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1학년입니다. 과거 심리학과, 사회학과에 진학하는 것을 희망하였으나 1학년 전공 수업 중 정치학을 수강하며 사회 부조리를 공론화하여 여론을 형성하고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기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AbsolutVision
비록 어설픈 질문 구성이나 기자를 희망하는 한 대학생의 고민이 담겨 있으니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기자란 어떤 직업이라고 정의 및 생각하시는지 멘토님의 사견을 듣고 싶습니다.
2. 기자에게 필요한 덕목(ex. 책임감, 공익 추구 등) 3가지를 꼽자면 어떤 것이 있는지와 그에 대한 간단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3. 기자의 하루 일과를 멘토님의 실생활을 토대로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4. 기자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과정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5. 기자가 되기 위해 멘토님께서 참여하신 대외활동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어떤 종류의 대외활동에 참여하면 좋은지 혹은 멘토님께서 포트폴리오에 작성하실 만큼 강조하시는 활동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6.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기자'를 '기레기'로 비하하는 단어가 유행하는 등 기자의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입니다. 이런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뭐가 있을까요?
7. 기자를 진로로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실 조언들이 있다면 간단하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기자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기자'(記者)라는 단어의 한자 뜻을 풀이해 보면 '기록하는 사람'인데요. 저는 무엇을 쓸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기자는 '물어보는 사람'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기자에게 필요한 덕목 세 가지
① 사명감 : 기자는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직업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퇴근 이후에 일을 하는 등 추가적인 업무를 한다고 해서 많은 보상이 뒤따르는 직업도 아니고요. 따라서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한 동기부여 차원에서 보자면 어느 정도의 사명감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② 평온함 : 기자는 누군가에 무엇인가를 물어봐야 하는 직업입니다. 불특정한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하는 일인데, 그 과정에서 여러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해야 할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세월호와 같이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기자가 흔들리면 제대로 된 상황을 전달할 수가 없겠죠?
③ 논리적 사고 : 기자는 글 또는 본인의 육성 원고를 통해 최종적으로 독자 또는 시청자와 만나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전달하려는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잘 풀어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평소에도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있어야 글이나 육성 원고를 쓸 때도 논리적인 흐름이 완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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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자의 일과
기자의 하루 일과는 어떤 매체에서 어떤 분야의 일을 하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제 일과가 모든 기자의 일과라고 보시면 안 될 것 같고요.
아주 일반적으로 말씀드리면 출근 직후 오늘 어떤 기사를 쓸 것인지에 대해 데스크(편집국장 포함 정치부장, 사회부장 등 기사 발행 권한이 있는 간부)에 보고하고요. 관련 내용을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데요.
대통령실이나 정부 부처, 국회 등에 출입하는 경우에는 오전‧오후 등에 당국자 또는 의원들과 질문‧답변을 하는 브리핑이 있을 수 있고요. 사회부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기자회견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정들을 소화하고 일간지 중 조간 기준으로 기사 마감은 15~16시경에 이뤄지고요. 저희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매체이기 때문에 따로 마감시간은 없지만 대략 17~18시 경이면 하루 일과를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18시 이후라도 사건이 벌어지거나 긴급한 일이 있는 경우면 업무를 진행합니다. 물론 저녁, 야간 당직자가 있기도 하지만 기자가 본인이 취재하는 영역에서 긴급하게 상황이 발생하면 이걸 모른척하고 있기는 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또 기자들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라서 점심이나 저녁 약속을 통해 취재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일종의 일의 연장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4.기자,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일단 기자를 선발하는 국가 차원의 고시는 없습니다. 각 언론사별로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기자를 채용합니다. 언론사마다 좀 다르긴 한데 일반적으로 1차는 서류, 2차는 필기, 3차는 실전 평가, 4차 면접 이렇게 구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송기자의 경우에는 카메라 테스트가 별도로 있고요.
1차에는 영어 성적 및 한국어능력시험 성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는 거의 대부분 토익이고요. 한국어능력시험은 KBS에서 주관하는 시험 성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관건은 필기시험인데 필기는 시사상식과 논술/작문 등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는 시사상식보다는 논술/작문이 더 비중이 높은 경우가 일반적이고요. 그래서 보통 기자 준비하는 사람들은 논술과 작문 등 글쓰기 공부에 치중하곤 합니다.
그런데 제가 말씀드렸던 부분이 다 10년 전에 제 기억에 의존해서 말씀드리는 거라서요. 최근 수험 트렌드가 어떤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이 부분은 학교 내에 언론 준비반이 있다면 그쪽에서 알아보시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5.따로 준비하신 대외활동이 있을까요?
저는 사실 기자를 하기 위해 했던 대외 활동은 없습니다. 다만 기자가 되고 나서 보니 학교에서 교내 방송국이나 교내 신문, 교지 편집 등을 했던 경우들이 좀 있긴 했었습니다.
그런데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세상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특정한 대외 활동을 하는 게 기자로 채용되기에 더 유리하다 이런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영역에 구애받지 마시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시는 게 좋고요. 자신의 경험을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에서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해 보입니다.
6.기자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인식,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까요?
기레기라는 용어가 세월호 사건 이후부터 급속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기자들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서 독자들이 붙인 평가라 안타깝고 부끄럽습니다.
사회적으로도 기자라는 직업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의문도 많아지고 있는 시대에서 기자가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지도 않고, 각 언론사가 가지고 있는 관점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기도 하다 보니 이런 말이 당연시됐고 이제는 기자를 기자로 보는 독자는 거의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SNS를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모든 사람들이 상호 공유하는 상황에서 기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력이 뒤떨어지는 측면도 있고요.
우선 사실에 입각한 보도, 언론사가 가지고 있는 성향은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왜곡은 하지 않는 보도 등 언론으로서 기본적인 역할을 우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이후에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언론이 일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건강한 사회에 대한 정의는 다르겠지만, 저는 보다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개념에 입각해서 보도도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데요. 이것 역시 각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The Climate Reality Project
7.그리고 조언
직업의 특성상 업무 강도도 높고 보기 싫은 것도 많이 봐야 하는 직업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SNS의 발달로 해가 갈수록 그 영향력도 떨어지고 있어서 사회 속에서 기자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고요.
그래서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해 보시고 정말 일이 좋은 건지, 아니면 기자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부수적인 요소들이 좋은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려 보시길 바랍니다. 후자는 예전보다 점점 많이 줄어들고 있는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