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티님, 안녕하세요. 질문을 보니 여러 고민들이 많으실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답변도 답변이지만, 보내주신 질문은 많은 멘티분들께서 해주시는 질문들이긴 합니다. 제가 쓴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라는 책을 통해 더욱 정리된 내용을 접하실 수 있다는 점 먼저 안내 드리며, 간단히 답변 드려보겠습니다.

명확한 진로 설정이 되지 않아 고민입니다. 

예를 들어, 의대 지망이라든가 공무원 시험처럼 직업 취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비교적 명확한 경우는 시작이 늦어지면 끝도 늦어지기 때문에 시작이 중요한 게 어느 정도 적용이 됩니다. 빨리 정할수록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예체능계라든가 특히 UX 분야처럼 여러 전공분야의 융복합적 성향을 띄는 경우는 정형화된 코스웍이나 육성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히려, 늦어지는 가운데 다양한 경험을 통해 UX 분야가 점점 맞다고 확신을 얻어가면서 자연스레 전환돼 오는 과정이 더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답니다.

따라서 고학년이기에 초조한 것은 이제 학창시절이 마무리 지어지고 사회로 진출해야 하는 과도기여서 오는 '불안'이라고 저는 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직업의 특성에 따라 이 초조함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일 수도 아닐 수도 있기에, 무조건 고민하지 마시고 현명한 리듬을 느끼시길 조언 드려 봅니다.

©David Travis

디자인대학원 진학? 스타트업 취업? 제 생각은 다릅니다. 

말씀하신 '추후'라는 시점을 2년 뒤로도 볼 수 있고 10년 뒤로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10년차가 넘어선 제 관점에서 먼저 말씀을 드리자면, 대학원과 스타트업 경험 사이 무엇이 더 도움이 되었는지는 사실 저울질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어색합니다. 

대학원은 대학원 나름대로, 스타트업은 스타트업 나름대로 각자 저에게 자양분이 되었을 뿐이지 그 우열을 논하기가 어렵습니다. 즉, 큰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냥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한 10년 정도의 경력을 가진 이의 과거 이력에 대학원도 언젠가 있었고 스타트업도 언젠가 있었다면 풍부한 경험을 한 분이겠구나 정도입니다. 

그럼 이제 2년 뒤, 1년 뒤의 상황으로 좁혀볼까요? 왠지 둘 중에 뭔가 더 유리할 것 같은 게 있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좁게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둘 모두 내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학원이 목표라고 해봅시다. 1년 동안 대학원에 결과적으로 진학 실패를 하게 된다면 커리어는 망한 것일까요? 그럼 저는 지금 이렇듯 멘토링 활동을 할 수 없어야 합니다. 제 경험담이거든요. 그럼 첫 회사를 스타트업으로 끊었던 저로서는 이 경험이 대학원 대비 좋아야만 할까요? 오히려 이후에 들어간 대학원 덕분에 UX 분야로 오게 되었기에 그럼 다시 대학원이 더 도움이 된 것일까요? 결국 이런 식의 가치 평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됩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10년차를 기준으로 둘 다 필요한, 있으면 좋은 경력입니다. 그러니 주니어 시절 이 두 경우의 수를 모두 겨냥할 여력이 된다면 오케이, 모두 지원해보시고 되는 쪽으로 일단 가셔서 충실히 커리어를 쌓이시면 됩니다. 대학원이, 스타트업이, 단편적인 이벤트 하나하나가 내 커리어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으로 바로 진학해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해서 좋을 수도 있겠지만, 업계 경력이 없어 단점이 될 수도 있으며, 스타트업으로 취직해 바로 실무를 빠르게 익혀 경력자가 되는 장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작은 조직에만 있다 보니 대규모 조직에서의 업무 프로세스를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은 계속 숙제 같을 수도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을 뿐이기에, 특정 시점 장점을 키워보고 싶은지 아니면 단점을 보완하고 싶은 지에 따라 그 목적에 부합하는 다음 무대를 잘 만나 커리어를 계속 살찌워가는 '스토리'가 더 중요합니다.  

UX대학원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하는 기준?

대학원 선택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그 무엇보다도 '발품'입니다. 왜냐? 과거의 정보는 과거일 뿐입니다. 대학원의 가치는 내가 졸업을 했을 때 발현됩니다. 즉, 내가 졸업하는 시점의 그 대학원 출신의 가치에 나는 지대한 영향을 받습니다. 이는 졸업생들의 인생과도 별개고, 연구실의 그간 이력과도 분명 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는 인터넷과 졸업생 등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말씀드린 것과 같은 시뮬레이션에 가장 도움이 되는 정보는 현재 대학원 재학생이나 지도 교수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꼭 '발품'을 파시길 바라며, 제 경우 대학원은 친구의 추천으로 마음에 두게 되었지만 연구실 선택을 위해서는 마음이 한 쪽으로 기울 때까지 여러 사람을 여러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도움이 되었고요.

대학원은 여러 유형으로 나뉩니다. 나의 진학 목적이 무엇인지, 그 목적 달성에 잘 부합해 보이는 대학원을 추리셔서 직접 정보를 만나보며 판단해보시길 조언 드려 봅니다.

UX 리서처와 서비스 기획 UXUI 디자이너의 차이는?

이것은 일반화해서 설명을 하기 까다로운 부분입니다. 결론은 회사마다 그 일의 정의와 범위가 많이 다르다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궁금함보다도 정교함이 중요합니다. 제 이야기가 실제 전형을 치루는 데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직무를 단위로 보지 마시고, 회사나 부서 단위로 궁금증의 타깃을 바꿔보시길 추천해 봅니다. '어떤 회사의 어떤 팀, 어떤 사업부, 어떤 부서의 누구누구는 어떤 일을 하는지?'와 같이 말이죠.

물론 학생으로서 이렇게까지 갑자기 해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직무를 단위로 붙잡아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세계관을 바꿔야, 얻는 정보의 영양가가 있다는 점을 아셨음 좋겠습니다.

답변이 도움이 되셨을지 모르겠네요. 많은 내용은 앞서 언급 드린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에 수록되어 있으며, 어쩌면 더 많은 필요로 하는 답변을 책이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아무쪼록 여러 고민과 초조함 등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매우 어려운 시기라, 현실적인 조언이 오히려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다소 우려는 됩니다. 부디, 어떤 정해진 답을 찾으려 하기 보다는 무엇이 내게 옳은 지에 집중할 수 있길 바라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