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저는 기계부품 제조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B2B 마케터입니다. 회사에서 사수 없이 이것저것 다양한 업무를 하며 2년간 근무해왔고, 회사의 불합리함으로 인해 퇴사를 결정하여 네 달 뒤 퇴사 예정입니다.
퇴사 전, 회사에서 기업 홍보영상을 제작해 보라는 오더가 내려왔는데요. 제작 예산은 3천만 원이고 외주 3D로 제작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것을 퇴사 전 제가 직접 진행하는 것이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후임자에게 넘길지 고민이 됩니다.
©Damian Zaleski
저는 평소 회사 내부에서는 업무 성과 방면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편입니다. 기계 부품 산업의 회사들은 마케팅에 투자를 덜 하거나 홍보가 부진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상대적으로 제가 진행한 유튜브나 마케팅들이 인기를 끌어 같은 산업 군 내의 경쟁사들에게는 유명한 편입니다. 하지만, 저희 산업 군을 떠나 단순 마케팅 직무 면으로 보았을 때는 저의 커리어들이 타 회사들에게도 어필이 되는 부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B2C 소비재의 중견 이상 기업들로 이직을 도전하고 싶은데 경력사항이 많이 부족한 편인지 업계 현직자분의 냉철한 판단을 듣고 싶습니다. 이런 불안감 때문에 퇴사 직전까지도 기업 홍보영상 제작 같은 프로젝트 제작 여부가 고민되는 것 같습니다.
저의 질문을 정리해 보자면,
1) 퇴사 4개월 전 야근까지 감수하며 기업 홍보 영상 기획을 맡아 진행하는 게 제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요?
2) 저의 커리어들이 타 회사 마케팅 부서로 이직하기에 아쉬운 점이 있나요? 조언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질문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을 드리기에 앞서, 제 상황을 먼저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개발자로 직군을 전환한 상태이며, 마케팅 직군에서 나온 지 2년 정도 된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현업에서 보는 시점을 다루기보다는 범용적인 시각에서 말씀을 드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제 답변이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웬만하면 도움이 된다 생각합니다. 본인의 커리어를 증명하는 데는 평소 업무능력보단 업무의 단위 같은 성격을 가진 프로젝트가 보다 직관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주 프로젝트 관리가 이미 익숙하고, 경험치가 충분히 쌓여있어 단순한 반복작업처럼 느껴진다면 이직할 회사를 위한 새로운 준비를 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Georgie Cobbs
'저의 커리어들이 타 회사들에게도 어필이 되는 부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이 부분에 관하여는 엄밀하게 말해 멘티님이 고민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 부족하다 느끼면 계속 그렇게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커리어가 부족한지 아닌지는 결국 사회가 판단하고, 회사에서 판단합니다. 인정해 주는 곳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해야 할 것은, 멘티님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전 회사에서 일을 잘했던 사람이어도 막상 이직하고 나면 성과를 내기 힘든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회사 내부 프로세스와 분위기가 각자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성과 위주의 어필을 하기보단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멘티님은, '마케팅이 어려운 부품 B2B 업계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업무를 하며 느꼈던 어려움이 무엇이었고, 어떻게 성과로 전환시킬 수 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간다면, 이는 멘티님의 커리어의 증명뿐만이 아니라, 어디서 어떤 업무를 하게 되더라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B2B 중에서도 특히 제조업과 관련된 산업은 Key Man이 있기 마련입니다. 회사 내에서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해당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기술력을 갖고 있어 B2C의 End User보다 섬세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B2C는 다양한 시장과 그에 따른 다양한 특성을 가진 User가 있어 다양한 접근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시장입니다. 그렇기에, B2C 기업들의 다양한 업무 흐름을 파악하여 식견을 넓히는 것이 멘티님에게 있어 지금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예컨대 무인 매장은 어떠한 배경으로 어떤 시장에 어떤 타깃을 노리고 갑자기 많이 늘어났었을까요? 기업들은 코로나에 대처하기 위한 언택트 마케팅을 어떻게 했을까요? 동네 가게들은 왜 그 자리에 입점했고, 거기서 파는 물건은 무엇을 근거로 구매로 이어졌을까요? 내가 혼자서 물건을 판다면, 무엇을 사서 어떻게 팔아야 할까요?
이런 식으로 B2C에 대한 다양한 조사와 공부가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Georgie Cobbs
저는 종종 주변 사람에게 ‘사람이 물을 마시기까지의 과정을 세분화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안에는 정말 많은 상호 작용이 들어있습니다. 수요가 어떻게 생기는지, 어떠한 기준으로 살지, 가격은 어떤지, 뚜껑이 잘 따지는지, 따다가 페트병이 찌그러지진 않는지, 맛은 어떤지, 구매할 때 느꼈던 감정이 긍정적이었는지, 사회적인 이미지는 어떤지, 소비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느껴지는지 등. 이런 과정의 고민을 '마케터로서’ 접근하시다 보면, 지금에 회사에서도 그러셨듯, 분명 멘티님만의 통찰력이 생길 것입니다.
제가 마케팅 업계를 나온 지 시간이 좀 지나, 좋은 답변이었을지 잘 모르겠지만 멘티님께서 해오셨던 일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최선을 다했던 것들이라면, 이를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곳이 있을 것입니다. 마케터는 본인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시장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두려움보단 자신감 있게 밀고 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부족한 답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질문 주시면 성심성의껏 도와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