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동문을 만나니 반갑네요.

약점 파악이 기본입니다 

우선 SI에서 테크 회사로 넘어가기 위한 스토리를 짤 필요가 있습니다. SI에서는 프로젝트성 일을 여러 가지 맡으실 텐데, 다양한 업무 경험이 쌓이는 것은 장점이지만 한 가지 제품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개선하는 가드닝 작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보통 제품 하나를 파는 과정에서 페인 포인트를 찾기 위해 데이터를 보게 되고 데이터 드리븐이니 PLG니 하는 프레임웍들이 나오게 됩니다 (단발성 프로젝트를 하면 데이터를 볼 일이 크게 없습니다. 직접 VOC 외에는요)

기획 프로세스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품 하나를 계속 맡다 보니 추가되는 업무가 쌓이게 됩니다. 고객 여정을 들여다보기 위한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잘 깔아놓고 중간중간 데이터를 꺼내보면서 요리조리 돌려보고 가설도 만들어서 검증도 해보기도 하고, 또 KPI, CPI로 만들어야 하는 지표들이라면 대시보드를 자동화해 놓기도 합니다. 내가 진행한 프로젝트가 효과가 있었는지 정량적으로 체크하는 작업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느 정도 차이가 보이시나요? 제가 면접관이라면 이 과정이 부재한 것에 대해 여러 질문을 할 것 같습니다. PM(여기서는 product manager입니다)이 되기 위해 중요한 업무인데, 현 회사에서는 구조적으로 할 수 없는 환경이었을 텐데 여태 어떻게 준비해왔는지 여쭤볼 것 같습니다.

©Headway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법

우선은 SI 회사에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시기 바랍니다. 자격증이나 교육을 받으면서 충당할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 현재 회사에서의 업무에 파생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나 고민해 보시면 좋습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뛰면서 lesson learned를 잘 정리해놓으세요. 공격적으로 업무를 따오거나, 새로운 업무를 창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력이 됩니다.

빅테크의 많은 PM들은 탑다운으로 주어진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회사원'의 성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게 미덕이 되는 제품 혹은 business phase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제품이라 하더라도 공격적으로 개선안을 찾아 제품에 추가적인 밸류를 만들어내는 것이 PM의 역량입니다. (=value proposition)

테크에서 스타트업으로 나가고, 다시 테크로 들어오고 하는 일이 많은 이유도, 이 두 섹터가 모두 시장에서 새로운 밸류를 끊임없이 찾아 나가려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만일 바로 빅 테크로의 이직이 불발된다면, 스타트업으로 이직해서 주도적인 일을 맡아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길게 보면 결국 돌고 돌게 되어 있거든요.

어느 정도 답변이 됐을까요? 이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