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로 질문드릴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A 대학교 4학년 1학기 재학 중인 우주과학/응용화학 다전공생입니다.
©danilo.alvesd
멘토님. 저는 생물학, 화학에 대한 지식, 영어에 대한 강점을 기반으로 MR을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플랜 A가 무너졌을 때를 위한 플랜 B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멘토님은 어떻게 스스로에게 맞는 직무를 찾으셨나요?
멘티님이 '내게 맞는 직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신 걸 보아서, 아직 진로의 방향성을 딱 정하신 건 아닌 듯해 보입니다. (사실 취업 후 일하면서도 계속 고민해야 하는,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지요.) 실제로 방황도 꽤 오래 하셨다고 했는데, 제가 '나에게 맞는 직무'를 찾을 수 있었던 몇 가지 팁을 공유드려 볼게요.
1) 고민할 시간에 많이 경험하세요.
머릿속으로만 '이게 맞을까? 저게 맞을까?' 고민하는 것보다 당장 나가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멘티님이 관심 있는 분야를 쭉 적어 보시고, 그것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일을 직접 해보세요.
가장 좋은 건 해당 직무와 관련이 있는 인턴십 경험입니다. 예를 들어 제약 영업을 희망한다면 제약회사의 인턴십에 지원해 보는 겁니다. 인턴에게 거래처를 직접 주지는 않지만 필드에 나가서 고객을 만나는 일이 주어지는 경우도 많으니, 본인에게 맞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어요.
인턴십까지 아니더라도 비슷한 직무의 아르바이트라도 해보세요. 제 경우 인턴 경험은 없었지만 대학 시절에 화장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봤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부분을 자기소개서, 면접 때 녹여내기도 했고요. 그러니 아르바이트를 단순히 용돈벌이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본인의 적성을 찾기 위한 여정이라고 생각하고, 소위 말하는 '꿀 알바'보단 힘들더라도 직무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해 보시길 바라요.
©Ryoji Iwata
2)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정 아니다 싶은 것'을 지워나가 보세요.
사실 완벽하게 나에게 맞는 직무도, 직장도 없습니다. 꿈꾸던 학교, 전공에 합격하더라도 막상 가보면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처럼요. 멘티님이 나이로 인해 시간의 압박을 느끼신다면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실 테니 '정 아니다 싶은 걸 지워나가는' 방법이 좀 더 도움이 되실 듯해요.
제 경우,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엑셀을 정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적성에 맞지 않아 괴로웠던 경험이 있었어요. 엑셀로 수많은 자료를 정리해야 했는데,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실수를 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나는 꼼꼼함을 요하는 직무(회계, 재무 등)는 맞지 않겠구나'라고 느꼈어요. 사무실에 하루 종일 있으니 시간도 안 가고, 답답하고, 지루했고요.
오히려 화장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당시, 프로모션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상황에서 '잘 살 것 같은 고객'을 관찰하고 그것이 판매로 이어졌을 때 성취감이 무척 컸답니다. 땡볕 밑에서 전단지를 돌려야 하는 상황에선 힘들기도 하고, 매장 관리하는 일이 쉽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서 엑셀 정리했을 때보단 재밌게 일했어요. 이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정 아니다 싶은 것'을 지워나가다 보니 직무 결정을 할 때 빠르고 명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 보세요.
갑자기 '인생'이라는 무거운 단어를 꺼내긴 했지만 결국 '일'이라는 건 내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입니다. 그렇기에 멘티님의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어야 해요. 아래 요소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매겨보시고 1, 2순위 정도로 추린 다음 회사, 직무를 결정해 보세요.
연봉 / 조직 문화 / 승진 가능성 / 워크 라이프 밸런스 / 재미 / 복지 / 회사의 네임밸류 / 사람들의 평판 / 직업 안정성 / 사명감 / 보람 등 ....
이 중에 멘티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취업 준비 과정에서 이 가치관에 따라 결정해나가 보세요. 중요한 건 이 모든 걸 갖춘 회사 or 직무는 없다는 거예요.
©Kelly Sikkema
4) 부모님이나 지인의 말보다는 관심 진로, 직무에 관련된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세요.
멘티님은 부모님이나 친구들의 이야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가요?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주변 사람들의 평판에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저 역시 그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순간에는 객관적으로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 결정에 후회가 없었습니다.
제가 영업 직무에 지원하다가 처음으로 제약 회사에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셨어요. "여잔데 그 힘든 영업을 하겠다고?" 하시면서요. 저도 마음이 많이 흔들렸는데 그때 당시 주위를 수소문해서 제약 영업과 관련된 분들께 조언을 구했어요. 여성 MR이신 분을 찾아 조언을 듣기도 하고, 영업관리론 수업을 해주셨던 교수님께도 메일을 드리는 등 실제로 그 직무와 접점이 있는 분들에게 고민 상담을 했어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여자인 것과 상관없이 나라는 사람이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한 번 가서 경험해 보자'라는 결론이 났고요. 이렇게 7년째 이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 어떤 고민의 순간이 왔을 때 주변 사람의 말보다는 객관적으로 그 업에 대해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그들에게 조언을 구하세요. 저도 최근에 이직을 하면서 링크드인, 커피챗, 잇다 등의 플랫폼이나 주변 선후배 등 인적 네트워크의 힘을 많이 빌렸답니다.