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말하는 '의사소통 능력'이란? _ 도무지 감이 안 잡힐 그대들에게
초미세먼지 덕분에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미 3월이 된지 20일이 다 되어갑니다. 상반기 취업을 준비하고 계실 취업준비생 분들을 항상 응원하는 마음입니다.4년 전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폭풍 지원하던 저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땐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썼었는지 제가 생각해도 참 신기합니다. 신입사원이 갖춰야 할 역량과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는 여러 다양한 종류의 항목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기소개서는 굉장히 추상적인 물음으로 되어 있고, 그 추상적인 물음 속에서 지원자가 역량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목별로 직무와 관련된 역량을 주제로 서술하기도 하고, 공통 역량을 주제로 서술하기도 합니다.오늘은 그 중에서도 신입사원이라면 갖추어야 할 공통 역량이라고 불리우는 '의사소통 역량'에 대해 제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제가 누구나 알 것 같은 의사소통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하는 이유는 의외로 회사나 조직에서 필요한 의사소통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자소서를 쓸 때에도, 면접에서도 이에 대한 표현을 정확히 하기 어렵겠지요. 치열한 막내 생활을 보냈던 저의 관점에서 회사에서 말하는 '의사소통'을 설명드리면 최소한 자소서 쓰는 과정에서라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의사소통? 나 대화 되게 잘 하는데?''난 대외활동도 많이 했고, 스피치도 잘 해서 의사소통은 문제 없어!''사람들과 막힘없이 지내면 잘 하는 거 아닌가?'일반적으로 이렇게 접근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사전적 의미의 의사소통이란 '사람들끼리 갖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하는 것'으로 위에서 말한 3가지 예와 크게 어긋나지 않습니다.하지만 회사에서 말하는 '의사소통'이란 좀더 명확한 것을 요구합니다.'통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뭔가 전기가 통한다는 것처럼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막힘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뚫려있다? 통하는 게 통하는 거지 뭐... 사실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대충 뭉뚱그려서 서로 뜻을 주고받는다고 칩시다.그러면 의사소통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 일겁니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동의를 구하는 것도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어서 일겁니다. 이 과정에서 이해와 표현이 수반됩니다. 상대방의 표현을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과 내가 상대방에게 나의 뜻을 잘 전달하는 '표현' 과정이지요. 쉽게 말해 한국 사람들끼리 한국어로 대화하면 서로 뜻을 알 수 있지만, 한글 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영어로 표현한다면 0.00001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돌아와서, 회사에서 의사소통을 보겠습니다. 회사에서는 제조, 생산, 물류, 유통, 마케팅, 영업, R&D, 재무, 회계, 인사, 총무, 디자인, 해외, 전략 등 무수히 많은 부서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회사에서 각기 다른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업계마다, 회사마다, 직무마다 모두 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가 존재합니다. 이런 환경에 여러분이 갑작스레 들어간다면 어떻게 대화하시겠습니까?"정의를 합의하고 이행하는 능력"저는 의사소통 역량을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회사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며, 부서마다도 전문 지식과 언어가 다릅니다. 회사는 조직이고, 혼자서 일하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에 (혼자 창업을 하셔도 누군가와는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혹은 다른 부서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함께 일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각자 다른 사람/부서가 갖고 있는 서로 다른 언어를 합치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예컨대, A씨는 영업팀의 신입사원입니다. 사수인 B과장은 업무를 가르쳐주겠다며 마침 영업마감기간이라 마감 업무를 해야한다고 합니다. A씨는 시키는 대로 거래처들과의 거래내역을 엑셀로 정리하고, ERP에 등록된 내용과 맞는지 확인했습니다. '오호, 이렇게 맞는지 확인하면 되는군!' 아니었습니다. B과장은 ERP에서 듣도보도 못한 전표라는 것을 생성하기 시작했고, A씨는 열심히 필기하면서 나머지 거래처의 전표도 생성했습니다. 이제 끝인가? 하던 찰나, B과장은 뭐하고 있냐며 재무팀 합의, 팀장 완결로 전표를 상신하라고 합니다. '합의.....', '상신....' 이게 다 무슨 말인지....ㅠㅠ 죽을 맛이죠.하는 수 없이 B과장을 따라 이것저것 하고 뭔가 결재를 올리고 '마감품의'를 올리고 나니, 그제서야 B과장은 "마감 끝났네"라고 합니다.방금 여러분은 모회사 영업팀의 월마감 장면을 보신 겁니다. '마감'이 뭔가요? 이 회사 영업팀에서 의미하는 '마감'이란, '1달의 영업 실적을 회사 내부 규정과 합의에 따라 기록을 남기고 최종적으로 품의서까지 결재받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다른 회사 영업팀이나 다른 부서는 아마 그 의미가 다를 겁니다. 직무가 다르고, 회사별로 프로세스가 다르기 때문이지요.'톤앤매너(Tone&manner)'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톤앤매너는 '개념'을 의미하는 '컨셉(Concept)'과 유사한 의미로 쓰입니다. 브랜드, 디자인, 마케팅, 기획 부서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어떤 회사나 부서에서는 단순히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는 그들에게 물어봐야 합니다.또한 회사에서는 다양한 문서로도 대화를 합니다. 담당자들끼리 대화나 회의에서 끝나버리면 좋겠지만, 사람의 기억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 바로 공식적인 '문서'입니다. 글은 사람의 기억의 한계를 보완하며, 물적인 증거로도 기능합니다. 정말 수많은 회의와 협의가 이루어지는 회사에서 필수죠.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형식의 문서가 있습니다. 경과나 결과를 상부/이해관계자에 알리기 위해 작성하는 보고서, 특정 사안에 대해 상부의 허가를 구하는 품의서, 설득을 위한 기획서, 타 부서에 특정 조건을 요구하는 요구조건서 또는 의뢰서 등등 목적에 따른 다양한 문서가 있습니다. 목적에 맞는 문서를 주고받는 것, 마치 언어와 같습니다. 이러한 문서의 작성 목적과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작성할 줄 아는 것도 의사소통 역량에 포함됩니다.좀 길어졌지만 이렇게 회사 안에서 정확한 대화를 위해서는 각각의 단어와 용어, 문서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인지, 또는 합의하고 이행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혀 소통이 되지 않겠지요. 이렇기 때문에 저는 의사소통 능력을 "정의를 상호간에 합의하고, 그 정의대로 이행하는 능력"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모르겠으면 물어보세요!"신입사원 시절, 회사라는 무거운 분위기와 나이차 많이 나는 선배들 틈에서 "모르겠습니다."라는 그 한마디 하기가 무서워 대충 안다고 얼버무리고 넘어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얼렁뚱땅 넘어갔던 곳에서 문제가 생기게 되더군요. 신입인데,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지요. 하다못해 한 회사에서 오랜기간 경력을 쌓으신 분들도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한동안은 새 회사의 분위기와 언어, 문서 작업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그렇기 때문에 애매하거나 모른다고 해서 대충 넘어가지 마세요. 꼭! 알 때까지, 내가 이해하고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정의'를 '합의'하기 위해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해된 '정의'는 '합의'된 의미대로 '이행'하세요. 그래야 비로소 원활한 의사소통이 펼쳐지게 될 겁니다.회사에서 의사소통이 대체 뭔지, 의사소통 능력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답답한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감사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