)을 통한 ‘축적된 것’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을 비교하면, 실력이 느는 속도는 차이를 보입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지망생분들도 꽤 있습니다. “저는 게임 시나리오를 쓸 건데도 게임을 많이 해봐야 하나요?”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프로그래머’는 있을 수 있고,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트 디자이너’도 있을 수 있지만,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기획자’는 있을 수 없습니다.

 

게임 업계는 ‘게임에 죽고 게임 사는 사람’조차 겨우 살아남을까 말까한 잔인한 업계입니다. 많은 것들이 빠른 시간 내 바뀌고,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가 정신없이 휘몰아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정수가 ‘계속해서 나오는 신작 게임들’입니다. 즉, 단순히 ‘발전을 위해 인풋을 넣어야 하는’ 걸 떠나서, 최소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게임을 많이 또 다양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지요.


좋은 답변이 되었기를 바라며,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빠른 시간 안에 답변 해주셨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영근 멘토
Coinone · PO Cell
IT개발/데이터
2024년 기준, 게임업계 20년차, 금융 서비스 기획 1년차 현업인 입니다.
게임 디렉터 겸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이며,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디렉팅을 맡은 바 있습니다.
올해부터 게임업계를 잠시 떠나 금융 개발의 서비스 기획 리드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서
<게임 기획자의 일(문학과 지성사)>
<최선의 직장인(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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