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얼마 전에 졸업했고 현재 서비스 기획자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입니다.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서 궁금한 점이 생겨서 이렇게 질문드려요.
우선 제 배경을 간략하게 설명해드리자면, 저는 IT 계열 학과를 졸업했고, 공모전을 준비하는 도중에 UX/UI에 흥미를 느껴 4개월 동안 학원에서 시각디자인과 UX/UI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학교 수업과 공모전을 통해 배운 지식을 실천해봤고 따로 인턴 경험은 없습니다.
©Daria Nepriakhina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서비스 기획자, PM, PO, UX 기획자의 정확한 차이가 무엇일까요?
서비스 기획자와 UX 기획자의 차이는 알지만 PM이나 PO 등의 차이는 모르겠습니다.
2.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기획자 포트폴리오는 몇 장으로 구성하면 좋을까요?
사업기획/UXUI 프로젝트 4개 15페이지, SNS/마케팅 프로젝트 3개 5페이지, 이벤트 기획 프로젝트 3개 4페이지 총 30페이지로 제작해봤습니다. 프로젝트 주제에 따라 다르지만 추진 배경, as-is to-be, user journey map, flow chart, BM, goal(KPI), 결과 등 내용으로 구성했고요. 프로젝트는 10개 정도 있는데 직무에 따라 필요한 것만 제출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서비스 기획자 직무라고 해도 회사마다 조금씩 달라서 준비하는 데 방향성 잡기가 쉽지가 않네요. 멘토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3. 인턴 경험은 없고, 외국인인데 과연 서비스 기획자 혹은 UX 기획자로 취업 가능할까요?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비자 문제로 연봉 삼천을 주는 회사에 가야 합니다. 사실 현재 서비스 기획자가 정말 맞는 길인지도 몰라 혼란스럽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용자의 니즈를 분석 + 공감하면서 무언가를 기획할 때 느낀 그 성취감이 좋아서 정했는데 잘 모르겠네요. 주변에 개발자로 취업한 사람들이 많으나 기획자는 없어서 이렇게 질문을 드리게 되었어요.
4. 서비스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뭔가요?
궁금한 점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 글이 조금 길어진 것 같습니다. 현직 멘토님의 의견 듣고 싶습니다. 미리 정말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먼저 제게 질문을 남겨주셔서 감사의 인사로 멘토링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멘티님의 지난 살아오신 세월과 과정을 알 수 없지만, 소개 글에 적어주신 스펙과 경험 내역을 적어주신 것만 봐도 차근차근하고 싶은 직무의 색깔과 향기를 깊이 있게 만들어오신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문의하신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David Travis
이 부분은 웬만한 현업자들도 헷갈리는 부분이고 기업마다 어느 곳은 기획자만, 어느 곳은 PO만, 어느 곳은 UX 기획자와 PM이 동시에 있는 곳들도 있습니다. 하나씩 개념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은 크게 워터폴과 애자일로 나뉩니다. 첫 번째 설명 드릴 것은 워터폴 방식입니다.
고객이나 내부 직원, 전략기획팀 혹은 대표가 서비스를 새로 만들자거나 기존 서비스에 새롭게 기능을 추가하자라는 등의 '요구 사항'을 전달한다고 칩시다. 그럼 <서비스 기획자>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서비스의 밑그림을 스토리보드라는 문서들로 설계하기 시작합니다. 정보구조도를 그리고 화면 설계서 등 문서작업을 하지요.
그리고 이걸 디자이너와 개발자에게 구현해달라고 전달하지요. 서비스 기획자는 최종적으로 개발 완료된 서비스가 요구 사항에 맡게 개발되었는지 검수까지 담당합니다. 이걸 '워터폴'이라고 합니다. 1단계, 2단계, 3단계.. 뭔가 순서가 있어보이죠?
이번에는 애자일 방식을 소개하겠습니다. 일단 워터폴 방식과 마찬가지로 요구 사항을 취합하는 것 까지는 동일합니다. 근데 이것을 요구 사항라는 용어가 아니라 백로그라고 말해보겠습니다. 애자일 방식에는 <PO>가 나타납니다. 서비스 기획자가 문서 작업과 설계를 한다면, <PO>는 서비스의 여러 기능 중 특정 기능을 전담으로 하는 총괄 책임자입니다.
고객을 포함해 다양한 서비스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CEO에 준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요. 요구 사항, 즉 백로그 중에서 어떤 것을 핵심적으로 개발해야 할지 추려냅니다. 이걸 다시 <프로덕트 백로그>라고 하고요. (참고로 쿠팡만큼 PO 채용을 잘하는 곳도 없습니다. https://bit.ly/2X1eQhv)
이후 자신의 팀원으로 있는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불러 모아 같이 개발 방향을 논의합니다. 최대한 짧게, 2주의 시간 정도를 주고 중간중간 개발된 현황을 봅니다. 한 달 정도 있다가 최소한의 기능 구현이 된 베타서비스가 나오는데 고객 반응을 살펴보고 계속해서 개발을 진행할지 결정합니다. 이게 바로 애자일입니다.
말이 길었는데 요약하자면, 애자일 개발 방법론에서는 ‘PO’를, 워터폴 방식의 기성 기업에선 '서비스 기획자'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PO가 훨씬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실무보다 고객 요구 사항과 기업의 상황 가운데에서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개발할지 결정하며, 특정 기능에 대해선 대표에 준하는 결정권을 가진 사람입니다.
PM은 Product Manager 또는 Project Manager로 불리는데요. 전자는 서비스 기획자의 역할을 지칭합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매니저는 워터폴이라는, 개발의 시작과 끝인 주기가 있는 이 개발 방식의 일정을 관리하고 요구 사항들이 잘 개발되고 있는지 개발 사항을 체크하는 사람입니다. PO처럼 특정 '기능'에 국한해서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특정 프로젝트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음.. 대학 때 조장 같은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Hugo Rocha
사용자 경험과 인터페이스 설계를 담당하는 사람을 대게 UX 기획자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답변을 들으려 제게 질문을 하신 것 아니시겠죠?
사례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 상황 : 사람들이 선크림을 여름에 잘 바르고 다니는데, 크림 말고 좀 다른 형태로 바를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비자 요구 사항이 있네?
* UI 디자이너 : 음 튜브 형태도 있지만 팩트도 있고, 세럼 형태도 있고, 스프레이 형태로 만들면 어때?
* UX 디자이너 : 손에 덜 묻고 쉽게 덧바를 수 있도록 '팩트'형태로 만들어서 '쿠션'을 이용하도록 하자 / 야외 활동 시 빠르게 온몸에 바를 수 있는 '스프레이'형태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어떻게'서비스를 이용할지에 대해 인터렉션 (이라 쓰고 그냥 터치는 어떻게 할지, 검색은 할지 말지 등의 총체적인 이용 과정)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찌 보면 디자인도 이해해야 하고, 개발의 영역도 이해해야 합니다.
다만 회사마다 이 UX 기획자를 별도로 두는 곳도 있고 서비스 기획자를 두고 업무의 한 유형으로 정의 내리는 곳들도 있습니다. 아마 HCI라는 학문을 들어보셨다면 UX 기획자가 갖춰야 할 지식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잘하는 것 또한 서비스 기획자의 역량입니다. 위에서 기술한 PO의 업무 내용을 보면, 결국 무수히 많은 요구 사항 중에 우리 서비스의 비전에 맞게 가장 시급한 이슈를 정해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기획자의 덕목이라 볼 수 있는데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적정 포트폴리오의 장수는 15페이지 내외입니다. 이 안에 프로젝트의 개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요. 바로 WHY POINT입니다.
기획자로서 왜 그러한 플로우 차트와 BM을 설정하게 되었는지, user journey map에서 본인은 어떤 pain point를 발견했는지 논리적 근거가 훨씬 더 충분하게 설명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양식과 틀을 갖췄다 하더라도 문제점에 대한 본인만의 분석 내용이 빠져 있다면 그냥 경험을 열거한 책자 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Headway
저희 회사의 경우 UI 디자이너 분께서 중국인이신데 아무 이상 없이 잘 일하고 계십니다. 이건 지원하시는 회사가 외국인을 채용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이지 외국인이라고 해서 취업이 안되는 부분은 절대 아닙니다. 지원하는 회사에 먼저 확인해보세요.
데이터 분석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글쓰기, 세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데이터 분석 능력은 어느 직군에 통용되는 역량으로 특히나 USER JOURNEY MAP에서 고객이 자사 서비스에 남긴 흔적들을 추적하고 그 데이터에 담겨진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기획자라고 예외는 없겠죠?
다음으로 커뮤니케이션 역량입니다. 1번 질문의 답변에서 설명했듯이 기획자이건 PO 이건 간에 중간에서 여러 관계자들과 소통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CEO와 고객,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당장 의견을 접수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해결해야 하는 현안들을 가지고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의견 차이도 점차 좁혀 나가야 합니다. 화련한 언변이 아니라 이들을 통섭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설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논리성'도 중요하겠죠?
기획자는 글로써 자주 이야기를 합니다. 문서로 일하는 것은 기본이고 메신저나 메일을 쓸 때도 모두 글로 말합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들을 글로 잘 적는지, 타인의 요구 사항을 듣고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할 때 그 이해관계자의 눈높이에 맞게 글을 쓰는지가 중요합니다.
고민도 많으실 상황, 특히나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더 불안하실 요소가 크실 것 같은데요. 충분히 열심히 잘 준비하셨고 현업 자보다 낫다는 말은 빈말이 아닙니다.
미래의 언젠가, 오늘의 고민도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응원할게요 멘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